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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Story/Classic Goods

사이클 STI 레버

기존에 사용했던 로드 사이클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굉장히 클래식한 모델이었기 때문에 근래에 나온 제품과는 다른 감각이라고 하겠습니다.

자전거 자체를 탈 줄은 알았지만 실생활에서 타고 다닐 일이 적었다는 점에서 (참고로 저는 꾸준히 산동네에서 살았습니다)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적었습니다.

일본에 가보니 굉장히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것입니다. 덕분에 4년여간 매일같이 타고 다닐 수 있었고, 선배가 사용하던 로드 사이클 하나를 싸게 물려받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친구가 싸게 넘겨준 마운틴까지 더해져서 일반 동네 마실용 마마챠리 1대와 로드, 마운틴까지 3대나 끌고 다니는 자전거 부자가 되었더랍니다.

다만, 이때는 자전거 자체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적었습니다.

생활 자체에서 사용하는 물품이다 보니 레저로 접근하기는 어려웠지요.


친구가 졸업여행으로 유럽을 자전거로 다녀오자는 소리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응. 그러자"하고 생고생을 했던 추억은 좀 그렇지만요.

- 지금 기준으로 보면 나름 최신식 컨테이너 여행에 90여 일에 가까운 유럽 자전거 일주였지만 - 언어도 거의 안 통하고, 길도 몰라서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리고, 비를 맞으며 달리고,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엉뚱한 슬라이드 필름을 사서 찍고, 감기몸살로 거의 비몽사몽간에 돌아다녔다는 추억.


한국에 돌아와서는 더더욱 자전거를 탈 일이 없어서 멀어져 있다가 서울과 전국적인 자전거 도로 정비가 이루어진 후에 데굴데굴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하이브리드 하나로 버틸 생각이었지만 은근히 과거 몸으로 기억했던 드라이빙 때문이었는지 그냥 덜컥 로드 사이클을 따로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 있더군요. 무엇보다 STI 변속레버가 색다른 감흥을 알려줍니다.


사실 저는 로드 사이클을 탄다고 해도 아래쪽 핸들 바를 잡고 쐥쐥 달리는 타입이 아닙니다.

처음 로드를 탄 것도, 먼 곳을 갈 때, 장거리를 갈 때 '조금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단순한 목적 때문에 탔을 뿐이지, 그 외에는 별다른 활용도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옛날 로드 사이클 변속기어는 좀 불편한 스타일이었으니 당연히 사용빈도가 낮았지요.

유럽이나 뉴욕 등지를 돌 때도 그냥 가볍게 타고 다닐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별로 따지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는 제법 이런저런 브랜드를 타본 셈이지만 실제로는 경험치가 쌓이지 않는 라이딩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몸은 기억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은근하게 불편한 구석이 느껴졌으니 말입니다.

그러다가 덜컥 최신 모델을 하나 밟아 돌리게 되었는데 이놈의 STI 레버는 처음이다 보니 묘하게 고생을 합니다. 아니 새롭게 만나는 경험이라고 하겠지요.

STI(Shimano Total Integration) 변속 레버는 변속 기어와 브레이크를 한 축안에서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서 사이클 주행 시 안전성과 기능성을 확보한 모델로 1990년도 발표와 함께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당시 유럽제 로드 사이클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모델은 구경만 했지요.


이후에도 로드 사이클은 따로 탈 일이 없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로드로 와보니까 확실히 이쪽에는 무언가 모를 다른 맛을 알려준다고 하겠습니다.


전체적인 구성과 경험은 전혀 다른 형태로 이해를 하게 됩니다.

자전거에 엉덩이를 올려둔 시절을 생각하면 제법 긴~~~ 시간을 보냈지만 대부분 생활+취미 활동에 연결된 형태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단한 것은 없었습니다. 사실 고정기어와 같다고 할 정도로 뻔한 기어만 사용했던 추억이 강하지요.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기술의 변화(발전)'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제법 놀란 것은 뒤쪽 스프라켓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11단까지 왔으니 말입니다) 이런저런 접근을 하지요.

8~9단까지는 경험했지만 확실히 11단은 다른 세계입니다.


흔히, "듀얼 컨트롤 레버(dual-control levers)"라고도 하고,  "브리프터(brifters)" 라고 불렸는데, 브레이크와 변속을 한쪽 구성 안에 만든 것은 기술의 발전이라고 하겠지만 90년대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변화를 가졌고 지금은 더 끝내준다고 합니다. 최신 금속학과 설계구조에 있어 굉장한  발전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전 수십년간 무시하고 살았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꾸준히 경험한 자전거 취미인들에게는 시간과 돈을 들인 만큼 고생했던 추억을 이야기해줍니다.


근래에 와서 2300 - SORA - TIGRA - 105 - ULTEGRA - DURA ACE 그룹셋 가격도 많이 내려갔기 때문에 가격 대비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듣습니다. 실제 105 (5800) 세트는 친구들 때문에 많이 일본에서 사 들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 당시 일본 환율이 무척~ 싸서 출장 다녀올 때마다 부탁하는 인간들이 꼭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요. 그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자꾸만 부탁을 하나 했습니다.


울테그라다, 전동 듀라 에이스다, 아테나다 뭐다 하면서 친구(자전거 덕후급)들이 뭐라 뭐라 해도 로드에는 최소 105는 달아주라는 말을 하도 떠들기에 결국 105로 데굴거리게 되었지만 그래봤자 큰 차이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잘한 부분을 가지고 나중에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구입 후에 몇 번씩 조정을 해야 하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탔던 애도 선배가 쓰던 것을 물려받은 중고였기 때문에 그런 자잘한 세팅이라는 것을 할 필요를 몰랐는데 사용 경험에 따라서 이런저런 것을 새롭게 경험해보게 됩니다.

새들(자전거 안장) 위치도 조금 바꾸고, 각도도 바꾸어보게 되고(아무래도 장시간 널널하게 굴러다니는 스타일이니 공격적인 라이딩 세팅과는 다릅니다) 하니까 이래저래 자전거 점포를 들락거리게 됩니다.

기본은 여유 잡고 돌아다닐 때 조금 덜 힘들고, 시간 절약하자는 의미로 구입한 녀석이지만 같은 행동범위 내에서 조금 더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