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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 Story/Scale

조용히 다가온 취미시간

뻔하다고 하겠지만, 일본에 가게 되니까 의외로 내가 모르던, 전혀 그쪽으로 신경을 쓸 것 같지 않았던 취미 영역들이 마구마구 다가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속칭, "모르는 것이 약이다" 현상이지요.

모르고 지날 때는 당연히 신경을 쓸 일이 없었지만 눈에 자꾸만 들어오니까,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입니다. 제가 좀 충동적으로 사랑에 자주 빠지는 것도 그런 현상 중 하나겠지요. 결국 이전에는 그냥 그런 게 있다고만 알고 있었던 부분을 하나 둘씩 건드려보게 됩니다.

저는 평범한 취미인 영역에 있었지만 일본이라는 취미문화강국에서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일반 취미인보다는 접근할 기회가 많았다는 것뿐이지요.

더불어 한국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형태로 미국 드라마를 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동시간대에 접하는 시간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느끼면서 '이게 같은 세상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선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가샤폰'이었습니다. 꼭 아키하바라까지 가지 않더라도 동네 이곳저곳에서 캡슐머신을 만나볼 수 있었고 프라모델 구입, 개조, 도색 비용과 비교해봐도 훨씬 싸게 먹히면서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접근을 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구석에 몇백여 개가 놓여있는 것이었습니다.

중복해서 나온 것은 친구나 귀국할 때 선물로 써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별로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남들과는 다르게 많은 경험치를 가진 인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덜컥덜컥 돌려서 뽑아본 것뿐인데 말입니다.




개라지 쪽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었지요. 특히 좋아했던 로봇 장난감으로 과거에 몇 안되는 조립식 프라모델만 가지고 놀다가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말 에헤헤 했습니다. 역시 별생각 없이 그냥 다가갔는데 어느새 이런저런 애들을 가지고 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좋은 현상인가 아닌가라고 보기보다, 어렸을 때 가지고 놀지 못 했던, 그냥 그런 것이 있다고만 알고 있었던 것이 눈앞에 계속 돌아다니니 마음이 동한 것이지요.

덕분에 일본에 있으면서 한국의 일반 취미인이 한 10여 년 동안 경험해야 할 부분을 전 1~2년 사이에 다 해보게 되었습니다.




열차 아이템은 도저히 공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었지만, 이 미니카 장르는 말 그대로 가샤폰 만큼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였습니다.

열차역을 꾸밀 때 사용하기 위한 서브 커스텀으로 자주 구입하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덩달아서 이것저것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저는 역시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모델들을 좋아했습니다. 뻔한 모델이 아니라 이런 중장비 같은 모델 말입니다.

미니 카는 시대적인 장르 구분 외에도 특별한정 판매품도 있다 보니 카탈로그 작업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습니다.

그런 것이 실제로 판매되었는지 기획만으로 끝났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실제 연도별 상품 카탈로그를 재정리하면서 찾아봐야 하는 열정까지 필요했다고 하겠습니다. 도색이나 구성품이 다른 버전도 있었고, 지역 한정, 이벤트 한정 제품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신이 없었던 추억도 있습니다.

 

때문에 단순하게 장난감 몇개 가지고 놀던 제가 일본에서 조립식 프라모델뿐만이 아니라 가샤폰, 미니카, 개라지 제품들에 대한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후 조금씩 시대가 변화하면서 더욱 다양하고 무서운 애들을 만나게 되지만 우선 1990년대 초반에는 그런 상황에서 허우적였습니다. 물론 여기에 만화책,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 취미는 물론이요. 음식과 패션, 유행, 문화, 사회, 그리고 전자오락이라고 하는 부분까지 참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