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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ion Story/2010 / 21c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 - 그 존재는 선인가 악인가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
デビルマン Crybaby
TV Series
공포 액션 드라마
2018년 1월 5일
전 10화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湯浅政明)
제작사 사이언스 SARU (サイエンスSARU)
감상 매체 TV (Netflix)

스토리 감동 20 : 14
스토리 웃음 15 : 6
스토리 특색 10 : 8
작화 캐릭터 15 : 14
작화 미술 10 : 7
음악 10 : 7
연출 10 : 7
Extra 10 : 8
71 Points = ★★★★



우선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원작 만화는 1972년에 등장한 나가이 고우(永井豪)의 [데빌맨]입니다.

예, 1972년이지요.

이 시대에 나온 작품들은 은근히 안티 히어로, 그리고 디스토피아를 기반으로 한 불안감과 미래 암시적인 구성들이 많았습니다.

급속한 과학과 경제 발달로 인해 과거의 관습에 묶여있는 사람들과 빠르게 이해 습득해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세대 간 격차, 이해충돌, 그리고 분리되어가는 과도기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드라마를 보기 쉬웠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미소 냉전이라고 하는 세계적 정서에 힘을 입은 여러 미래상에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구성이 많았습니다.

더불어 여기저기에서 말하는 '인간성의 상실'은 큰 사회적 화제였다고 하겠습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함께 급속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새로운 형태의 문화, 교육 관계에서 발생되는 다양성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일관된 고정 개념에 묶여사는 사람들과의 이해관계 충돌은 상당히 많은 아픔을 낳았다고 하겠습니다.

경제, 물질의 풍요로움에 비해 정신의 황폐화가 거론되었던 시기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과거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었지만 나가이 고우의 작품들은 대부분 세대 감이 확실히 다른 구성을 보여주었고, 폭력, SF, 그리고 성적 묘사에 대한 자유분방함이 작품의 묘미이면서도 여러 가지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SF나 로봇, 초능력이 나오는 만화 작품이 허무맹랑, 황당무계하다고 규제를 받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그 문화적 적응 레벨은 다른 것이었지만 오락적인 요소로서 하급 문화 취급을 받던 만화 장르에서 등장한 묘한 세계는 말 그대로 애들 영역이나 웃고 넘어가는 것도 있었지만 애들 영역이니까 허락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제, 경우에도 이 작품을 리얼타임으로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불법 해적판으로 몇 번 나오기는 했지만 그 과격한 결말 구성 때문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이질감에 대한 공포심과 경계, 그리고 적대행위는 틀림없이 수많은 인간의 역사에서 알려진 것이지만 그것이 현대 시대에서도 보일 것인가?라는 점을 볼 때 굉장히 타부적인 요소였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종교적인 해석으로 볼 때 서양과 달리 다신, 신앙의 해석이 좀 얇은 일본 사회에서 보는 선과 악의 대립은 사실 극명하게 정의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소년만화라는 장르에서 표현되기에는 너무 센세이션 한 작품이었다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평가하는 요소가 이 데빌맨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대중적인 접근에서는 TV판 애니메이션과 같이 많이 순화된, 영웅상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실제 데빌맨, 후도 아키라가 가지고 있었던 기본은 그냥 '보통 사람'이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특별한 사상이나 이해관계에 묶여있지 않은, 보통 사람으로서 약한 사람에 연민을 느끼고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성, 사랑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사춘기의 심리과장 상태가 후도 아키라였다고 하겠지요. 이후, 그것이 인간관계가 아닌 사회관계, 그리고 대립되는 사람들의 이해가 꼬여가는 가운데 더욱 복잡한 시선을 받게 되지만 실상, 그 사람 자체는 변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작품에서 표현되는 오락적 요소, 즉 폭력묘사와 성에 대한 에로티시즘은 확실히 소년만화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다시 재구성되기에는 또 여러 가지 벽이 생기기 때문에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1990년대에 들어 나왔던 OVA 작품들을 보더라도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과 폭력적 묘사에 대한 오락성이 증가되었지만 성적 표현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묘하게 감추어져 나왔습니다.

초기 OVA3부작이 완결되지 못한 것은 오락적인 요소가 극대화되었던 마지막 전투에 어느 정도의 예산과 표현 구성이 통과될 수 있었는가에 달려있었는데 그것이 좌절된 것은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남기면서 현실의 벽을 보여주었습니다.


※ 자세한 이야기는 절찬 판매 중인 [애니 보기의 정석]에 나와있습니다. 에헤헤.



1999년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멸망 예언설에 대한 문화적 이해는 일본이 무척 활발하게 거론한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어떤 형태로건 세상은 1999년이라는 시대의 한계를 기준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지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가 그러했고 [북두의 권]이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할리우드 영화들이 한 번은 멸망을 한 인류의 미래를 그리는 작품들을 내놓아 인기를 끌었지요.

단, 이런 작품들의 공통점은 오락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까지 포함하는가에 따라 컬트, 소수 애호 작품의 영역을 달리했다는 것입니다.

대중의 사람을 흠뻑 받은 작품도 있었지만 너무 마니악 하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은 작품도 있었습니다.

데빌맨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원작 만화 그 자체는 틀림없이 여러 아티스트와 컬트 문화권에서 흥분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중 요소는 적었고,

반면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TV 애니메이션은 적당히 소년소녀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재미를 보장했습니다.

마침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프로레슬링'과 같은 대결구도, 육탄전이라는 요소가 더해져서 말입니다.

덕분에 같은 작품을 기반으로 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팬층은 확연하게 갈라졌습니다.


8~90년대에 들어서 다시 재조명하게 된 나가이 고우의 작품세계.

그리고 90년대 말에 들어 세기가 바뀌는 이 순간에 일본의 문화적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확대해석된 나가이 고우에 대한 평가.

이런 부분들이 더해져서 나가이 고우의 작품은 너무 앞서 나온 귀재의 영역을 대표하는 이해를 얻게 됩니다.

더불어 꼭 선과 악, 좋고 나쁜 것이라고 칭하는 세대의 변화에 어느 쪽이 답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도 좋았다고 하겠습니다.

작가가 1967년부터 지금 시대까지 발표한 만화 작품들을 보면 상당히 오락적인 요소가 많고 경박하다고 볼 수 있는 표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만화가로서의 표현력보다, 아이디어, 원작 설정에 있어서 뛰어난 개성을 가진 작가라는 평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진 [ハレンチ学園], [あばしり一家] [マジンガー Z] [キューティーハニー] [バイオレンスジャック] 들을 보아도 대부분 선과 악의 개념보다 오락적 요소, 신선한 형태로 선을 보인 캐릭터 구성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정작 캐릭터 성격들은 대부분 소년만화를 기반으로 했던 것 때문에 비슷해 보인다는 점도 많았습니다.

SF를 기반으로 한 호러, 액션, 서스펜스 작품군을 보더라도 [骨法伝説夢必殺拳], [凄ノ王], [ダンテ神曲], [鬼  2889年の反乱], [미드나이트 솔저]와 같은 작품들이 다양성을 보여주었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단편에서 출발한 기획 작품들이 더 흥미진진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작품 세계만으로 본다면 오히려 데빌맨은 신선하다기 보다, 조금 개성이 강한 드라마에 소재와 변화점을 극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생각을 합니다.



2018년이 되어, 넷플릭스의 자본을 기반으로 확실하게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재편한 애니메이션이 등장한다는 소문은 일찍부터 많은 데빌맨 팬들에게 기쁨이었습니다. 일본 작품이지만 일본 내에서도 확실한 인지도를 얻는 것이 모호했던 데빌맨 스토리가 지금에 와서라도 완성된 형태로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요.

다만, 기획과 전 10화 구성이라는 것, 오리지널(나가이 고우 초기 원작 만화 5권 분량)에 기반을 둔 스토리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래저래 뒷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나가이 고우는 초기 구성 이후에 이런저런 형태로 데빌맨 세계를 확장시켜왔기 때문에 미국 특유의 시즌제를 도입해서 오리지널이 나온 후에 확장되는 시즌 2~3 타이틀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었지요.

실제, 어느 정도 놀라운 디자인과 개성을 가진 소재로서는 뛰어난 작품이지만 끝을 본 작품치고는 모호한 부분이 많은, 설정이 부족한 작품이었다는 논란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세계관 확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서브 캐릭터로 설정된 신규 등장인물들의 구성입니다.

단수하게 보면 그냥 지나가는 것을 끝날 애들이지만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이웃,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매혹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은 원작에서 표현된 것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다양성을 포함한 구성이라고 하겠습니다. '랩'이나 스마트폰,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의 접근, 표현도 충분히 좋은 느낌을 보여주었고요.



이야기의 기반이 되는 악마와 신 그리고 인간들의 관계를 바라보면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악마가 가진 요소는 아무래도 자유분방한 폭력과 힘에 의한 지배를 통한 해방감이라고 하겠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요소라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이기적인 것이 당연한 폭력과 폭력의 지배관계가 영상으로 표현되려면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점들을 최대한 이끌어내면서도 그것이 어색하지 않게 진행되게 하려면 참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연출해야겠지요.

반면 다크 히어로적인 요소로서 바라보는 데빌맨의 역동성, 그리고 대립하는 데몬 족과 데몬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을 가진 데빌맨 그룹의 차이라는 것도 또 다른 의미로서 본다면 결국 폭력과 폭력의 대립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 보여주는가에 따른 만족감도 이 작품을 바라보는 포인트가 될 수 있겠습니다.


자극적인 폭력 표현이라는 부분에서 본다면 은근히 모자란 부분이 많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오락적 블록버스터 급 작품으로 기대한 분들에게는 실망감이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락 요소로서 본다면 1972년에 등장한 TV 애니메이션 쪽이 더 흥미로울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살짝 돌려본다면 1987년과 1990년에 나온 OVA, 그리고 2000년에 등장했던 데빌맨 묵시록 쪽이 더 호쾌하고 매력적인 세계관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원작 자체를 그렇게 깔끔하게 이어받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결말과 구성이었지만요.


그래서 이번 10화 분량의 에피소드에서는 원작에 충실한 이해를 보여주고 이후 어나더 월드나 또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될 부분을 표현하는 시즌 2나 3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실제 넷플릭스에 가서 보면 '시즌 1'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어서 이후 상황에 따라 후속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됩니다만, 과연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어떨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이후 시즌이 이어져 나온다면 다시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상 일본 컬트 계열에서 보면 데빌맨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형태로건 재창조가 가능한, 영역에 속해있었습니다.

데빌맨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는 것과 함께 다양한 일러스트와 기대감을 표출시킨 책자들이 소개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90년대와 99년대, 2000년대 초에 있었던 새로운 데빌맨 붐에 대한 이야기와도 접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작 만화가의 그림이 그렇게 잘~ 그렸다고 하기 어려운, 이해가 편하고 쉽게 그려진 구성이었던 점과 상징적인 악마상과 여러 창조적인 기초 디자인만 존재한 상태로 어중간한 붐만 일으키고 끝난 작품이다 보니 이후 아티스트들에게는 상상해볼 여지, 자신의 개성을 첨가해볼 만한 여력이 많은 작품이었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누구누구판 데빌맨, 사탄……. 이런 식으로 다양성이 있는 세계관이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감독인 유아사 마사아키는 개성적인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많은 팬들이 이야기하는 오락, 액션적인 부분은 아쉽다고 하겠지만 우수한 표현력과 연출, 그리고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내적 요소를 보여주는 작품 해석은 뛰어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유아사 감독이 가지고 있는 표현 구성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작품이건 자신의 색깔을 진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을 담당한 '사이언스 SARU : サイエンスSARU'도 2013년도에 미국 카툰네트워크에서 TV 시리즈로 만들어진 [어드벤처 타임 : Adventure Time] 제작과 함께 설립된 것인데 유아사의 재능과 저작환경이 더해져서 2014년에 등장했던 [핑퐁 디 애니메이션 ピンポン THE ANIMATION]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감독의 대중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었던 은근 마이너 컬트 TV 애니메이션 [다다미 넉 장 반 세계 일주]를 거론하게 되겠지만 이 스타일이 정말 대중적인 것인가에 대한 부분과 연출 구성력에 대한 접근성은 좀 기준이 다르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이 감독이 이런 사악한 액션을 동반해야 할 작품 연출에 어울리는 것일까 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유아사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신임은 일본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았기 때문에 이런 기획이 성립될 수 있었다고 하겠지요.

앞에서 말한 어드벤처 타임이라는 TV 시리즈에서 감독, 각본, 콘티를 담당한 에피소드 'Food Chain'이 미국 Annie Award TV 부문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2015년 '핑퐁~'이 TV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 2017년 4월에 공개했던 유아사 감독의 2번째 장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자 오리지널 작품인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 夜明け告げるルーのうた]가 앙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장편부 분 최고상인 크리스털 상을 받으면서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공개했던 [밤은 짧아 걷게나 아가씨 : 夜は短し歩けよ乙女]도 오와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일본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장편부문 그랑프리를 받으면서 말 그대로 유아사의 이름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갔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앙시에서 장편 최고상을 받은 일본인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다카하다 이사오(高畑勲)에 이어 3번째라고 합니다.


앞서 거론한 작품들이 대부분 심리적 묘사를 기반으로 한 코미디 계열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외적인 인지도에 비해 액션과 사악한 데몬과 인간의 불신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특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작화 구성은 아무래도 유아사 스타일과는 달라서 아래 포스터 같은 구성은 아닐 것이라는 말도 있었지요.



결국, 일본을 비롯하여 해외의 평가를 기반으로 보자면 이 작품이 성공인가 아닌가라는 부분을 많이 거론하게 되는데 취향과 구성의 다름이 호불호의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나가이 고우의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를 충실하게 현대적인 구성에 맞게 보여준 점은 틀림없이 대단히 좋은 평가를 내릴 요소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오락적 요소와 해외자본, 평가가치, 그리고 1970년대와 2010년대라고 하는 시대성의 변화를 바라볼 때,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그로 인해 그것이 보여주려고 한 이야기의 핵심이 과연 어떤 것인지도 조금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저로서는 역시 선과 악의 대립을 표면적인 형태로 보고, 그 안에서 이야기한 인간성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데빌맨 세계를 잘 그려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오락적인 조미료와 조금 더 확장된 세계관을 보고 싶다는 아쉬움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건 이 작품을 기폭제로 해서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생기고요. 이미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과 인도에는 거대 자본지원에 의한 독자적인 제작 환경이 구축되어 가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투자에 비해 양질의 작품들이 펑펑 쏟아져 나오기란 어려운 만큼, 일본이 가지고 있는 특징보다 세계적인 안목에서 볼 때 조금 더 목적의식이 강한 작품군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고, 이미 [볼트론]을 비롯하여 일본산 오리지널에 대한, 일본에서는 형성하기 어려운 오리지널 감각을 더한 작품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추억의 작품들이 세상에 빛을 보기 바라게 됩니다.


물론 가끔 생각 없는 팬들은 이후 설정된 신구성이나 여타 세계관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바이올런스한 그 작품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독립된 데빌맨 월드 하나만을 본다면 현재 구성된 이 에피소드들은 올바른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어떤 형태로 확장될 수 있을지는 그 이후 시즌이 만들어질 때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단순하게 바라는 점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유아사 스타일이 반영된 시즌이 이어진다면 이후 등장할 시즌 2나 3에서는 조금 더 오리지널 색을 더했으면 하는 바람도 생깁니다. 실제 [바이올렌스 잭]을 제외한 나가이 고우의 데빌맨 월드는 좀 어정쩡한 구석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과거 TV 시리즈야 그냥 돈 벌기, 장사를 기반으로 구성된 부분이 많았다는 점 때문에 오락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는 따로 말해두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고 OVA는 자금과 시기적인 아쉬움 때문에 흐지부지했던 것이기에 이번을 기회로 새로운 세계관이 완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기준이 하나 만들어지면 이후, 조금 더 확장된 팬덤과 함께 더욱 매력적인 구성을 가지고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데빌맨 월드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상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CRY BABY'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상실하고 남아있는 유일한 인간성으로 대표되는 사랑에 대한 절망적인 요구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도 사랑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알게 모르게 인색합니다.

남을 돕고, 이해하고 격려하고, 아끼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도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풍요로운 천국에서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킨 사탄에게 결여되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표현된 마지막 눈물과 함께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마키무라 키키에 대한 후도 아키라의 감정은 이성적인 것이라고 할 때,

아키라에 대한 아스카 료의 감정은 동성적인 것이라 지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인간 본연의 마음, 타인을 배려라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아가는 인간의 따스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습니다.


성적 요소로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구성이나 동성연애 표현이 진부하다고 욕을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오히려 크라이 베이비라는 타이틀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이 작품의 의미를 진하게 전달하고 있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Go Nagai-Devilman Crybaby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