이번에 방구석을 다시 정리하다가 (일반적으로 청소한다고 말을 합니다) 발견 된 것 중 하나가 이 버추어 레이싱 팩이었습니다.
이전에 게임 감상 포스트를 썼을 때는 이 패키지 이미지를 만들어 두지 않아서 잡지에 나온 광고전단을 가지고 취미DB용으로 사용을 했는데 이렇게 방구석에서 찾게된 모양을 보니까 에헤헤 하게 됩니다. 워낙 방구석이 험난한 꼴이라서 가끔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이렇게 다시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면 무언가 모르게 추억에 빠져서 맹~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2005년에 게임감상을 정리하는 포스트를 쓸 때는 정말 대충 후다닥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우선 올려두자, 수정이나 감상 정리는 나중이라도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이었지요. 포스트 작성에 3분도 안 걸리던 때였지요. 한달에 300~500여 포스트 정도를 써올리던 시절이니까요.
2012년이 되어서 지금 다시 방구석에서 발견된 이 패키지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은 벌써 7년전에 제대로 된 취미감상DB를 써두겠다는 초지와 달리 우선 항목을 만들어 두자~ 라는 생각으로 진행하게된 블로그 초기 때라고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추억하는 경우가 남다르겠지만 이 녀석이 한참 전자오락센터에 나와있을 때 저는 일본에서 데굴데굴 했습니다. 1992년부터 가동을 시작했고 이후 한국에도 이 기기가 들어오면서 한일을 오가면서 친구들과 즐겼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단, 일본에서는 너무 비싸서 자주 못했고 친구들과 가끔 즐기는 편이었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뭐 싼 맛에 마구 달렸다고 하겠지요. (일본 당시 200~300엔 / 한국 당시 500원)
1994년에 드디어 메가드라이브로 제품이 나왔는데 이 팩을 보시면서 그 느낌을 아시는 분들은 충분히 아실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기존 팩보다 월등하게 큰 모양이었습니다. 근 2배에 가까운 덩치를 보여주었지요.
아직까지도 이 팩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은 (까먹고 있었지만) 나중에 이 녀석을 분해해봐야 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제방구석 어딘가에서 먼지를 먹으면서 버티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른 팩들은 하드웨어와 함께 친구, 후배들에게 넘어갔었는데 말입니다.
게임 자체는 상당히 충격적인 입체영상, 그러나 여전히 맹맹하고 직관적인 폴리곤 스타일이어서 지금 분들에게, 그것도 21세기 게임을 즐기는 분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멍청해 보이기까지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보면서 회상하게 되는 것은 잘못된 추억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됩니다.
앞서 말한 2005년 감상문에서는 이 게임 때문에 '메가CD를 구입했다'고 적혀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기억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게임때문에 구입하게된 확장기기는 바로 '슈퍼 32X : スーパー32X'라고 하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때는 이것을 떠올리지 못하고 그냥 메가CD라고 떠올려서 써둔 것인데 이 팩을 보면서 다시 떠올려보고 추억하면서 기존에 써둔 포스트를 보니 그 오류가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예, 바로 이녀석이지요,. 워낙 존재감이 없는 하드웨어였습니다, 사실 이 버추어 레이싱 을 빼고는 쓸일이 없었던 장비였기 때문에 완전히 까먹고 있었던 것이지요. 당시 본체였던 메가드라이브 본체보다 비싼 16,800엔에 팔리던 녀석인데 16비트 게임기인 메가드라이브의 능력을 32비트로 확장해준다는 것때문에 구입을 했는데 그 때문에 '디럭스 판'이라고 불린 버추어 레이싱 다른 버전을 또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후에 바로 나온 새가 새턴때문에 완전히 까이게 된 녀석이고 전 후다닥 내다 팔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덕분에 정작 처음 구입했던 메가드라이브 판 버추어 레이싱 패키지가 제 방구석에서 조용히 먼지를 먹고 있게된 것이라고 하겠지요. 그리고 오랜만에 하게된 방정리 때문에 이렇게 색다르게 추억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취미DB라는 것은 대부분 그때 그때 바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지만 추억만으로 회고되면서 정리되어가는 과정이 많았던 덕분에 다시 한 번 그 당시를 회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지지 않으면 완성형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버추어 레이싱이라는 게임 자체를 화면으로 설명하기란 어렵지만 검색을 해보니 국내에서 다른 분이 잘 써둔 포스트가 있어서 흔적을 남겨둡니다.
그 시대적인 추억을 다시 해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 '버추어', '버철', '버츄얼' 이라는 형태로 신단어에 대한 정의가 애매할 때이기도 했기 때문에 초기 기록에는 바챠(일본어 발음 기준), 이후에 버철 레이싱 이라고 정리하기도 했었습니다.
실제 버추어 라는 단어 자체가 일반화되기는 어려웠다고 하겠지요. 그나마 버추어 파이터와 레이싱, 이 두작품이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기준을 보여주었지만 대부분 3D, 폴리곤 입체 게임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더불어 이런 형태로 구성될 미래형 작품, 게임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당시는 주변에 게임관련 일을 하는 녀석이나 하드웨어, 그리고 IT스러운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2~3년 뒤라면 더욱 뛰어난 화면 연출을 보여주는 게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강박관념이라고 할 것 같은 치밀한 표현과 프레임 연출에 대한 논의도 제법 있었습니다. 특히 차세대 게임기를 말하게 하는 기준이 되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이 작품이 1994년 발매가 아니라 1993년 발매였더라면 하는 말도 하게됩니다. 물론 하드웨어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당시로서는 상당히 기록적인 가격대, 9,800엔에 나온 게임이기도 합니다.
곧, 32비트 CD롬 기반 차세대 게임기들이 나올 시대였던 1994년에 나왔다는 것은 세가의 선택이 조금 어벙했다는 말을 하지만 시대가 그렇게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믿기 어려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가정용 게임기들이 1991~2년 사이에 나온 아케이드파 모델1 기판을 능가하는 표현력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기 때문이지요. 이때 주변에는 이미 하드웨어, 기판설계, 그리고 일본 게임업계에 알고 있는 얼굴들이 있었기 때문에 슈퍼패미콤이 장악한 시장을 과연 소니와 세가, 그리고 NEC와 그외 업체들이 어떤 형태로 노리고 올지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나왔던 게임이 바로 이 버추어 레이싱이었고, 이후 슈퍼32X라는 확장기기의 등장을 보면서 세가의 몰락을 점치기도 했었습니다.
- 지금이니까 하는 소리지만 당시 소니와 NEC, 그리고 세가에 아는 이들이 있어서 이런저런 정보교환도 가능해던 시기였지만 취미적인 농담따먹기만 하던 것을 조금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즐긴다는 입장외에는 별로 따지고 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더불어 보면 게임 자체를 기억하는 것보다 그 때 상황을 추억하는 것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는 말을 하게되지만 이 게임은 그런 시대의 풍파 속에서 색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었다고 추억할 수 있어서 즐거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