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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c Story/Adult

배웠던 만화기술 - 배경 묘사의 정석

타이틀을 일부러 이렇게 적어두었지만 이것은 캐릭터 표현과 마찬가지로 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있었던 90년대 초중반이 여러 가지 변화기를 맞이하여 보여주는 것이 많았던 것 때문에 기억하게 되는 것도 많다고 하겠습니다.



이쪽에 써두는 이유는 성인지향 야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정도 생각과 이해관계가 없이는 알아먹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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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어쩌다가 알게 된 자그마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입니다.시간이 많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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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애들 중에서는 만화는 만화만 알고 보면 된다는 멍청한 소리를 합니다.앞서 말한 2개 포스트를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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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만화기술 - 만들기이쪽에 써두는 이유는 성인지향 야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정도 생각과 이해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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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포스트를 한 적도 있지만 이 글은 제가 1982년 전후로 만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런저런 것을 하다가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일본에서 이런저런 것을 배우면서 경험한 것과 공부한 당시의 노트를 기반으로 재정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좀 고리타분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 1964년작 [潜水艦スーパー99]에서 

크게 따져볼 것 없이 1960~70년대의 만화 표현에는 간결한 만화체 구성에 심리선 구성 외에 쓸데없이 배경 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도움을 주는 제자가 없이 혼자서 다 그리고 완성해야 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연재 30~40p분량을 매주 완성해야 했으니 대단한 압박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부분도 7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작가군이 형성되고 그 작가들의 표현하는 만화 캐릭터, 배경 묘사가 더욱 정밀해지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만화 배경, 그리고 현장 묘사가 등장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의 좋다 나쁘다 같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 기술의 발전된 모습으로 인지하게 됩니다.

더불어 애니메이션 작업에 있어서 표현될 수 있는 작업에 배경 미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구성하는가에 따라서 전달하는 감동의 영역이 다른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요.

초기 작가군에서 데즈카 오사무가 위대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하는데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했고 그 때문에 기성작가들이 할 수 없었던, 생각하지 못한 일본 만화의 표현들을 완성시켰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거론을 한 마츠모토 레이지는 1.5~2세대에 속하는 작가로서 본래 그림체는 순정, 소녀만화체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 아리요시 쿄우코(有吉京子),1976년작 [SWAN]에서 ◁


이 작품을 비롯하여 여러 작품들이 일본 만화의 한 과정, 그리고 전형적인 분위기 연출에 정성을 들였습니다.

실제 스크린 톤을 이용한 표현기법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면 만화가의 역할 이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간다는 의미에서 기본 소양처럼 여겨졌지요.

그리고 이것은 중요한 소년, 소녀 만화의 갈림길이도 했고, 구분을 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크게 나누어 본다면, 영상 기법과는 다른 만화적 표현 수단의 확립과 함께 그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세계관을 완성했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무대연극을 비롯하여 다양한 설치미술 배경들을 연구해서 나온 결과라고도 하겠습니다.

비하론이 아니라 비교론에서 남성작품군과 여성작품군, 그리고 소비되는 고객층으로 나누어진 소년만화, 소녀만화는 일본 만화 영역에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운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믹시장의 큰 분류로서 볼 수 있는 미국에서도 카툰은 소년 지향이 강하게 반영되었고 대부분 추리, 액션, SF, 판타지 등.

속칭 양덕스러운 소재를 주제로 하고 전개되었습니다. 조금씩 드라마가 들어간 부분이 완성되었고 실제 할리퀸을 비롯하여 여성고객에게 통용되는 시장이 존재했지만 그것을 카툰 형태로 따로 만들어낼 가치를 찾지 못했지요.


그런 것이 일본에서는 지금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하여 만화계에까지 일본 캐릭터라는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오리지널리티가 넘치는 순정만화 세계를 창조합니다. '만화체'라고도 말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런 형태로서 돌아볼 수 있는 표현과 구성은 일본 순정만화계밖에 없었습니다.


비교적인 부분에서 선이 강하게 살아있는 소년만화에 비해 소녀만화는 선이 가늘고 예쁜 마감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니 당연히 뒷 배경이 많이 허하게 느껴진다고 하겠습니다. 칸 구성이나 표현에 있어서 어느 정도 효과선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소년만화에 비해서 선이 약하다는 평가를 기준으로 보면 배경 묘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 참고로 이런 부분은 90년대와 2000년대에도 논란의 기준이 됩니다. 연재에 맞춘다는 의미도 있지만, 표현의 하나로서 배경을 일부러 그리지 않는 경우도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독자, 책을 구입해주는 독자에 대한 작가의 방임이라는 의견도 생겨나게 됩니다.

실제 출판된 책자의 여백, 빈 페이지 등을 보면 7~80년대와 90~2000년대가 확연하게 다릅니다.

간단히 말해서 의미 없이 빈 여백 페이지가 존재하는 책자들이지요.

전체 200페이지짜리 만화책을 구입했더니 11페이지가 그냥 하얀 여백이었다. 가끔 제판 상황 때문에 16페이지 정도까지도 여백으로 남는 경우도 생겼는데 그 때문에 그 빈 공간에 이런저런 작가들의 자투리 만화, 글들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정성을 들여서 만들지 않은 작품을 판다는 것은 프로 작가로서 보여줄 모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 논리적 타당성과 신구 작가 세대들의 갈등 요소로 작용을 했고, 이후 80년대를 휘달린 야오이 만화에 대한 인식론도 커지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 라가와 마리모(羅川真里茂), 1991년작 [赤ちゃんと僕]에서 ◁

이 작가 작품을 여기에 예로 삼은 것은 당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가르는 만화작가들의 작품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순정만화작가가 소년만화처럼 간결하거나 거의 생략된 배경 묘사를 하게 된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작가 라가와는 데뷔 전 심사위원에게 '이렇게 배경 묘사가 없는 만화는 안된다'라는 평까지 들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순정만화이기 때문에, 소년만화이기 때문에 된다 안된다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습니다.

7~80년대 황금기를 이끈 명작가들의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으로 탄생한 다양하고 화려한 표현기법들이, 귀찮다고, 연재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생략되어 버린다는 것은 인정받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는 것도 있겠지요. 실제 이때를 신구세대의 갈등 대립기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정부의 지원과 함께 돈이 되는 장사로서 완성되어가는 반면, 출판만화는 대부분 개인의 역량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버리는 독선적인 아티스트 형태가 인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고집, 그리고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강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동인 작가 영역이 강했던 일본에서는 동인 작가로서 즐기는 영역에서 그친다면 모르겠지만 돈을 받아 고객을 즐겁게 해야 하는 의미로서 프로 작가가 된다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나와야 한다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아마추어로서 동인 세계에서 통하는 정도로 프로에서 활약하는 것에 대한 기성작가들의 반발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야오이(やおい)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강하게 나오게 된 것이 이때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지금 시대 분들이 알고 있는 야오이는 여성작가들이 창작한 남성 동성연애 작품들에 대한 총칭으로 알고 있지만,

본래는 야마나시(や : 이야기의 굴곡 없이 ) 오치나시(お : 마침도 제대로 안된) 이미나시(い : 의미도 없는) 동인작품에 대한 비판, 비꼼을 포함한 말로 시작을 했습니다. 동인계에서 만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예쁜 캐릭터만 그려서 작가 취급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만화 작품을 만들어 내는가? 하면 실제 그런 것은 아닌, 그냥 예쁘게 그린 캐릭터를 가지고 제대로 된 스토리 구성도 없이 만들어 선보이는 것을 가지고 깔보면서 하는 비하용어였지요.


실제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배경 묘사, 배경 미술, 구도 연출은 프로 작가로서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표현 방법에 있어서 필수라는 것은 없습니다.

언제든지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고 그것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단, 그러기 전에 어떤 것이 있는지 정도는 조금 알고 시작하는 것을 권장하게 됩니다. 그냥 막무가내로 혼자서 모든 것을 다 만들어 표현한다고 해도 그것을 보는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면 좀 그렇고 그렇지요.


실제로 한국에서 표현되는 만화 기법의 표현, 구성들은 대부분 일본 출판만화에서 이어지는 것이 많습니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흑백 만화에서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많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이 사용된 기법들이 있었지만 일상을 능가할 수는 없었지요. 그런 가운데 '컬러'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역시 출판 방식과 비용의 문제로 인해서 한계를 가집니다.

이 부분은 지금 우리나라에 크게 혼재되어 있는 웹툰과 출판만화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2차원 창작세계의 확장이라는 부분에서 글로만 이루어지는 소설과 달리, 만화는 작화에 영화 기법이 더해져서 더욱 강한, 이해가 쉬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초기에는 흑백영화 같은 정도로 구성될 수 있는 정보력이었지만 이제는 초 스펙터클 울트라 블록버스터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엄청한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되어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화력을 인정하는 문정후 작가 정도의 작화, 표현력을 가진 작가라면 나름 구성을 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도 하겠지만 모든 작가가 그렇게 그려내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일본이라면 하기와라(만화 바스타드의 작가)나 오구레이토(에어기어, 천상천하 작가)와 같이 놀라운 작화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의 온기가 그렇게 널리 퍼지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계로 치면 블록버스터 감독은 되지만 오스카같은 부분에서는 상을 받을 수 없는 감독이나 배우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꾸준히 말을 하지만 만화는 작화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결국은 스토리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서, 구성이 어떻게 독자에게 다가오는가에 따라서 바뀝니다.

더 예쁘고 멋진 캐릭터가 나온다고 해서 어벙한 스토리가 있어 보이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단순한 오락 작품이 되고 말지요.


다음에는 작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소재찾기와 이야기 만들기 (1) 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