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아메코미 통신 볼륨 1 특집 와일드 스톰의 세계
일본 / 電撃アメコミ通信 vol.1 特集:ワイルドストームの世界
미국 코믹 특집 화보
1998년 12월 발행
출판사 카도카와 / 슈부노 토모 : 角川 /主婦の友
정가 1,800엔(세금 비포함)
읽어볼 가치
이 책자는 아무래도 시절이 시절인지라 방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기는 한데 어디있는지 알지 못해서 다시 표지 스캔을 해두지 못했네요.
1999년에 들어서는 일본은 (말 그대로 세기말 분위기) 미국 코믹에 대한 잔잔한 붐이 있었고 그것을 반영하듯 이러한 잡지가 나왔었습니다.
오히려 미국에는 없는 미국 코믹스에 대한 정보지는 무척 진귀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역시 덜렁 사왔습니다. 지금에 와서 이것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즐거웠던 시대라는 생각을 하게돼는데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듣고 보고 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만화문화가 발달한 사회라는 것이 좀 우습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국제적인 팝 아트 장르를 차지하고 있는 만화, 애니메이션 이야기는 국경을 뛰어넘은 멋이 있다고 해야겠지요. 창간호답게 ‘짐 리’의 인터뷰를 비롯해서 화제의 미국 코믹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2005
이런 책자가 나온 것에 의미를 두려먼 제법 역사적 인식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당시 1800엔이나 하는 가격대에도 놀랄 수밖에 없었고 이런 가격에 사볼 만화관련 정보지라는 것은 아무래도 미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식을 확실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1990년대 중후반, 일본 만화책 전문 판매점에 가보면 일본어로 번역된 미국 코믹이 제법 있었습니다. 영어판 코믹지와 달리 일본판은 인쇄 상태나 종이질이 훨씬 좋아서 가격도 조금 센 편이었지요.
공식적으로 일본 거대 출판사가 손을 대서 일본 내에서 미국 만화 시장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였지요.
저도 캐나다 사는 친구를 통해서 한국에서 미국산 코믹을 몇개 구입해서 볼 수 있었지만 이때는 오히려 캐나다 친구가 일본판 미국코믹 책자를 구입해달라는 주문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다만 일본 내에서 만화책 시장 점유율을 제대로 전개해보기도 전에 대부분 망했지요. 1999년, 세기말 분위기 + 일본 할리우드 SF액션 영화의 붐, 더불어 'X맨'을 비롯하여 새로운 마블, DC코믹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에 이렇게 새로 전개한 것은 이해를 하지만 말입니다.
단, 이 미국산 코믹이 일본시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못한 부분에 대한 분석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미국만화시장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태로 불리는 것처럼 친절하게 칸 칸 구도가 잘 이어지는 형태가 아니라 어느정도 독자의 상상력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설명적인 부분이 많아서 실제 만화책이라는 형태로 보기에는 일본식과 많이 다릅니다.
일본 만화는 테즈카를 비롯하여 미국 월드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영향을 받은 것 만큼 오히려 구성묘사, 시퀀스 제작이 훨씬 더 세밀하게 자세한 형태로 전개되었습니다. 덕분에 만화적 표현기술력에 대한 연구와 접근은 당연히 일본산 만화책이 더 보기 편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개성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해도 많이 불친절한, 그래픽 일러스트만 멋들어지게 표현하는 컬러책을 비싸게 구입해 본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분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초인, 영웅담을 비롯하여 다양한 SF, 판타지 장르 역사관을 보면 그런 캐릭터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대상'과 함께 관심을 둘 수 있을 정도는 되겠다고 하겠지요. 이것은 당시 오따쿠 산업이라고 지칭하게되는 다양한 접근, 소비력을 가진 고어팬층을 확산시키고자하는 의도도 강했다고 하겠습니다. 1990년대 초중반은 일본산 애니메이션을 비롯하여 일본산 만화책들이 손쉽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역으로 볼 때 미국산 컬러만화책자를 들고와서 일본시장에 뿌려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었다고 하겠지요.
저는 잘 모르는 1960~70년대 미국산 코믹에 대한 일본시장 진출시도는 제법 있었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본다면 미국시장에 무언가를 팔기위한 조건 중 하나로서 '미국산 문화 아이템에 대한 수입요구'도 있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상호교환을 하는 형식으로 미국작품을 모방한 일본산 작품에 대한 오락성이 인정받아 많이 미국으로 건너가고 그중 몇개가 다시 일본으로 들어왔습니다. 일본은 전후 세대 변화에 있어서 어느정도 서구문화, 미국문화에 대해 저항심이 적은 형태였지만 이상하리만치 만화 시장은 일부팬층에게만 먹혔습니다. 아무래도 먹고살기 바쁜데 세상을 구원하는 고독한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악으로서 살아야 했던 점이 있었던 만큼 정의로운 표현에서는 미국산 코믹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부분을 요구했다고 보기도 합니다.
게다가 돈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각 출판사에서 이런 서양책자들을 들고오면서 여러가지 판권, 번역자 의역에 따라서 달라지는 개성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후발주자일 수록 이런 표현구성을 새롭게 바꾸거나 다시 바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A사가 1970년대 초에 들고온 그냥 '괴물악당'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후 유니버스나 다양한 악의 축, '빌런'이라고 통칭되는 과정들이 늘어나게되자 표현 하나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워집니다. 1970년대 말, 1980년대에 새롭게 들고온 회사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다시 번역과 명칭들을 바꾸어 유니버스, 타임바, 빌런 같은 부분을 다시 표현하게 됩니다.
SF라는 장르적인 접근을 좋아하는 몇몇 하드팬들이 아닌 이상, 이런 부분을 전부 수용하면서 이해하고 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막연하게 그냥 SF스럽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 원리나 구성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즐기는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산 만화구성은 어렵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아저씨같은 외모를 가진 캐릭터들이다보니(^^) 소년만화 시장에서 써먹기에는 구성이 아쉬웠다고 하겠지요.
예, 미국만화들은 아무래도 다들 나이먹어 보입니다.
대부분 사회적 지위에서 볼 때, 학생, 소년일 때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것보다 사회인이 된 후에 일을 벌이는 과정과 달리 일본 작품들은 소년만화작품과 청년, 성인만화 시장이 구분되면서 이런 개성들이 다르게 보였다고 하겠습니다. 미국 코믹, 이쪽 작품들을 어른 세대가 접근하기에는 어렵지요. 이것은 이후 시장 자체의 개성으로 확인되지만 그런 형태를 가지고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서웠다고 하겠습니다.
일러스트, 작화력을 따지고 본다면 미국은 컬러, 게다가 극화체에 가까운 사실적인 묘사나 개성을 보여주었지만 대부분 일본산 소년만화 구성들은 만화체라고 할 수 있는 단략과정을 거쳐서 구분을 달리 했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에 더 편한 베이스를 가진 것은 일본 만화였다고 하겠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취미로운 접근을 할 수 있었던 때에 나온 이런 책자들은 당시 할리우드 영화들이 마블, DC코믹 기반 영웅들을 영상으로 만들면서 큰 흥행을 기록했고 더불어 20세기를 넘어 21세기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초반에는 방대한 미국 케이블 네트워크를 통해서 들어오는 '짜릿한 수익'에 눈이 멀어서 뛰어들었다고 하겠지만 이후 여러가지 변수를 예측하기 못하고 그냥 무턱대고 진입한 것도 많았고 덕분에 이상한 판권들도 나타날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일본에서 정식판권을 가지고 제대로 된 계약을 하게된 것도 이후에 여러가지 상황이 빗나가는 경험을 하고난 후였지만 말입니다. 다양한 작품 제작과 판매루트는 여전히 개성적인 블루오션을 찾는 과정에서 영화흥행과 더불어 1990년대 말에 다시 이런 미국만화에 대한 도전의식이 강하게 일어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배트맨, X맨과 스파이더맨을 통한 히어로 스타일에 대한 개연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개성적인 작품 중 하나였던 '왓치맨'을 비롯하여 미국 신세대 영웅해석이 나타나면서 만화 세대간 갈등이 얼마나 현실적인 구성이었는가를 말하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보면 1950~60년대 영웅코믹들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의 희생', 또는 그것을 반영한 작품이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요. 이 잡지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도래한 미국만화의 시대를 이끌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과 함께 그런 부분을 가지고 말을 할 수 있는 특권층에 대한 엘리트 의식도 강하게 나타납니다.
더불어 일본과 미국만화시장이 상호 교환을 했던 여러가지 이해관계를 보여주면서 친밀도 있는 구성이라는 것을 말하지요.
일본 취미인 친구 말에 의하면 1980년대만 해도 이상한 구성을 가진 잡지(일본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는 방법이 아니라 서구식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방식을 택한)들이 제법 나왔었고 조금 색다른 바람을 보여주었다고 할 것 같습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은근슬쩍 사라졌고 이후 1989년에 배트맨 붐과 더불어 조금 재미있는 맛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만화 자체에 대한 접근도는 적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책자가 나오기 전에 일본 굴지의 출판사였던 쇼가쿠칸(小学館)은 X맨 관련 구성을 강하게 밀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일본 히어로 판타지에 대한 개성을 겹쳐볼 수도 있었겠지만 경제적 호황기에서 급변하게된 일본시장은 그만큼 다른 매력을 생각해보기도 됩니다. 1996년을 전후로 해서 미국코믹 전반에 대한 정식 번역브랜드가 나오면서 상당히 큰 형태로 전개됩니다. 당시 일년에 몇번 정도 왔다갔다 하던 시기였는데 갈 때마다 이렇게 다양한 일본어판 미국코믹들이 서점에 깔려있는 것을 보면서 놀랐지요.
쇼가쿠칸 프로덕션과 미디어웍스라는 두 출판그룹 배경을 이어받아서 이 책자를 낸 카도카와(엄밀히 말해서 당시로서는 미디어웍스 기반) 그룹의 도전까지 본다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컬러만화인 것이지요. 판형도 다르다는 것 때문에 가격적인 부담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흑백과 달리 컬러만화라는 것은 영역적인 개성이 달라서 그것을 표현하고 가치로서 인정받기위한 도전적인 가격부담은 어느정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이후 시장에서는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본어로 구성된 판형이나 작화, 표시 언어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은 팬들은 그냥 바로 외국어판을 직접 구매하는 방법을 쓰게됩니다. 인터넷이 존재하는 시대이지요. 예 가격차이도 크고 일부러 손이 가해진 일본어판보다 싸고 질이 좋은(이것은 기준이 조금 다르지만요) 외국원판을 그냥 그대로 수입하는 업체도 더불어 흥행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이후 일본어로 만들어진 미국코믹들은 사라집니다. 가격진입대가 너무 높았다는 것. 단순하게 외국문화권 책자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형태가 아니었고 새로운 세대가 만화를 보고 즐기는 문화보다 단순 소비지향적인 면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하겠지요. 나름 헬보이와 스폰 시리즈를 통한 개성적인 사업전개도 이루어졌지만 21세기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크게 붐을 일으키는 것은 실패했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자는 이것이 창간호이자 마지막호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볼륨 2를 찾을 수 없어서 알아보니 그냥 안나오고 사업부가 해체했더군요. 미국기반에서는 SF와 판타지 기반 논리적 접근과 함께 공학도를 비롯한 지적 취미, 유희에 가까운 만족감을 위해 이런 장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더불어 보면 대중적인 영웅상이라는 것을 필요로 했던 것은 그 시대가 요구한 여러가지 사회와 문화. 그리고 경제가 엮어있었다는 것이겠지요. -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