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y Story/Plamodel

1/144 RX-78 초기 HG 건담 (1990년)



1/144 RX-78 초기 HG 건담

장르 : 조립식 플라스틱 키트

구분 : 건담 프라모델

스케일 : 1/144

정가 : 1,000엔

1990년 3월에 등장한 이 제품을 보면서 과연 이 시리즈를 살까 말까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사 버렸습니다.

이때는 성형색과 상관없이 따로 채색을 하고 있던 시기라서 이렇게 색이 들어간 녀석은 오히려 더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키트자체 개성이 강하다보니 어떻게 해도 소재가 HG라는 것을 알게 만듭니다.

아마도 이 키트를 사서 이것을 HG시리즈로 안 보이게 하는 것이 더욱 죽여주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개조하는 것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부품 교환 등을 해서 완성한 키트 본래 소재를 알아 맞추는 것이 평가용 모델러들 사이에서 유행이었습니다) 제품자체 완성도보다 이런 스킬이나 지식의 양을 따지고 들었던 때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나름 심각해서 웃으면서 추억하기에는 조금 살벌한 추억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2번을 제작했고 3번째는 그냥 분해해 프레임을 빼 사용했습니다(-_-;). 당연히 색을 따로 칠하는 작업이 번거로운 이를 위한 키트이지만 예상 외로 더욱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 합니다. 성형 시에 생긴 불순물들이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런너가 더러웠습니다. 당시 이것 때문에 크레임이나 반품이야기를 낳았던 녀석이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냥 넘어 갔다고 하더군요. - 1996 & 2005

지금에 와서는 HG라는 등급이 다른 형태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1/144~1/100 스케일 공통으로) 90년대 초에 나왔던 이 HG와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성형색이 다양해지고 한 런너 안에 여러가지 색이 들어간 부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나름 기술적인 면에서 혁신적인 부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시대에 와서, 21세기에 들어서 조립식을 만들어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런 것이 뭐가 대단하다고?' 라는 인상을 가질 수 있지만 이 제품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프라모델 키트들은 한 런너에서 한가지 색상만으로 사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가끔 고급 제품에서 런너에서 다른 색을 넣어 뽑은 경우가 있었지만 극단적으로 다른 구성을 가진 제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런너 한개에서 여러가지 색을 가진 프라모델 키트가 나온다는 것은 나름 큰 사건이었습니다.

88년 전후부터 공장식 프라모델 키트 회사에서 금형의 정밀도를 높이고, 플라스틱 성형에 있어서 다중색소, 여기에 현실성이 높은 (기존 설계된 성형지정색과 달리 현실적으로 사출이 가능한 색에 맞추어 설정하는 방식이 우선이었던 것과 달리) 색조합과 표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잡지나 관련 산업에서 이야기되었습니다. 주로 가전업체와 플라스틱 조형제품을 통한 구성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돈이 되는 업체성형이 아닌 이상 놀이용 프라모델 업체에서 기준으로 삼기에는 초기 투자가 상당히 두려운 제품구조라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기술 자체의 완성은 이미 70년도에 되어 있었지만 대량생산체재와 사출용 플라스틱 재료에 대한 혼합기술이 미숙했던 부분, 제품 성형기술의 발달미숙으로 찍어내는 과정에서 불량이 많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몇몇 조립식 완구(어느정도 조립이 되어서 팔리는 완구)에서 사출 후 인간의 손으로 재작업하여 구성하는 형태를 제외하고는 제품으로서 가치를 만들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나마 중국발 값싼 노동력이 동원되어서 가능한 부분도 있었고 이런 전략은 이후 제가 좋아하는 가샤폰, 밴더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이 되지만 정밀모형을 표장하고 있었던 이쪽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였다고 하겠습니다.

지금처럼 3D프린터로 조형할 수 있는 입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도 제법 어려운 일이지만 프로그램적으로나 용량의 제한때문에 상당히 많은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 이 HG건담은 그런 시대의 의미를 담고 있는 제품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건담 4녀석이 나오고 끝난 것이 무척 아쉬었었지요. 왜 자크는 안나오는 것인데!! 하고 화를 냈던 추억이 있습니다. 물론 자크들보다 건담쪽이 더 색을 많이 쓰는 애들이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답이 나오지만 말입니다 -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