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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ion Story/1980 / 20c

도미니온 - 마사무네의 SF사상이 보이는 작품


도미니온

일본 / ドミニオン

SF 액션 코미디

OVA

1988년 작품

전 4화

감독 마시모 코우이치(真下耕一) / 이시야마 타카아키(石山タカ明)

제작사 에이젼트 21(エイジェント21)

감상매체 VHS /  DVD


스토리-감동 20 : 12

스토리-웃음 15 : 8

스토리-특색 10 : 8

작화-캐릭터 15 : 13

작화-미술 10 : 7

음악 10 : 7

연출 10 : 6

Extra 10 : 7

68 Points = 

시로 마사무네는 일본에서도 특색 있는 작가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거물(?)이라고 해야겠지요. ‘원작만화’는 상당히 즐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친구 중 한명은 시로우 마사무네(士郎正宗) 작품 들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었다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무척 강렬한 SF팬이면서 독자적인 SF세계관을 추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시로우 마사무네는 본래 오사카 예술대학 예술학부 미술학과 유화학과를 졸업하고 미술 선생 면허를 취득했지만 대학생활 중에 참가했던 만화연구단체 ‘아틀라스’에서 동인활동을 하면서 내놓은 동인지에서 ‘블랙매직’을 발표했었습니다. 이후에 친구들과 출판사에 자신의 작품을 팔기위해서 노력한 결과 청심사에서 <애플시드>를 출간할 수 있게 되고 당시의 풍조로 본다면 사이버 펑크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었고 자신만의 상상으로 연출할 수 있었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작품에 잘 융합시켜 지금의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작가가 가진 멋진 상상력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인정받은, 재미와 멋을 자랑하는 작품이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하드SF분류에 속하는 작품성향 때문에 일반 팬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좀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공각기동대’ 때문에 좀 더 넓은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의 작품은 등장 초기부터 마니악하고 하드한 SF작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SF작품이면서도 미소녀가 등장하고 멋진 채색감각이 더해진 컬러 일러스트 들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그의 만화만큼이나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지위도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반면 애플시드를 비롯해서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작품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작가 중 하나로 팬들에게 있어서 공각이나, 애플시드와 같은 작품을 만화다운 완결로 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이 ‘도미니온’은 작가가 연재한 만화작품 ‘오리온’과 함께 제대로 된 완결을 본 작품으로 여타 작품에 비해서 알기 쉬운 구성, 알기 쉬운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좋은 분위기를 가진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사무네가 보여준 원작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작가가 그린 만화책자 안에 포함된 문자, 해설이 무척 많은 것 때문에 강한 개성을 느낄 수 있는데 해설적인 부분과 치밀한 그림 구성이 많아진 지금 작풍과 달리 이 도미니온은 좀 여유가 있는(물론 일반 작품에 비해서 해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 SF만화들과 비교해보아도 깔끔하고 보기 좋은 캐릭터관을 잘 구성하고 있어서 만화 자체의 팬들도 많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작품을 보기 힘든 반면 이 작품은 이OVA시리즈 말고도 스토리가 이어지는 1993년도 OVA작품이 다시 나왔고 2005년도에 새롭게 OVA가 제작되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이해가 쉽고 멋진 세계관(작가 작품 중에서 단순명쾌한 형태)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 작품은 3번이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등장할 수 있었다고 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1988년부터 1989년까지 4부작으로 발표된 도미니온 시리즈 애니메이션 가운데 첫 작품으로 에이전트21(エイジェント21)이 제작을 담당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한 ‘소녀대’의 노래로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 작품으로서 <체리 문에서 춤추게 해주세요 : チェリ-ム-ンで踊らせて>와 <별의 오르골 : 星のオルゴ-ル>은 아직도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다만 별의 오르골은 아직 음반을 구하질 못했으니 이번에 일본에 갈 때 다시 한번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주인공 레오나와 이미지 캐릭터로 볼 수 있는 안나후마, 유니후마의 개그 콤비는 역시 이 작품을 지지하는 멋진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서사투리를 써가는 모습도 뭔가 모르게 친숙미가 있지요. 캐릭터 성향 자체가 무척 코믹하게 되어 있어서 여타 작품들의 성격과 비교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이 작품이 가진 살벌한 매력은 역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미래사회'라는 모습이겠지요.

안나와 유니는 본래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보그이고 여기에 악당으로 나오는 부악크는 본래 인간들이 제멋대로 인체실험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생명체. 정치와 과학이 손을 잡고 만들어낸 부산물들이 결국은 새로운 악을 부르고 그 과정에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탱크 폴리스와 같은 극단적인 수단이 등장했으니 작가는 이 밝은 분위기 속 작품에서도 결코 밝지만은 않은 미래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경쾌하지만 결코 그 내부는 가볍지 않은 시로 마사무네의 SF관이 잘 살아있는 작품성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5년도판으로 나온 3DCG작품을 보다가 이 작품이 생각나게 되더군요. 역시 뭔가 모르게 추억의 작품들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 2006


전체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1993년에 나온 <특수전차대 도미니온 : 特捜戦車隊ドミニオン>과 2005년에 등장한 <경찰전차대 TANK S.W.A.T : 警察戦車隊 TANK S.W.A.T>으로 재구성, 다시 제작되어지면서 이런저런 화제를 낳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역시 원작 만화가 가지고 있는 가벼운 분위기와 가볍지 않은 주제를 잘 연결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이겠지요. <애플시드>와 함께 시로 마사무네의 대표작으로 알려지는 <공각기동대>와는 달리 보는 맛이 가벼운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어쩌면 지금처럼 미소녀 일러스트레이터로 더 알려져버린 마사무네의 근대적인 스타일감을 잘 보여주는 작품, 그리고 그가 그리려고 한 SF세계관에 있어서 가장 잘 부합되는 형태가 이 탱크 폴리스 도미니온의 세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됩니다. 인공적인 미학을 바탕으로 그려지는, 탄생한 아름다운 미소녀들의 기이하고 특출난 형태는 확실히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세계이니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는 시로 마사무네 작품치고는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그 가벼움이 일반 대중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우습지만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주인공 레오나와 그런 주변 인물들이 겪어가는 인생관은 사실 정의와 악을 구분하는 것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삶이 지켜지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것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지요.

특수한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악덕을 행하는 부악크, 안나후마, 유니후마라는 존재는 결코 밉지 않은 상황을 보여줍니다. 조금 다른 시점을 가진 작품이라면 이 캐릭터들은 그냥 생각없는 말썽쟁이 범죄집단일 뿐이겠지만요. 결국 도미니온에서는 상반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쌍둥이 같은 조직적 사회의 구성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 안에서 보여주는 엉뚱한 일반인(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것을 보여줍니다. 특징적인 범죄자와 경찰의 대립, 그 안에서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사회가 원하는 정의론이나 징벌론이 아닌, 자신이 속한 삶의 안정을 위해서 싸우는 소녀 레오나는 어쩌면 우리 현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히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세계관은 사실 끝이 없는 현실과 같은 구성이라고 생각을 하게됩니다. 겨우 4편밖에 안되는, 조금은 어정쩡한 형태로 완성된 OVA작품이지만 이 안에서 보여주는 열정과 환희, 그리고 욕망이라는 것은 사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후에 나온 작품에서 등장한 페어리,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캐릭터들은 이후 인류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 희생되는 것이 당연한 존재들이라는 형태로 그려지지만 그런 것을 앞으로 진짜 허용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느끼게도 해줍니다.

강대국의 원리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이기적인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 약한 존재, 없어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희생을 강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1960~70년대를 유행한 SF적 사고관 중 하나라고 하겠지요. 때문에 밝고 명랑한 미래만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해와 달리 그 안에서 철저하게 무너져야 하는 상대적인 희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게됩니다. 그런 점에서 시로 마사무네는 공통적인 세계를 보여준다고 하겠지요. 유일하게 다른 형태로 그 정의를 보여준 작품은 <오리온>이지만 말입니다. -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