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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c Story/Comics

만보가 보는 한국만화

만보라는 인간에게 있어서 한국만화책 관련에 대한 추억이란 우선 '대본만화책방'과 '해적판'이겠지요.

대부분 그 시대 작품들이 그러하듯 한국만화와 일본 번안만화가 쌓여있던 사이에서 나름 한국적인 만화방 정서를 키우던 저로서는 어렸을 적,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기 이전부터 들락거렸던 곳입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저로서는 그냥 돌아다녀볼 곳이 적었기 때문에 만화방을 들락거렸다고 하겠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이미 무협지까지 섭렵해서 제법 한자습득력이 높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취미블로그에서 한국만화 관련, 자료들을 백업해두지 못한 것은 나름 안타깝게 생각을 합니다.

그 원인으로서 제일 큰 것은 역시 1992년, 모아둔 한국 만화책 1600여권이 전부 강냉이로 바뀌었을 때였다고 하겠습니다. 마침 주변에서 15년 정도 운영을 하던 한 만화가게가 망하면서 책들을 정리할 때, 조금 싸게 몰아서 구입을 했던 것은 지금도 생생한 추억입니다. 조금 마이너한 70~80년대 만화책들도 제법 있었고, 그중 고르고 골라서 약 400여권을 들고 집에 들어왔었습니다. 그것이 부모님 눈에 확~ 들어오는 사건의 빌미가 되고 말았지만요.

당시 일본에 있었기 때문에 방학시즌에 잠깐 들어와서 돌아다니다가 알고 있던 한국 만화방 하나가 망해서 없어진다기에 가서 책들을 들고왔는데 그것을 본 부모님은 제가 다시 일본에 간 사이에 싸그리 몰아서 강냉이랑 맞바꾸신 것입니다. 당시는 아직 감상문 정리, 이미지 백업도 해두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8개월만에 돌아와서 방을 보고는 "헉!" 했지요.

그나마 방구석에 있던 일본 만화책들이 버려지지 않은 것은 뭔가 모르게 '비싸보여서' 라는 이유때문에 / 그만큼 한국 대본소 만화는 싸구려틱, 폐지스럽게 보였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무사할 수 있었지만 ………… 그때 버려진 만화책들이 가진 소중함을 되돌아 보면 참 훌쩍이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이후에 대본소용 전문 만화, 한국 대본소용 만화 시장은 상당히 묘한 변화를 겪게 되면서 질적, 구성, 시장성이 모두 떨어지는, 그리고 외면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상당히 많이 없어집니다. 1995년에 귀국했을 때는 너무 만화방들이 없어져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나름 봉천동, 신림동, 구로, 마포, 방배동, 면목동, 부산, 인천, 대전 에 있었던 만화가게 들을 섭렵했던 저로서는 (허영만의 <무당거미> 시리즈 첫 대본소 배포 책자를 위해서 부산에 갔던 적이 있지요) 지금은 그래도 조금 나중에 '다시 모으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생활과 더불어 IMF까지 맞이하게되니 뭐 그런 여유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21세기가 되어 과거 만화방에서 보았던 대본소 만화를 비롯한 해적판 만화 관련 자료들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무척 아쉬웠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때 그때 잘 정리하고 꼭꼭 숨겨두지 않은 제 잘못이지요. 나름 업무상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관련 연표나 자료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이것은 뭐 참 그러하더군요.

다행히도 친, 후배들이 그런 일들을 대신해서 잘 정리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개성이 강한 일본과 미국 만화에 대한 추억이나 자료들을 정리할 때는 좋은 것이 많았지만 유독 한국만화에 대한 추억이나 감상은 머리 속에만 많으면서 그것을 정리해본다는 의미에서 보면 참 고생스러운 과정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철인 헤라클레스와 뱅가드>같은 작품을 제대로 찾아보지도 못하고, 나름 독자적인 해석을 넣어서 만들었던 오리지널 해적판 만화 - 일본판 원작 캐릭터나 스토리를 가져와서 독자적으로 그려나간 작품들 - 에 대한 추억이나 자료들을 조금씩 생각을 해보면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여전히 1964년에 창간을 한 소년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만화들에 대한 기록도 제대로 없는 것을 보면서 추억하기 힘든 과거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구성을 해놓지 않은 것을 여전히 아파하고 있습니다. 차성진이나 김상이 그린 만화에 대한 추억이라는 것은 나름 발굴되고 있지만 말입니다. 물론 추억하는 이들이 살아있는 동안은 어느정도 회자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 그런 것들은 있었던 것도 아닌, 묘한 어둠 속 추억이 되고 말아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지요.

 

80~90년대 한국만화에 대한 단상이라기도 보다. 꾸준히 보면서 즐겨왔던 추억스러운 취미인으로서 돌아보면 굉장히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보고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만화라는 세계가  만화와 '경제', 만화와 '사회', 그리고 '의식의 변화'라는 점이 저에게 크게 작용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 보고 즐기는 만화문화에 있어서 그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본 번안 만화들과 달리 한국만화시장은 독자적인 구성을 가지기 어려웠던 대본만화시장과 더불어 출판만화, 잡지만화, 그리고 웹툰으로서 변화되는 과정에서 상당히 다른 소비문화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만화관련 문화를 사회적 지위에서 낮지 앉게 형성한 일본이나 미국, 유럽 시장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지요. 더불어 독자를 위한 만화인지, 만화잡지를 위한 만화인지, 만화 골수팬을 위한 만화인지, 만화가를 위한 만화인지 잘 모르게 되는 구분도 심각해서 이제 한국만화가 가지는 정체성이나 시장구도, 그리고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가끔 들어보면 만화기술은 늘어났지만 정작 불친절한 만화, 소재 다변화에 따라서 오히려 일반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만화들만 존재하게 된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더불어 보면 현재 '기술적인 면으로서 보고 즐길 수 있는 만화'에 대한 접근과 사회적인 구성원으로서 보게되는 만화, 그리고 만화 자체가 가진 시대상 들은 확실히 여러가지 사회문화 기준에 있어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 가치를 보여준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히어로 만화와 (미국에는 히어로 만화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일본 만화 시장, 그리고 1950~2010년도 간 벌어진 변화라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그 시대의 실상과, 사회, 정치, 경제 배경을 깔고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보면서 은근하게 돌아보게되는 이해관계, 그리고 만화기술 발전, 표현 변화, 구도와 설정, 소재 다변성 등을 보면서 더욱 깊은 애정도를 느끼게 된다고 하겠지요.

지금 인터넷 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취미노력자들의 결과에 따라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한국 만화 1960년대와 70년대의 부족한 자료와 더불어 여명기, 여기에 80년대 초까지 이어진 대본소 만화 시장의 급격한 형성과 몰락, 이후 출판만화시장이 가졌던 짧은 성장과 쇠퇴, 9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변화를 꿈꾼 만화시장들이 자생하려고한 노력 들을 돌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들일 때 보았던 만화의 감상, 절대적인 기준은 "재미있는가 없는가" 입니다.

당연히 모든 이들이 가지는 흥미로운 접점이라고 하겠지만 이 부분은 만화라는 장르에 접근하게 되는 19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생 독자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으로서 작용한다고 하겠습니다. 만화를 본다라는 행동자체가 유희, 즐거움을 얻기위한 수단으로서 개발, 발전되어 왔기 때문인데 그것이 이후 사회적인 생태에 따라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게 됩니다. 근래에 가장 많이 보게되는 것이 '시사성과 교육'이라는 부분입니다.

다만 이 것은 그 만화를 선택해서 골라보려고 하는 자아를 가진 독자가 고르는 과정이 아니라 대부분 사회적인 인지력 성숙과 부모 및 환경에 의한 선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만화를 본다는 입장에서는 '재미' 그리고 조금 더 성숙한 과정에서 보게되는 기준에서 다른 기준들이 적용된다고 하겠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작화력과 구성, 연출, 스토리를 가진 작가라고 해도 그것이 '재미없다' / 이해하기 힘들다 라는 부분을 가지게 되면 그만큼 대중적인 접근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물론 사람들은 보고 즐기는 기준에 있어서 감동을 우선할 수 있고, 웃음을 우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동에 대한 이해나 접근이라는 것도 삶에 대한 숙지, 영웅심을 자극하는 성공기, 나(독자)의 연령대와 환경에 맞는 작품세계 (대표적으로 청춘만화, 학교만화, 직장만화) 등이 있습니다.




개성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들 실상에서 볼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묘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만화는 꼭 만화가 아니더라도 표현이 가능한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만화라는 장르는 아무래도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치가 남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기존 영화나 드라마, 표현될 수 있는 아트적 구성에 있어서도 한 단계 빨리 나갈 수 있는 진취성을 보여왔습니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사실과 같이 접하게 할 수 있는 가치때문에 감수성이 높은 아동, 청소년기에는 만화를 통한 이해관계 습득이 훨씬 높습니다. 그만큼 기준이 되는 가치가 대단히 사회적이고 대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단것을 먹어보지 않은 아이에게, 매운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그런 음식, 감각이라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말이지요. 때문에 대부분 독자들은 현실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을 재해석, 구성하면서 보여주는 시각적인 효과는 만화세계가 가진 굉장히 높은 가치이면서 기술로서 뛰어난 발전을 보여온 분야입니다.

 

단순하게 애들이 보는 만화로서 말한다면 "재미있었다." 라는 말로 끝나고 말겠지만,

다른 쪽에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라는 것이 문화적, 사회적, 전통적 가치를 지닌 만화로서 이해를 하게된다면 그것은 또 그만큼 즐거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만화에게 걸어보는 기대라는 것도 바로 그런 점들이라고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