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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Story/Movie

티파니에서 아침을 - 아침에는 사랑을


티파니에서 아침을
미국 / Breakfast At Tiffany's
드라마 멜로 코미디
감상 매체 TVVHS, LD, DVDTHEATER, BR
1961년

즐거움 50 : 36
보는 것 30 : 19
듣는 것 10 : 9
Extra    10 : 8
72 point  = ★★★


깜빡 깜빡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정작 이 작품에 대한 감상문을 써두지 않을 것을 새삼 다행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본래는 지방시, 패션의 한 축을 이끈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의 사망 소식을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 내가 왜 지방시 패션을 알게 되고 그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말하는 과정에 꼭 나와야 할 이 작품에 대한 감상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정리합니다. 더불어 오늘 떠난 지방시에 대한 작은 애도를 표합니다.


참고로 감상 매체에 나온 순서는 언제나 제가 작품을 보고 즐긴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예, 이 작품을 저는 TV에서 먼저 봤습니다. 그것도 흑백으로 봤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보니 저는 이 작품이 당연히 흑백필름 시절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더랍니다. 그래서 오드리가 입고 나왔던 그 드레스가 검은 것은 당연하다고 인식을 했다가, 나중에 컬러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 여러 디자인 제품들이 사실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컬러로 봐도 검은색이었더군요.

처음에는 그 패션이나 디자인에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티파니라는 보석상을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티파니 브랜드에서 만든 옷도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던 과거도 있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떠나 오드리 헵번을 좋아했고 그녀가 나온 영화들은 대부분 따로 영상 소프트를 구입해서 관람을 할 정도이니 적당히 팬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있습니다. 더불어 일본이나 미국에서 나온 무크지도 구입을 해서 이런저런 뒷이야기도 알아보고요.

그런 과정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오드리와 지방시의 우정이라는 부분은 대단히 끌리는 것이 맞았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지방시라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일본과 홍콩에서 지방시 브랜드 제품군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가끔 써두기는 했지만 지방시 셔츠와 바지, 그리고 슈트, 액세서리, 향수 등을 에헤헤 하면서 애용했더랍니다.

실제 자신의 감각적인 이상향보다는 지방시가 가진 깔끔함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참고로 저 옷들을 입을 때는 제가 상당히 슬림한 체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다시 입어보니 허리,. 어깨가…. 훌쩍했습니다.

상하체 구성이 좀 달라서 하반신이 두터웠던 저는 기성복을 입기 어려운 것도 있었고 그 덕분에 맞춤옷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인연도 더해졌다고 하겠지요.


지금은 그 유명한 LVMH(Moët Hennessy Louis Vuitton / 모에 헤네시 루이 비통) 패션그룹에 속한 이들로 자사 기준으로는 2~3번째 순위에 속한 대규모 브랜드 기업이 되었지만 지방시 브랜드의 창업자이면서 정신을 만든 위베르 지방시가 17살이라는 나이에 패션업계에 뛰어든 것을 보면 대단한 천재성을 가진 선도적인 센스쟁이였다고 하겠습니다.

역시 LVMH에 속한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함께 여러 가지 대중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게 된 지금을 생각하면 과거에는 정말 옷 하나 아이템 하나 구입을 하는데 시간과 공이 들어간 제품들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봤자 일본에만 가면 만나볼 수 있었다고 하겠지만 90년대에 일본에 가서 옷 하나 맞추어 입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오드리가 좋아하는, 그리고 이 영화 티파니에서~ 에 등장하는 인상에 남는 퇴폐적인(당시 감상 기준으로는 그런 인상을 진하게 받았습니다) 디자인을 지방시가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덩달아 지방시라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오드리 작품을 보면 지방시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에헤헤 했지요.

다만 파리에 갔을 때는 주말 시간이어서 아쉬웠습니다.



이후에 실제로 뉴욕에 가보았을 때, 그 도시가 가지는 정감과는 또 다른 현실감이 상당히 많이 다가와서 좀 다른 감각을 많이 느꼈습니다. 영화와는 다른 현실이겠지요.

패션이라는 것은 사회생활, 도시생활에 있어서 필수에 들어가는 아이템으로서 활용되는 60년대 뉴욕(뭐 이것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지만요)을 기반으로 볼 때 잘 입고 매력적인 언변과 함께 좋은 생활 감각을 가진 유머를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사교술 중 하나가 아니었나 합니다. 영어가 짧은 동양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팝송과 영화 관련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해볼 구성이 많았다는 것은 좋은 점으로 작용했고 그런 가운데 오드리 헵번과 지방시는 꾸준히 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게 해준 작품으로 활약했습니다.

더불어 여러 나라 친구들이 가진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어 볼 수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오랜 시간 기억할 수 있게 되고요.


1950년대에 [사브리나]를 비롯해서 오드리의 여러 영화에서 의상을 담당했던 지방시에 대한 인상도 대단한 것이지만 60년대에 들어서 나온 이 티파니~ 식 의상에 대한 찬반이나 매력에 대한 접근은 또 다른 것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덕분에 2번, 3번 보게 될수록 캐릭터와 함께 어울리는 의상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로서도 재미있었지만 이후 다양한 요소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에 덩달아 좋아하는 감정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지요. 심야파티를 거쳐서 주말에는 뻗어버리는 생활패턴을 보면 과연 이런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모습이 뉴욕, 그리고 도시 생활의 표면적인 부분을 까고 보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실제 뉴욕에서 귀국한 후에 있던 주변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총기살인이나 강도가 일어나고, 또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유명인이 셀럽 파티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확실히 한국이나 일본에서 살 때 느낀 감각과는 다른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점에 있어 뉴욕이라는 동네는 굉장히 신비한, 선과 악, 그리고 중간계가 적절하게 혼재하면서 밸런스를 맞추어간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대를 바라보는 세상을 영화로 담아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기준이 새롭게 대두되어 가는 과정에 있어서 정신적, 사랑이라는 순수한 이끌림을 다룰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지요. 물론 초기에 있어 저에게 이 영화에 접근하게 된 이유를 만들어 준 것은 [문 리버]라는 노래였습니다. 그 노래를 먼저 알고 있었고 이후에 영상에서 나오는 그 오드리의 '문 리버'를 듣고 에헤헤 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계속 담겨있는 작품이라는 것 때문에 나쁜 인상을 받을 수 없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등극했다고 하겠습니다.

 


개인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한 캐릭터의 직업군(?)은 당연히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순정 취향은 아니라고 해도 퇴폐적인 구성이라는 것을 따로 말하기 어려운, 너무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적인 대사와 구성들이 좀 밉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오드리라는 배우와 문리버라는 노래, 그리고 지방시의 패션이라는 것이 눈에 박혀있지 않았더라면 왜 이렇게 아픈 이야기를 우스꽝스러운 대화로 밀당하고 있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해야 하는지, 이상한 감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음악과 같이 여러 번, 해를 넘어가면서도, 새로운 소프트로 나올 때마다 재감상을 했기 때문에 그런 감상의 변화가 계속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오드리 헵번의 영화 가운데 이 작품이 보여준 은밀한 어른들의 밀당과 일과 썸의 경계를 넘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해도 표현하기 어려운 도시 생활의 관계를 떠올릴 때마다 이 영화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1990년대이건 2000년대이건, 서울의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사랑과 욕망과 갈등의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영원한 고전' 클래식 영역에 들어가면서도 묘하게 대중적인 이해와 다른 부분도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냉소적인 감상으로 본다면 오드리라고 하는 캐릭터 배우를 제외하고 보았을 때 과연 60년대의 뉴욕에서 살아가는 소시민, 농부의 아내와 삼류 작가의 로맨스라는 것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면서 가슴 아픈 한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적 요소가 언제나 말하는 그들은 이후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같은 문구를 말하기에 영화,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는 언제나 순간의 이야기만 전달할 뿐, 그로 인해 이후가 어떤 세상을 보여줄지는 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냥 관객들의 마음속에 언제나 그들은 행복했으리라…라는 감상을 남기게 하면 성공이라는 부분을 말하게 되지요.


어렸을 때 봤을 때는 그래 이들은 절대로 행복해질 거야!라는 뜻 모를 신념에 가득 차 행복한 마음으로 잠을 이룰 수 있었지만,

어느 정도 현실을 알고 살아가는 성인이라는 위치에서 빠져서 보면 과연 이 둘은 그 행복의 키스를 나눈 후에도 영원히 행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무언가 모를 불안감을 떠올리게 됩니다.

결국 모든 영화 드라마의 대부분은 완벽한 결말이라는 것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몇천 원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2시간 분량의 행복한 드라마에 그 하루, 또는 인생의 방향성을 정의할 수는 없으니까요. 근래에는 인생 드라마, 인생 샷, 인생 맛 집, 인생 영화, 인생~ 들을 효과적인 유행어로 사용하는 경우를 보게 되지만 저에게 있어서 현대적인 의미로서 인생 영화 중 하나가 된 이 작품을 꾸준히 해가 바뀌고 세기가 바뀐 시점에서 다시 돌아볼 때는 그런 감상들의 변화도 느끼게 됩니다.



인생에 있어 사랑만이 전부는 아닌 것이 확실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 있었던 순간이 인생의 모든 부분을 대표할 수 있는 순간으로 기억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멜로, 러브 스토리이겠고 그 사랑의 정점을 어떤 형태로 보여주는가가 영화계가 가진 모습 중 가장 큰 저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감상 점수에는 여러 번 변화가 있었는데 제 기록을 보면 초기에는 82점, 74점 78점, 그리고 지금 정수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최종 감상 점수는 비주얼적인 우수함을 자랑한 블루레이 판을 보고 정한 것인데 은근히 요새 리마스터가 굉장히 잘 나오고 있는 몇몇 작품에 비해 화질적인 부분이 덜 우수하게 작업된 부분이 보여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연식대비 개인 감상은 언제나 그러하듯 10점 만점에 8점에 달하는 높은 기준을 두지만 이런 종합평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근래에 새롭게 화질을 개선해 리마스터 되어 나오는 60년대 영화들을 보면 아주 우수한 면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