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4 LM314V23 V2 버스터 건담
장르 : 조립식 플라스틱 키트
구분 : 건담 프라모델
스케일 : 1/144
정가 : 500엔
1994년 2월에 발매된 제품입니다. V2보다 더 놀랐더랍니다. 너무 싸∼요. 그러나 역시 색을 도장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원페스’와 ‘쟈프콘’에서 다른 모델러들이 선보인 실력에 놀라서 몇 번인가 흉내를 내려고 했지만 이렇게 작은 녀석에게 그렇게 무지막지한 도장이나 개수를 한 이들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번 제작했습니다. 아마도 V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이 조립한 제품이 아닐까 합니다. 솔직히 굉장히 또렷한 V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뭐라고 말하기 힘든 녀석입니다. 확실히 폼은 나는데 가지고 놀다가 망가트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여러 번 만든 것은 역시 '어절트 버스터'를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관계로 거의 오리지널 건담이 되고 말았다는 슬픈 기억이 새롭습니다. - 1996
전후사정 없이 글을 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일본에서 한참 굴러다니고 이런저런 취미인들 인맥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던 차에 자만을 하고 있었는데 대뜸 전시회에 가보니 참 많은 고수들이 있는 것입니다. 개라지 쪽 원형이나 자작을 하는 분들은 넘사벽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조금씩 이런저런 것을 만지작 하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것들 대부분이 다 이미 실현되어 있더라고요. 특히 이 빅토리 건담 애니메이션은 오랜만에 등장한 것도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건담파 취미인들에게 많은 도전을 불러일으키게 했고, 특징적인 귀여움(?) 때문인지 지방에서 온 여성 모델러도 눈에 들어왔더랍니다. 잘 모르는 분들에게 있어서 W건담 때 여성팬들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충분히 이 90년대부터 여성 건담, 건프라 팬은 눈에 들어올 정도로 늘어난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독창적인 개성을 보여주면서 접근하는 구성이 놀라웠습니다. 이야기 나누다가 "이 V2버스터는 누가 만들었어?"라고 물어보니 저기 있는 저 친구가. 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쪽을 보니 코스튬을 입고 있는 여성 모델러였던 것입니다! 어쩌다가 여성 모델러, 원형사들을 보게 되어도 그냥 신기한 정도로만 생각을 했지만 이제 상당한 개성과 실력을 가진 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무척 놀랐습니다. 게다가 사전 설계도면을 CAD로 직접 만들어가는 것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PC를 기반으로 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관련 성장세는 90년도에 충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지만 여성디렉터의 존재감은 아직 희미할 때였는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도쿄 지역에 살고 있는 내가 너무 방심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서울과 도쿄, 대도시를 중심으로 살아가다보니 지방에서 취미생활을 하는 이들이 접하는 뜨거운 열정을 잘 모르고 지날 때가 많았습니다. 가끔은 깨닫기도 하지만 전국에서 모인 취미인들의 모임이나 이야기들을 접하면 언제나 전설과 같은 그 실상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V2 시리즈는 저에게 그런 현실감과 개성을 알려주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나고야와 교토의 몇몇 여성 취미인이 상당히 놀라운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활동을 했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취미의 세계는 갈수록 고도의 문화권을 형성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엄청 꼼꼼해요. 기획은 장대하게 세워도 진행하다가 귀찮아져서 대충 마무리하던 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어서 놀라고 영향을 받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취미적인 이해관계도 있어서 그런지 더욱 진~하게 기억하는 V2 버스터 건담입니다. 추억 가운데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지방 취미인들이 돌아가는 기차역에서 V시리즈 프라모델 30여 개를 들고 가면서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