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돌아보는 일본여행 part E
제가 한국 전국일주 비슷한 것을 해본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아는 형과 함께 그냥 생각없이 시작을 했지요.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해본다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었지요. 말 그대로 딩가딩가한 고생을 찍~하게 했는데 나름 생각해본 것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각역 정차 기차를 타고 그냥 뱅뱅 돌았지요.
이후 자주 이런저런 여행에 대한 막연한 기준을 두고 돌아다녀보았는데 내가 본 것과 달리 그 때를 기억하고픈 추억 때문에 사진으로 조금씩 찍어두는 취미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다만 현상비가 무시무시했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찍어만 두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실제 찍는다는 것보다는 글로 기록하는 것을 우선시 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고 기록하는 것이 쉬워진 것 때문에 대충 정리해보아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찍어둔 데이터들은 약 6TB 전후가 됩니다. 아쉬운 것은 백업해둔 것으로 안심하고 있었던 500GB급 데이터들이 날아간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그것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시 찍으러 기어나갔습니다.
그러면서 경험한, 이게 참 이상한 일인데 같은 장소에 가도 같은 분위기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과거보다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장비를 자기고 더 만만하게 굴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나서 찍어둔 그것보다 더 못한 사진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지요. 역시 의식을 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날씨도 그렇고요.
일본에서 일반도로가 아닌 고속도로 휴계실은 제법 지역적인 느낌을 보여줍니다. 근래에는 스마트폰으로 그런 장소를 찾아서 이동해보는 것도 제법 재미있지요.
일본은 여러 가지 의미로 상당히 오랜 시간 굴러다녔습니다. 연수로 치면 약 5~6년 정도 머물렀다고 하겠지요. 1991년부터 지금까지 나름 기록을 돌아보아도 가장 많이 다닌 해외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전국을 돌아본 적은 없습니다. 나름 이런저런 일과 더불어 조금씩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언제나 주로 돌아다닌 곳은 도쿄가 중심이었고 다음이 오사카 정도입니다. 그 외 지역은 북해도와 교토, 오키나와 나고야 정도인데 대부분 특정 목적이 아니라 그냥 생각 없이 간 경우가 많아서 좀 아쉽게도 느껴집니다.
우연이라고 하겠지만 같은 시기에 해외, 미국에 나가있던 친구 녀석이 시즌 때마다 모여서 같이 놀고 지냈는데 요 일당들이 모이면 한국인이기는 한데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에 살던 애들이 모여서 요상한 소리 하면서 놀아대는 꼴을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어느 거리를 가도 겁이 없었다고 하겠지요.
그러면서도 일본에 대한 여행을 가장 만만하게 기억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고 (네비게이션 같은 것 없이) 그냥 마구 돌아다녀도 재미있었다는 것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본은 상당히 서구문화 유행에 민감한 스타일이어서 이래저래 많은 것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나라였다고 회고를 합니다. 백화점, 유명거리, 지역한정으로 특화시킨 여러 가지 연출들이 보기 좋았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었지요. 아마 연말, 시즌별로 볼 때 홍콩, 뉴욕과 더불어 가장 도시적이면서도 특징이 강한 모습을 보게되는 나라, 지역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자전거로 돌아다니기 좋은, 거의 하루 14~16시간 이상 걸어 다녀도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일본입니다.
“자전거라고?”
되물으실 분도 계시겠지만. 일본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는 경우 자전거를 하나 구입해서 타고 다니다가 떠날 때 팔고 오는 방법이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일본 교통비가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하는 만큼 웬만한 거리를 이동하는데 있어서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그 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자전거(싼 것은 10,000엔 전후)를 구입하여 굴리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재미있습니다. 물론 지금에는 좋은 것을 장만해서 가지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자전거를 끌고 다녀본 곳은 도쿄 전지역, 오오미야(大宮)지역, 치바(千葉)지역, 오오사카 북구, 중앙구, 동성구, 이쿠노구(生野区)였습니다. 물론 언제나 가게 되는 나니와구(浪速区)나 텐노지구(天王寺区)도 다녔고 고시엔 구장이 있는 다카라츠카(宝塚)쪽 근처까지도 다녀왔습니다. 일본 경제 중심 중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오오사카 혼마치(本町)쪽과 모리노미야(森ノ宮)쪽도 데굴데굴 다녀봤습니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요.
아쉬운 것은 교토지역이었는데 이쪽은 시간을 두고 돌아보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다시 기회가 있다면 2주 정도 시간을 잡고 천천히 교토 근방을 자전거와 함께 돌아다녀보고 싶지요.
일반적인 거리골목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각 시장 뒷골목등을 다녀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물론 오사카 ~ 교토 자전거 굴리기는 제법 힘들지만 좋은 날만 만나면 정말 딩가딩가입니다.
실제 일본 도쿄와 오사카 지역은 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동이 굉장히 쉽습니다. 기어가 없는 녀석으로도 충분히 돌아다닐 정도였으니까요. 한국에서도 자전거를 가지고 돌아다녔지만 진짜로 자전거와 데굴데굴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일본에서 자전거 생활을 하면서였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애들도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었지요. 물론 제가 다닐 때는 하이브리드나 로드 타입을 ?H ?H하고 돌아다닌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크루즈 스타일, 또는 1~2만엔 전후에서 구매해볼 수 있는 애들이 전부였지요. 그렇다고 해도 워낙 산동네에 살아서 다리하나 만은 튼튼했던 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뭐, 이런저런 동네 만화가게나 중고서점들을 돌아다니기 위한 수단으로서 시작을 했더라도 말입니다.
지금이라면 인터넷이 있으니 이런 쇼를 할 필요가 없지만요.
지금은 제법 여러 가지 형태로 자전거를 가지고 해외여행을 해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여행에 작은 동반자 하나 이끌고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제 첫 해외자전거여행은 친구랑 졸업여행이라고 자전거끌고 간 유럽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