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취미 영역을 자랑하는 분들에게는 별반 차이 없는 이야기겠지만 가을은 은근히 취미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식도락을 비롯하여, 여행, 독서, 음악 감상. 게임. 그리고 장난감 조립에 있어서 최적화된 때라는 말을 하지요.
남성 지향이라 농을 하던 플라모델 조립, 도색도 이제는 성별 차이 없이 누구나 집중해서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취미 영역으로 보급되어 있습니다. 물론, 장르적인 구분에 있어서는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요.
즐겁게 가지고 논다 구분을 가진 제 경우에는 사실 조립과 도색, 디오라마 구성이라는 것도 디스플레이 과정보다는 직접 두들기고 박살 내면서 가지고 노는 손맛을 중요시합니다.
그런 점을 보면 완성품과 다를 바 없는 아이템을 좋아한다고 하겠지만 (초합금 제품은 어떤 의미에서 볼 때 완성형이라고 하겠지요) 쓸데없이 레진이나 마이너 제품군을 좋아하다 보니 이래저래 고심을 하게 됩니다.
사실상 방구석에 너무 쌓여있는 아이템들 덕분에 이것을 어찌해야 할지 걱정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어찌 되었든 반다이가 한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MG 더블 제타 Ka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가을도 맞이하겠다 하나 정도는 조립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방구석에 어딘가에 있을 도구들이 안 보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집에 들어오면서 하나 사들고 왔습니다.
근래에는 이런저런 애들이 많이 나와있어서 니퍼를 선택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집 근처나 일하는 곳 주변에는 이런 것을 구입할 곳이 없어서 한참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이번에 구입을 하면 써본 적이 없는 애를 한번 구입해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그런 물품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과거 일본에 있었을 때는 어느 동네이건 모델숍과 게임숍, 만화책자를 취급하는 서점이 있어서 손쉽게 구입을 했는데 이렇게 취미심 불타는 서울에서 그런 것을 하나 장만해보려고 해도 이래저래 골치 아프게 해줍니다.
그런데 툴을 찾겠다고 방구석을 뒤져보니 과거에 나왔던 'MG 풀 아머 더블제타'도 아직 미조립 상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훌쩍. 옆에 찬조 출연을 해준 MG 리 가즈이도 역시 조립 도중이었던 것을 떠올립니다.
오랜만에 가보지 않은 방구석 창고부를 찾아보니 확실히 먼지와 함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전에 아시는 분이 있는 것이나 다 만들고 새것을 구입하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전 사재기 파도 아닌데 말이지요) 이렇게 돌아보니 이미 MG는 저기에서부터 제작이 멈추어져 있습니다.
HG들도 SEED 때 애들 때부터 멈추어져 있으니 훌쩍이지요.
V와 V2는 이제 MG 버전으로 훌륭한 애들이 나와있는데 과거에 사둔 이 애들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엘가임 애들도 새롭게 리뉴얼 된 애들이 나와있으니 이런 골동품을 그냥 쌓아만 두고 있는 것도 좀 그렇지요.
그놈의 언젠가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만 계속하다가 이 꼴입니다.
참고로 그 아래에 있는 것은 빅오 레진 버전입니다. 부품 사진만 찍어두고 그만 조립을......
가조 후에 언젠가 디오라마에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묵여둔 애들도 좀 있지요. 훌쩍.
1/144 스케일 애들도 좀 쌓여 있어서 훌쩍입니다.
대표적인 애들은 일찍 만져봤지만 이후 그렇게 많이 건드리지 않아서 대부분 가조나 베이스 색만 칠해진 상태로 그냥 방치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다시 작업을 하려고 해도 참 힘들어지는데 말입니다.
과거 기록(기억)으로는 자동차 스케일 모델을 조립하는데 중간에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는데 11년 정도 걸렸는데 이쪽 애들도 거의 그에 준하는 기록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재건축때문에 이사까지 하게되면 더욱 무서운 애들이 되고 말지요.
MG로 나왔던 패트레이버 제품군도 그냥 박스만 오픈해보고 멈추었지요.
이런 것이 보이면 꺼내서 열어봐야 하는데 상당히 먼 곳에 쌓여있어서 열어보러 갈 수 없었습니다.
이쪽은 일본에서 녹화해왔던 VHS 영상들을 백업한다는 생각으로 건드렸다가 백업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두었다가 징계 먹고 계정이 영구 정지되어 훌쩍이면서 멈춘 흔적들입니다.
뭐 이런저런 취미 기록을 포스트 하겠다고 쇼를 했다가 멈추었던 것은 이 블로그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고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이야기지요.
참고로 연습하겠다고 따로 모아둔 클럽들도 먼지 먹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필드 안 나가 본 것도 오래되었고 근래에는 가볼 일도 없어서 연습 자체를 해볼 일이 없네요.
사실 깡으로 연습 2번 정도 하고 바로 현장을 뛰었던 실전 체질이다 보니 연습을 한다는 것에 의미가 없지만요.
풀백은 다른 쪽에 역시 먼지 먹은 상태로 있는데 비행기 화물용 포장이 된 상태로 그대로입니다. 수년 전에 다녀와서는 열어보지도 않았으니 말입니다.
가을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 해진 다고 하는데, 따스해진 때와 다르게 조금 건조하고 사색적인 바람이 불어오자 진공관 앰프에도 불을 넣어보고 싶어지면서 오디오 앨범도 다시 뒤적여보게 됩니다.
우선은 목표를 한 MG 더블 제타 Ka 버전을 뚜껑이라도 열어봐야 할 터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