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
미국 /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MOVIE
서부 범죄 드라마
감상매체 TV DVD
1969년
즐거움 50 : 36
보는 것 30 : 17
듣는 것 10 : 7
Extra 10 : 6
66 point =
1969년에 나온 걸작 영화입니다. 음악이 좋아서, 배우들이 좋아서 덜렁 봤다가 결말은 보고 한동안 생각했습니다. 본래 해피엔딩을 지향하는 저로서는 무언가 모르게 음악이나 분위기들이 이렇게 갈 것 같지는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럴 수가!!’ 였습니다.
결말만을 빼고 보면 점잖은(?) 서부영화라고 할까요? 실제로 있었던 일을 각색한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이렇게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런 명배우들이 열연할 필요가 있었는지 하는 것 말입니다. 그것을 제외하고 보면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성을 빼고 보면 영화는 좋은 형태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 타이틀 제목인 ‘내일을 향해 쏴라’와는 달리 (타이틀은 멋진 명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영문 타이틀에 나와있는 부치 캐시디(Butch Cassidy)와 선댄스 키드(Sundance Kid)는 실존인물이고 그들이 활동한 산골짜기 갱단(The Hole In The Wall Gang)도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1890년대 서부시대를 기준으로 잘 보여준 나름 로드무비 성격을 가진 스타일인데 어떻게 보면 낭만적이고 어떻게 보면 철이 덜든 두 인간이 보여주는 묘한 매력을 잘 연출해 낸 작품입니다.
주로 은행과 열차를 털어서 활동하는 이들은 대조적인 두 인간, 부치와 선댄스가 가진 성격만큼 묘한 밸런스를 가지고 삶을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감상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성격적으로 무계획성에 가까운 진행을 보면서 이들의 앞날이 결코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주게 됩니다. 근 세대와 비교해보면 묘하게 일치되는 부분도 있다고 하겠지요. 실제, 갱의 삶이라는 것이 그려질 수 있다는 것도 미국적인 스타일이라고 말을 하겠지만 범죄자들의 심리, 삶이라는 것이 어떤 로맨스로 그려지는 것은 참 묘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 영화에 나온 그 음악, BJ 토마스가 부른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를 만든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은 4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았고 27회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수상했는데 나중에 제가 또 좋아하게 된 영화 <아서 : Arthur>에서 주제곡 "Arthur's Theme"를 크리스토퍼 크로스에게 부르게 해서 다시 54회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39회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 외에도 좋아하는 <카지노 로얄> 주제곡 "Casino Royale"은 트럼펫 주자 허브 알퍼트(Herb Alpert)가 불어서 1967년의 매력을 듬뿍알려주었지요. 때문에 이 영화를 기억하는 여러 가지 조건 중에 음악이라는 분위기가 있는 아이템을 빼고 이야기하기란 어려웠다고 하겠습니다. 조금은 우울할 수 있는 그 분위기를 음악으로 경쾌히 그려서 재미를 주었으니 말입니다. 참고로 영화 <오스틴 파워> 시리즈 음악도 그가 담당했는데 제가 따로 포스팅한 퀸시존스의 ‘Soul Bossa Nova’를 도입한 것도 버트가 연출한 매력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감독 조지 로이힐이나 주연을 한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트의 매력을 가지고 기억하기보다 그 음악에 더 매료된 쪽이라고 하겠지요. TV에서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스토리나 구성, 그리고 그 시대상을 가지고 논해볼 수 있는 영화적인 매력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작품을 기억할 때 꼭 음악이 먼저 떠오르니 말입니다.
물론 제 느낌과 달리 당시 세상은 명작으로서 이 작품을 꼽습니다. 1971년도 제 24회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음악상은 물론이요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음향상, 편집상, 촬영상, 각본상, 감독상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빗 린상이 수여되었고, 1970년도 미국작가조합상에서 각본상을 수상, 1970년도 42회 미국 아카데미에서는 촬영상과 각본상이 수여되었습니다.
물론 각본을 쓴 윌리엄 골드먼(William Goldman)의 전성기였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지요. 개인적으로 정치풍자성이 강한 1976년도작품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 : All The President's Men>을 통해서 이 작가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지만 이작품에서도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름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더스틴 호프만의 열연이 조금 더 빛났지만요.
실제 서부영화라는 배경을 가지고 돌아보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정의와 법의 구분에 따른 인간적인 극적 긴장감을 가지고 보여줄 수 있는 삶과 죽음의 드라마인데 대부분 “악당은 죽어도 싸다”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 여타 영화들과 달리 악당들도 나름 자신들의 삶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인정을 합니다. 극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용 서부영화 역할을 부인한 점에서 본다면 이만한 작품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더불어 나름 마음을 잡고 바른 생활로 돌아가려고 할 때 과거에 벌인 인과(因果)에 의해서 그들이 당하는 수난은 역시 인정과는 다른 세상의 섭리라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