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라는 '명칭'에 대한 이야기는 해두고 넘어갑니다.
인간적으로 가장 쉽고 대중적인 단어를 선택한다는 의미로서 만화(漫畵)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단어 자체가 일본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만화책(漫畵冊)과 만화는 기본적으로 다른 의미이고 만화본(漫畵本)이라는 것은 일본어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기술(記述)으로 볼 때, 해석본(解釋本)이라는 명칭을 비롯하여 풀이한 책자. 기술서(書)라는 명칭등은 대부분 한문문화에서 비롯된 형태로서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에 포함된 부분이지만 '본'으로 지칭하는 부분도 역시 일본어,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대부분의 문화적 이해나 의미전달 및 교류, 편의상 뜻이 통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서 만화에 준하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1920년 4월 동아일보에 천리구(千里駒) 김동성(金洞成)이 거론한 ‘그림이야기’라는 명칭이 가장 한국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해화 : 諧畫'라는 명칭으로 1909년 신한민보에서 사용된 적이 있지만 지금 우리가 논하는 구조적 형태로 볼 때 이때는 단칸 그림이야기, 또는 삽화(揷畵)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풍자적, 또는 이해를 돕기위해서 그림으로 축약된 표현을 하게된 것들을 말하지요.
본래 한자문화의 근원인 중국에서는 '희화 : 戱畵'라고 지칭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만화명칭을 기본으로 명칭과 이해가 바뀌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현재, '漫画'라는 일본약식 한자표기로 쓰며 망가(まんが : マンガ)라는 명칭을 쓰고 있습니다.
만화라는 표현명칭의 근원은 호쿠사이가 그렸던 '호쿠사이만화 : 北斎漫畵'에서 비롯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로 인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된 만화 명칭은 이후 꾸준히 아시아, 그리고 동양 팝아트의 선구자적 의미를 포함하면서 지칭되는 단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당시는 그 단어가 가진 의미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만화의 구조적 의미는 다릅니다.
다만 어느정도 알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근래에 웹과 통신상에서 가장 많이 보게되는 일본식 단어, 신조어들의 사용을 보면 어떤 의미나 뜻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남들이 사용하니까 덩달아 같이사용하는 버릇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문화권에서 들여오는 신조어의 이해는 원래가지고 있는 뜻과 달리 이상하게 사용됩니다.
전문용어도 아닌데 어느새 업계에서는 전문용어라면서 뻐기듯이 자주 사용하는 경우도 보게되지요. 대표적으로 물(物)과 본(本)이 있겠지요.
한국은 일제강점기 시절을 통해서 많은 단어적인 선택을 잃어버렸습니다.
때문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되는 단어사용, 활용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래 가지고 있던 의미나 실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으로 토착화되어버린 단어, 전문어라고 오인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됩니다.
이 부분은 바로 '인텔리전트함'을 통한 이해, 뻐김을 위한 신조어 사용이라고 하겠습니다.
대학이라는 곳은 대부분 문화의 상징이면서 지성의 보고라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 제 세대가 다녔던 곳은 대부분 쓸데없이 '우울한 지성의 수렁'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연극 영화 쪽에서는 그 놈의 미장센(Mise-en-scene)이라는 단어 남발과 함께 그것으로 대변되는 더 높은 레벨의 존재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묘한 모습을 보게됩니다. 한국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예술적 감각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미국, 유럽, 일본권에서 들여왔다고 말하는 표현, 단어, 신조어(대부분 물리적으로 새롭게 인식을 했을 뿐이지 이미 존재했던 단어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를 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습니다.
'커피'라는 단어를 통해서 얻은 사회적인 지위와 인식구조를 바꿀 수 있는 관계는 초시에도 존재했지요.
1400~1600년대 문화권에서 거래되는 여러가지 가치 중 향신료, 대추, 커피 등은 문화, 경제, 사회에서 신분의 등급을 가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명칭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가지게 된 것은 3가지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관련 공부를 하러왔다고 할 때, 한국에서 만화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에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영어권에서 사용될 김치, 불고기, 된장, 그리고 두부에 대한 표기에 있어서 문화적 오리지널리티와 가치를 이야기 하게될 때,
일본에 있다 귀국했을 때, 방송계에서 너는 일본에서 왔으니 이런 것을 알겠지? 라고 건내던 단어들이 너무 생소했을 때,
김치는 한국의 음식이다.
한국음식 김치라는 것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런데 그것을 생산, 해외에 먼저 알린 이들은 일본의 기무치 회사였기 때문에 기무치가 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채소절임이었던 저(菹)를 한국에서는 딤채로 발음, 동의했고 사회에서 사용되는 단어였습니다.
지금우리가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배추김치보다 다양한, 그리고 조선시대 말기까지만 해도 무우김치가 일반적이었던 시대상을 볼 때 여러가지 다변화된 명칭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결국 대표성을 가진 김치 단어가 그것을 대변하는 모든 것이 되었고 일반적으로 전문화가 됩니다.
단어의 선택 하나만으로 특허권이나 가치관의 변화라는 것을 논할 수 있겠지만
명칭의 표준화, 의미의 통일은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두부와 불고기, 된장에 대한 한국, 중국, 일본의 명칭은 대단히 극단적으로 갈라지면서 다양한 가치관을 서양에 알렸습니다. 본래의 단어와 의미를 가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타국, 타 문화를 거치면서 다른 의미로 사용된 예는 대표적으로 '캥거루'가 있습니다.
그나마 동일한 의미와 뜻, 사회적 통념을 가진 단어의 선택과 사용은 좋은 사례로 남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무분별한 이용, 사용은 구분을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