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4 RX78GP02A 건담 시작 2호기
장르 : 조립식 플라스틱 키트
구분 : 건담 프라모델
스케일 : 1/144
정가 : 1,000엔
1991년 7월에 나온 제품입니다. 무척이나 기대했건만 머리가 너무 커서…초 실망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스케일의 녀석 얼굴을 완전히 자작할만한 실력은 안 되는 자신 때문에 딱 한번 만들고 도망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이것으로 만들라고 하면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제발 HGUC로 나와 주어서 저에게 이 공포를 씻어주었으면….
1번 만들었습니다. 약점이라면 당연히 머리입니다!! 너무 커요! 더불어 왕발바닥! 개조 부품으로서 사용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가격이…. - 1996
드디어 이 녀석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1996년에 프라모델 444선을 할 때(당시 통신 동아리에 애니메이션과 만화와 게임, 장난감, 오디오 관련 444선이라는 글을 쓰고 있었지요) 그것을 하게 된 큰 계기가 바로 이 녀석이었습니다. 누군가 물어보더라고요. 몇 년 이상 프라모델, 건담 프라모델을 가지고 논 사람으로서 144스케일을 가진 GP02A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길고 긴 ~ 채팅이 시작되었더랍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취미생활을 하는 인간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불어 20여 명에 가까운 통신 취미인 등을 인솔해서 일본 아키하바라 탐방 같은 것을 하기도 했으니) 이런저런 질문, 감상,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더랍니다. 그때 남겨놓은 통신 채팅 기록들을 대부분 TXT에서 한글 파일로 재변환 시켜두지 못한 것은 나름 아쉽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이 많이 떠드는 편이었고 대부분 쓸데없는 소리 나 이상한 소리로 무척 길고 긴~~ 채팅 기록이 되었기 때문에 제법 용량들이 되었던 추억들이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건담 프라모델을 비롯하여 70년대와 80년대 한국 동네 문방구, 과학사들을 점령했던 이런저런 프라모델 키트를 알고 있는 분들의 기준에서 보면 일본산 브랜드 타미야와 반다이는 귀족 계급이었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냥 국내산 카피 모델 업체만을 만들다가 드디어 큰맘 먹고 일본산 키트를 구입한 분들에게는 나름 이런저런 기대감이 있었겠지요. 한참 불법으로 카피되어 돌았던 건담 OVA테이프도 이런저런 화제를 불러 모았고, 그 충격적인 건담과 건담의 대결 영상을 보여준 것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키트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큰맘 먹고 그래, 일본산 브랜드, 고급 프라모델 키트 한번 구입해보자는 생각으로 이것을 구입했는데 ………… 이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머리가 너무 큰 것입니다.
이게 그 유명한 일본 프라모델 완구의 전설! 반다이 제품 맞아? 그냥 우리나라에서 불법 카피한 것에 반다이 마크 붙여놓은 것 아니야? 라는 의문이 많이 제기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80년대 후반부터 저는 개라지 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제품 하나 보고는 바로 포기하고 말았고, 더더욱 B 클럽이나 여타 개라지 키트에 대한 꿈을 키웠던 계기가 되었던 제품이기도 하겠습니다.
실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애들 장난감 수준에서 만족을 하던 소비자들이 이제 성장을 해서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고 난 이후에는 기존 제품 세계관이나 제작 수준에 대한 눈높이가 많이 올라갔다고 하겠습니다. 버큠이나 실리콘 틀로 복제, 재생성해서 자기만의 커스텀 부품을 만들어내는 괴물 같은 아마추어들이 조금씩 늘어났고, 이런저런 기술적인 논의, 새로운 도전들을 알아볼 수 있었던 시기입니다. 일본에서도 좁은 환경상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이런저런 이벤트 등을 통해서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 한국에서 온 이상한 취미인이라는 입장도 있어서 친절한 대응과 함께 (더불어 / 너 한국에서 총 싸봤냐? / 응. / 우와~~~ = 하는 밀리터리 팬들과의 접촉 등과 함께) 이런저런 재미있는 모습을 빨리 접할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건담 세대들이 가지는 발전기는 상당히 무시무시했지요. 대부분 조형 자체에서는 어느 정도 일반 조립식 프라모델 시장의 수준을 넘어가고 있었고, 최고의 관점은 역시 구동 계통이었습니다.
당시 캐릭터 계열 조형에서는 말 그대로 '여신님'들이 무시무시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었고, FSS계열 모터 헤드들 조형이 개라지 레진 키트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었더랍니다. 기껏 해봐야 3000~5000엔 정도 선에 머물러 있던 로봇 조형 제품들이 개라지 쪽에 오니까 1만 엔을 아주 가볍게 넘어버리는 현상에 대해서 저는 무척 충격을 받았지요. 그런데 이 GP02A를 보고 저도 개라지 쪽 건담 모델을 건드리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동이 된다. 가지고 놀 수 있다. 싸다(?). 라는 부분에 대한 이런저런 기준을 떠나서 확실하게 개 멋스러운 개성을 보여주는 개라지들이 더 좋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개라지를 가지고 가동형으로 재구성하거나 포즈를 바꾸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꾸는 괴수급 취미 모델러들을 보면서 이 세계도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나중에 반다이에 취직한 몇몇 취미인들의 증언을 통해서 이 시기가 상당히 큰, 변화,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서 일신되는 반다이의 아픈 시절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투자대비 이익률의 비효율서이라는 부분과 함께, 더욱 발전할 수 있었던 등급, 그레이드 시리즈의 기초를 완성하게된 시대였다는 말도 듣게 됩니다. CAD를 전공을 하던 몇몇 한국 취미인들의 이야기와 더불어져서 미래에는(이때 예상한 것은 한 1998~1999년 정도) 개인 제작 시스템에서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CAD데이터를 가지고 자신만의 장난감을 디자인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 이것은 결과적으로 2008년 정도부터 본격화된 3D프린터 산업과 맞물려서 소규모 단위, 개인 단위 제작현장으로 바뀔 수 있었겠지만요.
이런저런 취미로운 생각으로 접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단순하게 취미로만 바라보던 부분들이 사실은 작아도 확실하게 미래를 바라보고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한국의 생각, 시장, 미래에 대한 발전예상도가 너무 차이가 났다고 하겠지요. 탱크 포신 하나 복제해서 달아두는 것에 엄청 놀라서 에헤헤하던 제 수준과는 다른 세계 이야기와 같았다 하겠습니다. 이후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취미인들의 세계관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별생각 없이 즐기는 문화로서 취미를 보고 있었던 것과 달리 그들에게는 살아가는 방식과 존재 의미로서 그것이 함께 하는 생활을 보면서 더욱 묘한 감상도 하게 됩니다.
GP02A는 이후 역대 반다이 건담 프라모델 중 가장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몸체 디자인(?)에 비해 너무 이상한 비율로 완성된 머리통 디자인 때문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아이템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이 짜리 몽땅한 디자인은 말 그대로 '동양인 체형' 건담이라는 말도 낳았지요. GP01이 상당한 롱다리 모델이었기 때문에 서양인 체형이라고 말하고요. 나중에 등장한 가베라는 여성형 체형이라는 농과 함게 참 이런저런 화제를 불렀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 덩치에 비해 팔이 너무 가늘어서 포신을 들고 세워두면 자연스럽게 처지는 모습도 보여주어서 반다이 브랜드에 대한 이런저런 실망감도 표현하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F시리즈. 포뮬러 사업이 큰 실패(?)라는 형태를 보여준 것과 더불어 더욱 정밀도가 높아진 금형 제작 시스템 도입 시기라는 것. 새로운 기술사들이 영입되어 적응하는 기간 동안 벌인 시행착오 중 하나였다고 하겠지만 이 괴기한 스타일을 가진 아이는 가지고 놀기에도 뭐 하고, 만들어 전시해도 폼이 나지 않는, 말 그대로 애물단지 같은 건프라였다고 하겠습니다. - 2004 &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