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겨먹은 것이 좀 칙칙한 컬러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무척 인상적인,
어떻게보면 사악하기 그지없는 유혹을 보여준 제품이 바로 이 애들, 그리폰 브랜드입니다.
말 그대로 그리폰은 신화에 나오는 그 그리폰(Gryphon)을 말합니다.
인티앰프 Diablo를 비롯하여 제법 큰 스피커 트라이덴트(Trident)를 가지고
아주 단촐하게(?) 묶여서 나와있었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느낄 수 없을지 몰라도 굉장히 튼실한 아이들입니다.
채널당 8옴에 500W 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는 수치보다도
저런 덩치빨에 어쩌면 저리도 곱고 아름다운 선율을 솔솔솔 뽑아내는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게 해줍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접근하기도, 연결된 상태에서 청음해보기도 굉장히 어려운
단일 시스템이지만 제법 한가하게 만져볼 수 있어서 에헤헤~ 했습니다.
그만큼 아까 말한 JBL애들과 함께 오랜시간 청음해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더 고가 장비들로 무장한 애가 있었지만 장소가 문 입구쪽에 배치되어 있어서
새는 소리가 많다는 것 때문에 좀 아슬아슬했던 반면 이 녀석과 JBL 9900묶음은
벽면을 바라보고 있어서 훨씬 좋은 청음 위치에 있었습니다.
개성강한 디자인은 물론이요. 그 디자인 자체에서도 강력한 포스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어지간한 품새로는 따라올수도 없는 녀석입니다.
과거 망가유닛을 탑재한 스피커를 볼 때 참 괴상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 애는 디자인이라고 하기에도 묘한 괴상한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에
사악한 마녀의 유혹이라는 생각을 가지게도 합니다.
무게가 여유있게 200kg에 달하는 아이인 만큼 덩치빨, 무게감, 화려함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치명적인 유혹은 어지간한 브랜드로는
접근조차 못하게 만드는 '깡'이 있습니다.
그리폰 CDP는 앰프나 스피커 영역과 비교해 볼때 그렇게 명기 수준에 들어갈 어떤 경우를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접한 경우가 접습니다. 한 때 아다지오가
조금 싼 환율덕분에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지만
기본가격대가 상당히 쎄다는 점때문에 그리폰 브랜드에서 허우적거리는 팬이 아니라면
굉장히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들어보면 이 그리폰 제품 CDP들은 나름대로 소리에서
품격을 가지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가격대비로 본다면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 좀 어렵지만
이번에 들어본 그리콘 미카도 시그네츄어는
덴마크 브랜드의 섬세한 음질과 투명감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모양새는 칙칙해 보여서 싸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요 녀석은 밸런스 출력으로 구성된 CDP이면서
독립전원 레귤레이터가 4개, 그것도 32비트 /192kHz
듀얼 DAC로 구성되어 있어서 굉장히 깔끔한
음색을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투명한 음색이나 아날로그한 음색처리 등으로
굉장히 많이 생각해보게 해주는 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유럽사운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그리폰의 심장이면서
정밀한 디스크 클램프와 더불어 어떤 음반도 잘 처리한다고 보겠습니다.
그리폰은 바로 옆에 한 단계 아래인 아틀란티스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도 선을 보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쪽을 들어볼 이유는 없지요.
열심히 저는 큰애들, 억단위가 2번 들어가는 이 애들을 들어보았습니다.
한량없이 그냥 에헤헤 하면서 들어볼 수 있다면 몇 달은 들으면서 에헤헤 하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음의 높낮이부터 깊이, 중고음을 청명하게 울려주는 매력은 그런 부분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유혹 그 자체가 아닐까 합니다.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도 있다고 하겠지만
소리 자체가 상당히 고급스러운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싸구려라고 뻥을 치고 집안에 들여다 놓아도
틀어보면 대번 들통나게 될 것 같습니다.
단, 제 개인적인 취향에서 본다면 음 공간감이 너무 넓어서 어지간한 공간에서
울리려면 혼만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약 5m정도 떨어져서 감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커스나 음의 깊이가 더해서
조금 더 물러선 다음에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형시스템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정도껏 수준에 맞는 공간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이 애들이랑 마주하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