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한 분의 취미인이 질문해주신 것 때문에 시작한 글입니다.
질문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왜 마츠모토 레이지는 같은 여자만 그려요?"
이상한 것 같지만 사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여성 캐릭터 상은 우리나라에서 정형화된 몇몇 가지만 알려졌지요. 특히 전설의 여인 '메텔'스타일이 워낙 유명해져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이런 부분은 패턴 만화를 가진 몇몇 작가들의 전형적인 구조론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그런 형태가 많았지요. 스타일로 성공을 거두고 이후 같은 디자인을 가진 캐릭터가 꾸준히 다른 스토리,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영화나 TV 드라마에 나오는 스타 연예인과 같다고 하겠지요.
국내에서 대표적인 형태로 이름을 날린 것은 이현세의 '까치'와 '엄지'가 있고 허영만의 '강토', 이재학의 '추공', 이진주의 '하니'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일본 만화계에서 이런 식으로 패턴화된 스타 캐릭터를 내세우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그림 패턴이라고 하는 것은 작가마다 가지는 고유의 스킬에 속해있는 캐릭터 조형 구성을 말합니다. 익숙한 화체를 통해 구성된 캐릭터 디자인은 보는 이들에게 아 이것은 어떤 작가의 그림, 캐릭터구나 하는 것을 알려줄 정도로 독자적인 구성을 가지는 경우라고 하겠지요. 한국에서는 대본소에 뿌려지는 공장 만화 패턴들이 주를 이루면서 독자적인 작가의 개성보다 한번 유행한 캐릭터 한 개가 대부분의 인기를 차지하는 형태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런 구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요.
마츠모토 레이지의 여성 캐릭터로서 큰 의미를 가진 메텔의 원형을 말할 때는 대부분 은하철도 999보다 9년 전인 1977년에 발표된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기원을 찾게 됩니다. 위에서 보이는 [나타샤 : ナターシャ]라는 작품입니다. 사실 저도 이 작품에 대해서는 표지만 봤고(원작만화가 무척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서 표지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까지는 확인하지 못한 책자 중 하나인데 춥고 거친 숲 속에 사는 미녀(또는 미소녀) 나타샤와 코 시카(コーシカ) 이야기를 그렸다고 합니다. 감동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본래 소녀 만화 지망으로 작품생활을 하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몇 안되는 미소녀 캐릭터가 폭발하는 매력 작품이라고 하겠지요.
이 나타샤는 소년만화잡지 '나카요시 : なかよし' 1968년 1월 증간호에서 단편으로 발표되었고 같은 해 쇼가쿠칸에서 발행 중인 소녀 만화잡지 '소녀 코믹 : 少女コミック' 12월 증간호에서 [불 숲의 코시카 : 火の森のコーシカ]가 발표되면서 마츠모토는 미소녀 캐릭터 만화가로서 큰 지명도를 올리게 됩니다.
더불어 이 두 단편 작품은 별도 책자로 나오지 않은 상태로, 연재된 부분을 따로 편집해서 내놓은 책자나 증간호 책자를 취미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무척 비싸게 거래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우연치 않게 일본 취미인 친구가 소장하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진공포장을 해서 겉모양만 봤을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형태로 구성된 '미소녀 캐릭터' 겸 만화가의 패턴들은 이후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고 일본 미소녀 만화 세계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청년, 소년 캐릭터가 시장 구성에서는 큰 이익구조를 보여주고 있던 반면, 표출되지 않은 이면시장, 동인계에서는 미소녀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문화권이 형성되고 있음을 말할 때 거론되는 책자 중 하나라고 하겠지요.
그러면 여기서 말하게 되는 몇 가지 구분 중 하나가 "왜 미소녀인가?" 하는 점입니다.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소녀상과 달리 급격하게 사회성격이 바뀌어버린 일본에서는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쟁 이후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기존 사회나 국가와 달리 변화 주기가 굉장히 짧았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더불어 너무 급격하게 무너져버린 일본 사회 풍조의 변화 때문에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라는 형태를 말하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부분은 대부분 고전적인 전통성을 주장하던 동양국가들이 겪는 부분이라고 하겠는데 여성이 치마를 입지 않고 바지를 입는다는 것, 미국 문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청바지를 입는다는 점, 더불어 세계 유행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버린 미니스커트를 포함한 성적 매력의 상징성이 더해지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빠르게 변화됩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컬춰, 문화상품 가운데 그 독자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미소녀, SF구성은 일본 오타쿠 문화와 더불어 서브컬처의 중심에 서게 된 미소녀 캐릭터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전에 써둔 적이 있는 미소녀 연구 관련 책자나 동인문화 구조들을 봐도 그러하듯 대부분이 일본 청소년(청소년의 마음을 가진 청년들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창조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에서도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한다면 공과대, 이공계에 베이글 신입생이 들어왔으면 하고 바라는 심리라고 하겠지요.
자신들의 대화 요점을 잘 받아넘기면서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존재. 비일상적인 판타지나 SF, 전자공학이나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표현해 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요구였다고 하겠습니다.
1985년 2월 15일자로 시작된 이 '레몬피플 창간호 : レモン ピープル Best Collection'같은 경우, 이때부터 1998년 9월까지 발간되면서 일본 미소녀 문화의 기준점을 강하게 보여준 잡지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메이저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문화권에서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던 책자를 내고 있던 쿠보쇼텐(久保書店)의 영업력을 기반으로 형성된 관련사 아마토리아 샤(あまとりあ社)에서 출간된 이 책자는 나름 동인계와 사회성을 동반한 만화잡지로서 약칭 'LP', 똔느 '엘 피플'로 불리면서 꾸준히 미소녀 캐릭터의 기준을 선보였습니다.
물론 성격적으로 본다면 역사적인 의미가 강한 [만화 브릿코 : 漫画ブリッコ]와는 또 다른 장르를 보여준 책자이면서 조금은 비 마이너한 구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성인만화로서 발전할 수 있는 시장을 염두에 두고서 갈등을 한 책자라는 말도 할 수 있겠지요. 만화책 문화가 큰 변화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것은 대부분 좋지 않은 사건사고였습니다. 더불어 음침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사회성이 결여된 취미인들의 행동양식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한몫을 하면서 이런 형태로 거래되는 책자들은 표면보다는 다른 형태로, 동인문화, 이벤트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것이 성적인 표현 문화의 한기준을 마련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본 문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적 호기심 = 사업적인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대단한 문화 사업이라는 것은 인정을 해야 합니다. 여전히 서구지역의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서 아시아에서 당당하게 어덜트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성진국이니까요.
다만 성적인 표현으로서 이쪽을 이해한다는 것은 대부분 관련 나라들의 만들어낸 비판적인 시선의 '미소녀 론'입니다.
같은 형태로 할리우드 급 월드 아이돌을 배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일본이나, 빠른 변화기를 통해가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취미 청년들의 욕구가 분출될 수 있는 과정이 이쪽으로 표현된 것뿐이지요.
인간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캐릭터, 물론 현실에서 만나볼 수 없는 여신급 캐릭터에 대한 요구 조건은 영화나 소설이 아니고서는 탄생하기 힘든 구조였고, 여성 자체의 사회진출과 더불어 강해지는 인성을 바라는 사회 요구도 더해지면서 오히려 남성 자체의 분별력이나 판단 기준은 퇴화되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론도 나오게 됩니다.
인류가 가진 발전의 기준은 대부분 번영의 기초에 생식적인 구조로서 많은 자손을 낳아 수적인 우세를 통해 노동력의 확보와 경제적 소비성향의 활성, 그리고 군사적 수의 우위를 말하게 됩니다. 때문에 성과 생산성에 대한 문화, 사회적인 연구는 대부분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으로 권장되는 부분이지요.
다만 결혼제도를 비롯한 종교관들의 대부분이 이후 권리에 대한 논을 더해가면서 이성 간 결혼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당연한 사회 권리 의식주의를 주장하게 되면서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현실론을 통해 배우자 외의 이성을 바라보는 것을 죄악시하는 경우는 또 다른 사회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귀여운 여성 캐릭터가 성적 묘사를 통해 젊은 층의 욕구 해소를 위한 형태로 이용되는 과정이 장사판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몇몇 나라들은 당연히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꾸준히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에 비해서 일본은 까놓고 하는 만큼 또 다른 영역을 시장으로서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고 말을 합니다.
덕분에 자위행위에 대한 시장도 확보할 수 있었고 무분별한 성행위에 의한 임신과 낙태라는 사회현상을 비난하고 경계하는 것과 다른 형태로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70년대 중후반부터 두드러진 일본 미소녀 캐릭터, 만화 시장은 로리콘만화(ロリコン漫画 : 로리타 콤플렉스 만화 : 어린 미소녀가 등장하는 만화) 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 법적 인식은 아직 미숙한 상태여서 만화로 여성의 누드나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행동 표현이 나오는 것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는 점도 또 재미있는 일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유럽식 성적 표현 구조에 등장한 동성애 부분은 상당히 많이 침투되어 일본은 종교관이 뚜렷하지 않은 국가라는 점과 더불어 제약되는 부분이 덜 작용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메론 코믹'이나 '하프리더'같은 책자들이 시장성을 보고 나오기에는 성숙한 시장은 아니었다고 하겠습니다. 취미적인 부분에서 본다면 성적 부분을 만족시켜주는 몇몇 만화 시장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만화 작품 들 중 1%대에 미치기 어렵다고 봅니다. 사실 성문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대체적인 문화구조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오락거리로서 변화될 수 있는 요소나 금전,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구성들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더불어 인터넷이라고 하는 놀라운 문화 전파매체가 있는 지금에 있어서 이런 시대의 작품을 거론하기는 또 묘한 부분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일본은 전체 만화 시장의 약 3%에 해당하는 성인문화 코드를 장착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여타 만화 시장을 가진 국가들은 1% 미만이라는 통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비율과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표본조사에 의한 발표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얌전하게 일반인 행세를 하면서 남몰래 즐기는 분들에 대한 잠정적인 조사치는 나오기 어렵다고 하겠지요. 인터넷 마켓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13% 이상이 성인 유흥 관련으로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사업 분야라고 합니다.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최신 기술, 미디어 전략, 그리고 캐릭터 산업과 더불어 여러 가지 부동산, IT 기술과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고요.
사회성이 포함된 대부분의 만화 시장은 그것을 보고 즐기는 독자들의 시대,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와서 70년대와 80년대를 풍미했던 일본 미소녀 캐릭터 구조나 만화 시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냥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왜 이런 캐릭터가 나왔는지, 유행하게 되었는지 등을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것들은 대부분 뻔합니다.
당시에는 러시아 출신 미녀 모델, 그리고 모피코트를 통해서 선보인 여러 가지 문화충격적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8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는 학부모 집단의 힘이 강해지고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사회가치관과 다른 영역을 표현하는 변태적인 만화 책자들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강해졌고 그런 이들을 수용해야 하는 정치집단의 새로운 패턴분석과도 맞물렸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탄압을 받게 되었지만 이 문화 자체가 가지고 있었던 변화나 구조 자체는 결코 음탕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때문에 동인지 시장이 가진 매력적인 음란스러움보다는 그 외 설정된 판타지, 상상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여유로움도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