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ic Story/Comics

BELNE이 그린 LONDON NOTE



LONDON NOTE

일본 / 만화 화보집

읽어볼 가치 

이 책자는 제가 좀 이상한 형태로 손에 잡게된 작품입니다. 우선 이 작가 'BELNE : 베르네' 라는 존재부터가 저에게는 비밀스러웠지요.

상당히 모 만화가 작풍과 비슷하면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자랑하는 형태인데 근대적으로 볼 때 일본 동인만화와 BL만화, 그리고 심미(沈美)만화 계열에서 그 기반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본래 일본에 있을 때 동인만화가 몇들과 친분을 가지면서 기존 만화가 시스템과 동인만화, 그리고 대학만화 계열에서 말하게 되는 '문화적인 차이'라는 부분에서 외국인이 얼마나 이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조사 당하는 샘플 내에서 좀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이미 어느정도 일본어 소통이 가능했고, 만화적인 부분에서 이해되는 취미로운 단어에 이해가 많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타 외국인 샘플보다 더 많은 이해, 접근도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 동인만화 문화라는 것을 외국인이 완전하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힘들지요.

이 책이 발간된 것은 1990년 1월로 '작화그룹'에서 발단된 여러가지 실험적 마니아 지향 책자 중 하나였습니다.

히지리 유키와 마자키 신고, 미나모토 타로 같은 동인작화인을 비롯하여 다양한 동인 ~ 아마추어 ~ 프로만화가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진들 작화나 일러스트 또는 단편적인 실험작품들을 모아서 넣은 책자가 이쪽 시리즈입니다. 이 작가 BELNE 는 1983년부터 자가출판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을 알려온 형태로서 니가타(新潟) 출신 만화가로서 꾸준히 Comitia 만화 워크샵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이벤트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성격은 아니라고 해도 단편적인 일러스트 작업을 가지고 활동을 했고 타케미야 케이코(竹宮惠子) 같은 기성작가진들과 꾸준히 교류를 가지면서 현재는 교토 세이카 대학 만화학부 조교수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작가의 메이저 데뷔는 의외롭게도 1976년입니다.


메이저 데뷔를 했지만 그녀는 특성있는 동인문화, 그리고 자유도가 높은 표현에 대한 낭만적인 표현을 버리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출판만화가로서 성공을 할 수 있는 기반보다는 동인활동을 더 많이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완전히 비(非) 메이저 작가이기 때문에 그 기준을 일반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어렵다는 말을 하게됩니다. 그런 작가가 내놓은 몇 안되는 책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인데 그 때를 기준으로 할 때 상당히 특징이 강한 컬러채색과 캐릭터 구성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당시 메이저 작가라면 끝까지 잘 표현되어야 할 몇몇 부분들은 그냥 대충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이런 형태로서 인식해 보면 저도 만화를 그릴 때 손 표현이나 옷자락 표현이 약해서 고심을 했던 것이 있었는데 오히려 동인, 아마추어 구성에서는 그런 것이 꼭 정확한 스킬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기본은 센스입니다. 센스와 표현의 차이라는 것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워낙 주변에 그림을 잘그리는 인간들이 많아서 훌쩍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만화가가 못되는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지요) 표현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것을 꼭 일반적인 것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달리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지요.

BELNE는 작가이면서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신의 길을 보여주었고 그 안에서 표현되는 색다른 세계를 만들었다고 하겠지요. 이 책자에서 거론된 <런던거리의 나날>은 그녀가 실제 1984년과 1988년에 가보았을 때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한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을 다녀온 만화작가 타케미야 케이코도 <스페니쉬 할렘 :SPANISH HAREM>을 만들어 보여주면서 시대적인 특징을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이 때를 기준으로 한 동인, 여성향 만화작품에서 구현되는 런던이라는 이미지는 BL구성, 야오이만화 형태에 있어서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반적인 남성이 구입해서 보기에는 적당한 거리감이 있다고 하겠지요. 다만 남성캐릭터가 여성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본다는 형태로 이해를 하면 나름 빠르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제가 일본 순정만화의 흐름이나 동인만화,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인 현상을 이어서 볼 수 있었던 기준 중 하나를 알려준 작가로서 이 책자가 방구석에 남아있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일상적으로 호모, 게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지 않은 시대에 있어서 몇몇 영국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동성연애 사실을 밝히면서 그것이 화제였던 부분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대표적인 표현캐릭터로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을 보면 확실히 1980년대초까지 이어온 '색다른 소녀취향'이라는 말을 하게됩니다. 물론 남성작가중에서 그런 경향을 가진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팔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표현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오히려 동인들의 활동영역이라는 자리에서 남겨질 수밖에 없었던 BL 작품 성향들은 이후 많은 기준을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메이저 작가 활동과 동인작가 활동을 동시에 다양하게 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독자적으로 지켜온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에 있었던 만화클럽 부원들 중 빛나던 개성을 보여주는 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지금은 대표적인 활동이 잘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2010년도 전후까지 유지를 했던 홈페이지가 아직은 살아있으니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가보시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은 제가 보고 싶어서 구입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