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幻魔大戦
SF 액션 판타지
이노모리 쇼타로(石森章太郎) 작화
COMIC MAGAZINE
1967년
주간 소년 매거진(週刊少年マガジン) 연재
일반판 전 4권
출판사 코단샤(講談社)
스토리-감동 30 : 16
스토리-웃음 20 : 7
스토리-특색 10 : 8
작화-캐릭터 20 : 16
연출 10 : 7
Extra 10 : 7
61 Point =
명감독 린타로가 연출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원작이 이 작가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신 분들은 상당히 이상한 감을 받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만화가가 완결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대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으니까요.
게다가 이 만화영화는 극장용으로 제작되면서 캐릭터 디자인부터 연출 등, 많은 점들이 바뀌어 거의 다른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만화는 새로운 장을 선보이면서 다시 대작을 만들어가는 기준을 보여주는 가했지만 결국 완결을 보지 못 했습니다. '불멸의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보그009]와 달리 미완의 작품으로 남아있는 이 작품의 세계관이 좀 아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 1996
지금에 와서는 원작을 일본의 SF 작가 히라이 카즈마사(平井和正)가 담당을 했었다는 것일 밝혀지면서 공동작품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결과적으로 꾸준히 완결을 보지 못한 미완 SF 세계의 하나로 인식하게 됩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다작(多作) 작가 중 하나였던 이노모리(당시 이름은 이시모리, 지금은 이시노모리로 개명)는 여러 가지 작품을 시작해두었지만 아주 확실한 형태로 마무리를 낸 작품이 별로 없다는, 묘한 감상을 말해보기도 된다고 하겠지요.
데즈카 오사무가 거장으로서 약 380여 타이틀, 단편을 포함하여 500여 타이틀을 세상에 선보였을 때, 그는 대부분의 작품을 어느 정도 선에서 완결 지어 보이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반면, 훨씬 더 정교하고 섬세한 묘사력을 가지고 있었던 천재 만화가 이시노모리 쇼타로는 상당히 멋진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에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지만 의외로 그가 제대로 된 완결을, 아주 확실한 형태로 보여준 것이 드물다는 것도 또 묘한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필요에 의해서 할 수 없이 만들어진 '가면 라이더' 시리즈도 그렇다고 하겠지만 작가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사이보그 009]나 이 [환마대전], [키카이다], [길가메슈] 등은 대부분 어느 정도 독자가 알아서 상상하라는 형식으로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짧은 단편 구성에서는 그럭저럭 끝이라는 문구를 붙일 수 있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말이지요.
초능력을 비롯한 오컬트 붐과 더불어 60년대 후반에는 SF와 초능력의 연결을 통한 구세주 스타일 작품들이 붐을 이루었습니다. 때문에 이런 형태를 가진 특성적인 작품은 나올 수 있었겠지만 인기 작가 이시노모리가 그린 작품군들 중에서도 특이한 캐릭터나 연관성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이 만화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원작 부분을 담당한 히라이 카즈마사는 기존 SF 관련 소설로 어느 정도 입지를 갖춘 상태에서 인기 만화 작품인 [8맨 : 8マン]의 원작을 담당하면서 큰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당시 데즈카 오사무의 아톰과 더불어 세상의 인기를 나누어 가지는 스타 작품군에 속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과 더불어 소년 매거진과 인연을 맺은 후, 신작 제작에 참가하고 여러 가지 개성적인 시나리오를 제안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작품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작가적인 역량과 구성, 세계관 표현에 있어서 적절한 작가를 찾기 어려웠다는 과정 속에서 의외롭게도 이시노모리가 이 '시리즈'에 손을 대게 되었다고 합니다. 본래 기획 상에서도 시리즈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어느 정도 패배를 거쳐서 자신들의 별을 잃어버린 용사들이 모여서 이 작품의 배경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윤회, 전생과 같은 형태를 통해서 우주의 섭리에 대항하는 모습 등은 어느 정도 웅장한 스페이스 오페라 급 구성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겠지요.
전체적으로 음산하고 우울한 구성을 보여준 과정과 더불어 최종 구성은 절망적인 패배 상황. 그리고 조용하게 막을 내린 과정으로 끝을 낸 상황에서 이 작품이 가진 의미라는 것은 굉장히 색다른 것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소년만화 장르에서 주인공의 패배로 끝나는 작품이라는 것에 대한 인상이라는 것은 역시 대단히 이상한 형태였다고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주를 무(無)의 형태로 돌려보내는 것이 목적이자 역할인 환마의 의지라는 것은 우주 그 자체의 윤회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여기에 종말론, 세계 위기론에 대한 경고라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 제법 붐이기도 했던 만큼, 오락적인 부분보다 더 강조된 개성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틀림없이 대단한 감성을 가진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 작품 자체의 이야기는 본래 더 있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꾸준히 더 그려질 후속 스토리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었지만 결국 만화작가 이시노모리가 더 그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관계상 모호하게 막을 내린 작품으로서 지금까지 남아있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일개 개인의 초능력이라는 것이 우주 규모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부분과 더불어 당시 여러 가지 논쟁도 있었겠지만,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나오는 SF 작품의 대다수가 종말론, 인류 위기론, 그리고 반성하지 않은 정치권에 대한 경고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이 작품도 그런 영향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실제 1960년대에 크게 유행을 한 일본산 SF만화 작품들 중 상당수가 멸망을 통해서 새롭게 시작되는 신 생명체들의 역사, 이야기를 테마로 그린 경우가 많았고 어느 정도 유행의 중심에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죽음의 미학'이라는 형태로 재구성되면서 죽어서 남길 수 있는 전설이라는 형태로 드라마를 꾸며나가는 과정이라는 것도 어느정도 이런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었다고 하겠지요.
개인적인 감상점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은 역시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제 취향적인 부분과 어느 정도 꾸준히 시간이 지나서라도 다시 작품의 뒷부분을 건드려서 이야기를 완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시노모리는 세상을 떠나갔지만 이후 그의 작품 세계관에 대한 이런저런 접근은 또다시 가능한 점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원작가가 아직 살아있는 만큼 그 세계관의 완성을 보여주기를 바라게 되고요.
어떻게 보면 만화가인 오오토모 카츠히로(大友克洋)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가한 인연도 있었던 것을 기인해서 혹시나 환마대전이야기를 그가 그려나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도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아직까지도 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 스토리 원안으로서 남아버린 이 구성은 묘하게 아쉬운 60년대 일본 만화 신화 중 하나로서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