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이 제품을 회자하는 때에는 꼭 생각나는 것이 ‘300만 화소’와 ‘접사’입니다.
디지털 카메라, 그것도 이런 스냅 콤팩트 카메라 장르에서 이런 경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또 있었겠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제품 자체는 2000년도에 나온 모델로 이미 그 매력적인 느낌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앞서 말한 색감과 브랜드 지명도 때문에 올림푸스 카메디아2020을, 이후 휴대성 때문에 후지필름 제품을 사용했었는데 자꾸만 이 녀석이 눈에 밟히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조금 나중에 이 녀석을 구입했는데, 구입 후 바로 995라는 모델이 나와서 한동안 울었던 제품이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신제품 출시 라인업에도 조금 신경을 쓰게되었다는 저만의 전설이 있습니다(^^).
기존에 AV기기를 구입할 때는 나름대로 제품 주기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구입을 했지만, 사실 디지털 카메라 부분에 있어서 이렇게 빨리 빨리 신제품들이 쏟아질지를 예상하지 못한 저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지만 정말 DSLR을 구입하고 난 이후에도 콤팩트 카메라 시장의 놀랍도록 빠른 제품사이클은 지금도 허거걱~ 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니콘 쿨픽스 시리즈가 접사(接寫)에 있어 강하다는 점은 이미 이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용을 했지만 니콘 제품이 내주는 발색은 디지털적인 색감(色感)이 강해서 그랬는지 차갑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포토샵에서 손을 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어느새 접사라는 부분을 제외하고서는 활용되는 일이 없어진 제품이 되기도 했지요.
쿨픽스 시리즈는 이전부터 꾸준히 나오면서 컴팩트 카메라 시장에 있어서 니콘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저에게 있어서 올림푸스, 후지필름, 니콘은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고, 이 990의 렌즈 밝기가 F2.6~4에 속한 제품이라는 점은 꾸준히 그 매력적인 화사함을 선사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이때 사용하던 모니터 기준으로 1600*1200화소 구성 이미지는 살당히 갈끔했고 툭하면 바탕화면을 찍어서 바꾸는 쇼를 하게 만든, 그런 추억이 있습니다.
995라는 모델이 좀 더 늦게 발표되고 디지털제품에 대한 작지만 확고했던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었더라면 조금 더 많이 활용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만 해도 아직 필름카메라, SLR제품을 버리기 아까워하던 때였으니까요.
그래도 USB지원을 통해서 조금 더 빨라진 PC읽기나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950모델의 전통을 잘 이어받은 990은 가희 무적의 시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950은 친구가 사용하던 모델이어서 저도 몇 번 만져보게 되었고 이후 990으로 넘어가는 신뢰도를 안겨준 모델이라서 더욱 찐~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특히 화질 지원부분에 있어서 만족감이 높았고 TIFF포맷지원에 no sharpening, no image effects 방식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속도도 빨라졌고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고질적이라고 할 수 있었던 디카들의 오토포커스 속도나 부정확성, 저같이 풍경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꼭이라고 할 수 있는 광각촬영에 있어서 좀 애매한 느낌 등은 이 제품뿐 아니라 그 시대의 제품들이 대부분 안고 있었던 문제였다고 하겠지만 역시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녀석은 3배 줌 렌즈에 밝기도 좋고, 접사도 되고, 화질도 깔끔했기 때문에 오래 사용할 것 같았지만, 워낙 빠른 디지털 카메라 출시 사이클 때문에 순식간에 헐값이 되어 팔려나간 기억이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