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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Story/Audio Goods

어쩌면 무제에 가까운 소리탐험

본의 아니게 진공관으로 시작한 음악 감상은 트랜지스터 시대와 CD 콤팩트 디스크라고 하는 신세대 변화를 맞이하면서 더욱 많은 경험을 쌓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팝송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고, 주말마다 발표하는 빌보드 차트들 들어보면서 일종의 동경을 품었지요.

한국 가요무대가 여러 가지 발전을 했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 상당히 선진적인 개성을 보여준 음악세계를 알려주면서 여러 가지 음질적인 부분에 대한 접근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말을 하지만 오디오, 음악 감상이라는 영역에 있어서 하드웨어는 너무나 다른 개성을 알려주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수집 아닌 수집 형태로 갖춘 것은 대부분 카세트테이프와 LP 레코드판이었는데 그 수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메인은 역시 라디오 에어 캐치를 통한 녹음테이프였고, 이후 세운 상가와 이태원 등지에서 구해볼 수 있었던 해적판들이었습니다.

CD 시대가 들어서면서 일본 쪽 음반들을 구해볼 수 있었고 조금 더 다양한 것들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역시 본의 아니게 오디오 장비에 대한 접근도 새롭게 해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에 좀 사는 웬수들이 있어서 그 웬수들 집에 가보면 이런저런 장비들이 많았습니다.

이후 취미 영역으로 알게 된 인간 몇도 음악 관련 일을 하게 되니 꾸준히 음악 감상과 음질 변화, 녹음과 믹싱, 그리고 현장음과 전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 기준에서 보면 제가 좋아하게 된 노래를 굉장히 다르게 들려주는 오디오 장비들을 접하게 되면서 깜짝깜짝 놀랐지요.

사실 진공관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디지털 음원 시대에 어울리는 신식 장비에 열정을 불태웠지만 어느 날 다시 진공관과 조합해본 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시 머리를 굴리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이야기를 했지만 하이텔 하이파이 동아리에서 444선 글을 썼지요.

이것저것 들어본 브랜드 아이템 444개에 대한 감상을 쓴 것인데 일반적으로 그런 경험을 써둘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일본에서 굴러다닐 때였습니다.

한국에서는 현금을 들고 가지 않고서 귀동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일본은 훨씬 편하게 이런저런 장비들을 접해볼 수 있었고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지금 오디오 숍이 그렇게 잠재 고객들과 편하게 대하고 있는 것 같이 말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조금 무지막지하게 이런저런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1990년대까지 일본은 여러 오디오 관련에 있어서 큰 시장이면서 다양성을 확보했던 곳이니까요.

인생 아이템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그에 준하는 경험을 하게 해준 정전식들과 만나보게 된 것도 그때였습니다.

이어 스피커로 불리는 스탁스 브랜드와 마틴로건 스피커들을 알게 되고 그쪽 취향에 맞추어 여러 번 세팅을 맞추었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도 환경에 따른 변화라는 것을 잘 몰라 고생을 했던 것도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 안정적인 전원관리와 충분한 공간 확보, 여유 있는 해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체력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은 또 시간이 흐른 후에 경험하게 되지요.


그래도 가장 놀란 경험은 역시 DAC 역할이었습니다.

별도로 고가 DAC 장비가 발매되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 알기 어렵지요.

순수하게 소스 플레이어 + 앰프 + 스피커 조합만으로 모든 것이 완성되는 형태로 이해를 하고 있었는데 그 완성형에 가까운 구성을 맞추려고 하면 일반인 기준으로 좀 어렵지요.

가장 일반적인 경험을 알려주는 대명사는 '틀림없이 있던 소리였지만 안 들렸는데, DAC가 바뀌니까 들린다'입니다.

다만 이 소리를 들려주는 DAC가 너무 비싼 서브 장비이다 보니 당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장비였다 하겠습니다.


실제 지금에 와서는 과거 1천만 원대 제품군이 들려주는 해상력을 100만 원대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시스템 장비를 봐도 그 환경에 따라, 자주 청취하는 음악 취향에 따라 다른 경험치를 더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포스트했던 메리디언 제품군도 1980~90년대에 알았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고, 최근에 들어본 아방가르드 애들도 또 다른 개성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실제 제가 사용하고 좋아하는 마틴 로건도 사용 환경에 따라서 전혀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을 미국에 사는 친구 집에서 듣고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천정이 높은 집'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서울에서 그런 구성을 가진 집을 가지는 것 자체가 오디오를 구성하는 것보다 더 허들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만보가 생각하는 좋은 녀석들


과거에도 포스트를 했지만 초기 관심점이었던 장비는 역시 마란츠 (진공관) 앰프를 기반으로 한 신규 브랜드 조합이었습니다.

누구는 매력적인 매킨토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마크 레빈슨을 말했지만 저는 여전히 큰 소리보다는 아기자기한 소리를 예쁘고 정감있게 뿌려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상 파워 자체는 크게 따지지 않았거든요.

물론 큰 소리, 강한 매력을 뿜어주는 것이 얼마나 화려한 감상을 만들어주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일반 한국 가정집 환경에서 그런 소리를 듣기 위한 준비과정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포기하게 만들어 줍니다.

초기에는 대표적으로 JBL과 보스(BOSE), 탄노이 조합을 해보게 되는데, 탄노이와 매킨토시 조합은 은근히 저에게 암흑의 기억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습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유행했던 레코드플레이어의 바늘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마니아분들 앞에서 저는 그냥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CD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실상, 그 열정과 냉정함에 있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한때 첼로 브랜드로 나온 '앙코르'를 영입하면 굉장히 뭔가 바뀔 줄 알았는데 영~ 아닌 결과를 맞이하고 훌쩍였고, 마침 린필드 브랜드가 새로운 시대감을 알려주고 있어서 접근했는데 하필 추천받아 들어본 앰프가 하이브리드 타입이었던 유니슨 리서치였습니다.

전혀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었고, 결국 크렐이라는 브랜드가 들려주는 안정감과 플로어 타입들이 주는 강한 압박감에 만족을 하고 말았지요. 개인적으로 스레숄드가 들려준 개성치도 좋았지만 이상하게 좋아하는 스피커와 조합하면 다들 요상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금은 포컬로 정착한 JM랩 제품군도 좋아했고, 지금은 B&W에 포함된 클라세 제품도 좋아했습니다.

주변에서 화제였던 엘락 브랜드는 조합이 이상한 것을 만나 굉장히 실망을 하고 말았는데 실제 주변에서 엘락 스피커를 제대로 활용하는 일반 유저를 만나보기 드물어서 어렵다는 인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B&W(Bowers & Wilkins) 브랜드는 굉장히 침착하게 다가가기 좋았는데 스피커들이 대부분 커서 운용하기에 어려웠다는 감상이 남았지요. 혼자만의 생활이라면 어떻게 꾸며보겠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환경에서는 정말 어떻게 굴려볼지 고심하게 되는 애라고 하겠지요. 취미로서는 모니터형 제품 군보다 조금 더 하이파이적 착색이 들어간 제품군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전히 쟈디스와 비엔나 어쿠스틱, 패토스 같은 애들이 가진 특이함에 끌리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더불어 PMC같은 성격이 다른 제품군을 어떻게 연결해서 하이파이적 특징으로 구성하는가도 생각을 해봤지만 대뜸 틸 브랜드가 가진 화끈함에 그냥 귀찮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만 이 애들은 전부 거대해요. 일반인이 쉽게 굴리기 어렵지요.


개인적으로는 거대한 장비들을 제대로 울리기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면 아담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구성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경험 때문에 근래에 많은 분들이 헤드 파이에 충실하게 접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돌아봐도 저는 좀 특이한 인간이라고 하겠지요.

그 비싼 장비에서 애니메이션 음악이나 게임, 영화 사운드를 듣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다즐(Dartzeel) 앰프에 뽕짝을 틀어보는 변태 짓도 했으니 말입니다.

충분한 개성으로는 미션과 레가, 네임, JBL, 크렐, 제프롤랜드 등이 있다고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실패할 경우의 수는 적지만 그만큼 심심한 것도 사실입니다.

조금 하이파이적인 성격과 다르게 좋아하는 음악들이 새로운 장비, 새로운 브랜드에서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궁금하기도 하니까요.

그때마다 이런저런 조합을 해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은 아무래도 수백 번 이상 들었기 때문에 그 차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전혀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는 없었습니다만 이상한 소리를 들려준 경우는 많았습니다.

속칭 기본은 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애들은 다들 가격대가 무시무시해서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말 그대로 비싼 값을 하는 것인데 비싼 것이 값을 못하면 정말 위험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비싼 애가 제 취향과는 다른 소리를 내준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지요.


실제 손쉽게 어떤 기준치 이상을 들려준다고 한다면 '아방가르드 ZERO'같은 애가 참 만만하지요.

다른 것이 거의 필요 없으니까요. 소스와 전원관리만 해주면 됩니다.

최근에 만나본 드비알레도 인티앰프로서 대단히 재미있는 인상을 알려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떤 환경에서도 기본 이상을 들려주는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제 취향적인 기반에서 무난하게 추천을 해도 욕을 먹을 일이 적은 브랜드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당연하게 모니터 오디오, PMC, B&W 제품군은 정말 나쁜 조합이 아닌 이상 무난하게 깔끔한 소리를 확실하게 들려줍니다.


개인적으로 소너스 파베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숙성시키기 어려운 소리라는 것 때문에 취향 저격할만한 영역이 적다는 말도 합니다. 실제 저도 3번 조합해서 2번은 실패를 했으니까요.

그리폰과 다인오디오 같은 애들도 확실히 한 개성을 보여주지만 가격과 공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결국 일반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애라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저는 좀 여건이 좋은 일반주택 생활이니까 에헤헤 했지만 앞으로는 싫건 좋건 아파트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정말 눈물 나더라도 가장 높은 펜트하우스라도 잡지 않는 이상, 사운드를 즐기는 분위기는 갈수록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일반 주택에서 AV용 11.2채널도 전부 풀가동을 해도, 사실 볼륨은 15% 정도 밖에 못 올려요.

방음공사라고 하고 전문시스템을 갖춘다고 하면 모를까, 정말 어려운 현실이지요.

다만 깡으로 과거 하이파이 400W, AV 1150W를 거의 70% 이상 틀어본 경험은 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는 때라서 가능했지요. 앞으로 다가올 연휴같은 때가 되면 서울이 많이 비거든요.


솔직히 기분 같아서는 드비알레 120정도에 PC파이 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공간 효율을 볼 때, 스피커들이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북쉘프 타입으로 만족해야 하니 좀 사치가 되고 맙니다.

마틴로건이라도 동원하려면 결국 프로젝터를 동원해서 150~200인치 화면이랑 함께 한다면 모를까, PC모니터를 가까이 두고 사용할 환경은 아니지요.

덕분에 손쉽게 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아방가르드 ZERO도 공간을 못만들어 포기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것을 포스트하는 것도 가을분위기 맞추려고 오디오 세팅 이것저것 하다가 결국은 포기를 하면서입니다.

쓸데없이 귀는 버려놓아서 계절이 바뀌는 시간에는 은근히 소리에 대한 집착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주변에서 똑같은 소리를 합니다.

그 비싼 장비로 들으면 더 좋냐?

라는 것은 우문이고 현답은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듣는 행복을 언제나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