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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xul Story

만보의 멜랑꼴리(melancholy)한 무엇

남들보다 조금 일찍 외국 생활을 해봤습니다.

2017년 12월까지 다녀본 나라는 25개국 정도 되고 다녀본 도시는 80여 개 정도 됩니다.

일은 좀 중구난방으로 이런저런 것을 하다 보니 일정한 것보다 거의 프리랜서 같은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기본 취미생활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그 외에는 다 개똥철학으로 살아갑니다.

도심생활에 물들어 있지만 취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좀 벗어나 전원생활(귀농은 아니고요)에 꿈을 두고 있지요.



내가 하고 싶은 전원생활이라는 것은 별것 없습니다.

큰 냉장고에 내가 좋아하는 술, 음료, 음료수를 가득 넣어두고, 넓고 높은 공간에서 좋은 음향 시스템으로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큰 화면으로 좋아하는 게임이나 영화 보면서 에헤헤 하고, 넓은 창고 공간에 쌓아둔 장난감들 조립하면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여기에 좋아하는 강아지나 고양이 마음껏 풀어놓고 사는 것도 포함되지만 요건 좀 이래저래 제약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가끔 친분이 있는 웬수나 지나가는 이웃이 뭔가를 원하면 즉석으로 무언가를 꺼내 간단하게 만들어 먹고 에헤헤 하면서 농담이나 나누는 그런 생활을 생각하지요.


이런 삶에 대한 영향을 준 것은 일본에 사는 두 친구, 미국 한 친구, 캐나다 한 친구, 프랑스에 사는 한 친구 때문입니다.

일본 한 친구는 해변이 보이는 큰 창고를 개조해서 살고 있습니다.

일본 한 친구는 산악길 옆에 집과 카페를 만들어 살고 있습니다.

미국 한 친구는 도심 외곽지역에 큰 컨테이너 스타일 주택을 지어 살고 있습니다.

캐나다 한 친구는 특기를 살려 (건축 관련) 나무 집을 지어 살고 있습니다. - 가끔 곰도 나타납니다.

프랑스에 사는 친구는 옛 고성지역을 구입해서 넓고 넓게 살고 있습니다. - 약 3억 정도 가격에 400여 평 정도.


물론 만나러 가보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인터넷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묘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이번에 인터넷도 안되고, 심지어 냉장고도 만나보기 힘든 지역을 좀 돌아다녔습니다.

예, 그렇게 가볼까 말까 하다가 못 가본 아프리카 지역입니다.

물론 취미가 아닌 일로 가는 바람에 블로그에 써먹을 사진 이미지는 없지만 또 다른 의미로 새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만일 거리낄 것이 없다고 하면 뉴질랜드 정도가 취미적인 여유로움으로 좋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유유자적한 도로들을 돌아다니면서 (자전거로) 계절 변화를 보기도 좋고, 공기가 맑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역입니다.

캐나다 쪽은 그렇게 많이 다녀보지 않아서 확실한 것은 모르지만 두 번째로 좋아합니다.

자동차가 아니면 돌아다니기 좀 곤란한 지역이 많다는 것이 걸리지만 (친구랑 술 마시면서 에헤헤 하고 있는데 곰이 나타나서 놀랐던 기억 때문에) 여유로운 호수변에서 예쁜 노을 바라보면서 겔겔 거리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역시 유혹이 많은 곳입니다.


그런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정말로 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요)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특히 음향 쪽을 생각하면 언제나 넓고 높은 공간에 대한 꿈이 확실하게 제 마음속에 자리 잡아 있습니다.

저와 같은 음향 시스템, 오디오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공간이 다른 것만으로 전혀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듣고 확실하게 깨달았지요.

비싼 장비 사두는 것보다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음을 즐기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근래에는 다시 집에 대한 디자인이나 인테리어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제가 관심을 두었던 80년대 말의 최신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실 겉멋에 빠져서 대충 생각해둔 인테리어는 지금에 와서 볼 때 소재공학의 발달 덕분에 굉장히 묘한 구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LED 조명이 아니었던 시대에 본 여러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이해를 지금 기준으로 다시 접근해보니까 굉장히 이상해지더라고요.

몇 개 꾸준히 생각해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지금 시대 설계에 넣어보면 굉장히 어색해집니다. 훌쩍.


한때 퇴폐적인 것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반짝이, 사이키 조명(노래방 조명)에 대한 이상한 열망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포기했거든요.

현관 문을 열면 특이한 사운드 알람을 울리게 해서 흥겨움을 더한다는 계획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연히 기본 라인에서 지워져 있습니다.


전원주택의 꿈이라고 하는 넒은 여유 공간에는 당연하게 RC 레이싱용 미니 서킷을 만들어 둔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시대에 보면 드론 연습장을 만들어 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뭐 그래봤자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요.

이것을 실현시키려면 못해도 4~6가구 정도가 모여서 공동구역을 만들어 관리하지 않고서는 어렵습니다.

일본과 미국에서 취미적인 구성으로 만들어둔 분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 확실합니다.


90년대에 좀 수입이 좋았던 때를 기준으로 생각하면서 쓸데없는 사치스러움에 눈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풀장이 달려있거나, 가든파티 같은 것이 가능한 여유 공간에 관한 것이었는데 주변에서 실제 그런 것을 포함한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리고심을 보면서 장난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순간순간에는 보기 좋을지 몰라도, 살아가면서 그것을 관리해야 하는 주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몇번 쓰고 말 유희에 많은 금전과 시간을 소비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본 노는 것을 제외한 부분에서 무척 게으른 제가 그런 것을 전부 깔끔하게 관리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도 욕실, 샤워나 화장실의 구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꿈은 그대로 유지가 되는 편이었습니다.

풀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유를 잡고 즐길 수 있는 구성 정도는 가지는 것을 생각했는데 근래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돌아볼 때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와 디자인, 설계가 많이 대중화되면서 생각하는 정도의 구성은 충분히 적용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때 제트샤워나 버블바스 같은 것도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그냥 넓고 편안한 분위기만 연출될 수 있는 것이라면 만족을 합니다.

그리고 관리도 편해야 하고요.


그다음은 역시 키친, 조리실입니다.

요리는 조금 좋아합니다.

해외 생활, 혼자 생활이 많았기 때문에 만들어 먹는 습관이 붙었고, 일본에서 오랜 시간 머물 때 이런저런 쇼를 해보았기 때문에 은근히 재료, 도구 같은 것 마련해서 유명 요리점 메뉴를 따라서 만들어 보고하는 것을 해보기도 합니다. 가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책에 나온 요리도 만들어 보고요.


기본은 이런저런 재료를 사다 놓고 있다가 그날그날 만들어 먹는 것, (물론 간단한 것 - 너무 거창한 것 말고 / 과거 이상한 것 따라 만들다가 8시간 잡아먹은 적 있습니다) 누가 찾아오면 그래도 에헤헤 하면서 만들어 먹는 재미를 나눌 수 있는 정도를 생각했는데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정도를 기준으로 삼을 때 여유 있는 싱크대와 조리대는 기본이고 넓은 보관 장소를 생각하면 의외로 공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기본은 거실과 주방을 같이 두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공간의 제약이나 여러 환경에 따른 구성을 생각하면 구별해야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래저래 생각을 할 때마다 구성이나 위치가 바뀌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는 역시 창고. 라고 부를 정도로 좀 썰렁한 보관 공간을 어떻게 하는가입니다.

책과 음반, 여러 소프트웨어, 그 외 잡다한 것들을 보관한다는 의미로 보면 이것도 역시 좀 그렇지요.

어중간하게 만들면 습기나 열기에 의한 변형, 변질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여기에 이동 수단, 기본은 자전거, 자동차 정도이겠지만 이것도 역시 만만한 것이 아니지요.

어떤 지역에 자리를 잡는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니까요.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지만 작은 목공실 정도는 가지고 싶습니다. 선반이나 개인용 데스크 정도는 직접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니까요.

아는 인간을 동원해서 만들어 볼 수도 있겠지만 필요에 따른 이런저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합니다.


이래저래 따지고 봐도 결국 혼자 산다는 생각을 하면 20~30평 내외에서도 충분하지만 인원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여유 구성도 달라집니다.

우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별생각 없이 살아오다 근래 서울지역 여러 부동산 가격들을 알게 되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냥 살다 보니까 이 동네에서 근 30여 년 넘게 굴러다녔는데 이 지역을 비롯하여 이렇게 비싼 수도권 지역에서 살아가는 의미라는 것이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 일반적인 직장, 상권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도권이겠지만 실상 저같이 사는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거든요. 물론, 이번에 장난감용 도구하는 구입하는 것도 제법 고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직접 물건을 보고 고르는 습관을 가진 저에게 수도권을 벗어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이면 무엇이든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1980년대 말부터 이런저런 인테리어, 건축, 디자인 관련 책자나 구성을 관심에 두고 언젠가 살게 될 나만의 공간을 구성할 때 이런저런 것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실제 비용적인 면에서 가장 방심했던 것이 지역 부동산 가격이었습니다.

꾸준히 서울에서 살다 보니 정작 서울 부동산 물가를 전혀 생각하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수도권도 근래에는 빠르게 변화되는 지역이 많아서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것도 많습니다.


최종적으로 주변 인식에 따른 결론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이 좋다는 것입니다.

관리나 삶에 있어서 편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제 기준에서 보면 서울에서 그런 가격을 주고 살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여전히 이 부분은 저에게 있어서 멜랑꼴리한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