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애들 중에서는 만화는 만화만 알고 보면 된다는 멍청한 소리를 합니다.
앞서 말한 2개 포스트를 대충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작가는 독자와 공감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그 공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습과 공부를 해야 하고 그 방법론에서 가장 만만한 것이 대중이 많이 보고 듣는 영화, 드라마, 게임 같은 꾸준히 보고 즐기는 것입니다.
만화는 소설과 달리 비주얼, 시각효과가 중요한 장치입니다.
대중과 경험의 공감을 만들어 가고 자신의 표현 스킬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보고 보고 경험해야 합니다.
과거와 달리 상상의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많아지는 세상입니다.
더욱 다양하고 더욱 과감한 연출, 구성이 가능해지고 있고 그만큼 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매력을 완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지요.
제가 배웠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영화를 그림으로 다시 그려보는 것입니다.
- 드라마는 따라 그릴 때 너무 양이 많기 때문에 영화 같은 작품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연습하기 좋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도 좋겠지만 전혀 생소한 장르의 작품을 골라서 그 스토리 연출을 따라 해보는 것입니다. 외외로 중요합니다.
영화배우의 연기력, 카메라의 연출 구성, 감독의 의도를 만화, 콘티로 옮겨서 그리는 것은 정말 큰 훈련이 됩니다.
게다가 블록버스트 영화는 정말 따라 그려보기 힘듭니다.
어느 정도 스킬이 없으면 눈물 나지요.
다만 이 방법은 어느 정도 일반적인 것으로서 영상영화, 연출, 디자인, 미술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사용하는 수단입니다.
이전에는 SFX 영상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필름 영화 구성과는 자신만의 연출, 구성을 도전해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캐릭터 정면 클로즈업으로 구성했지만 자신의 작화 콘티에서는 다른 형태, 다른 구도로 그것을 전달해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각과 연출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판타지, SF장르는 정말 개인의 능력과 감성이 많이 보이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영상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그 표현 영역이 훨씬 넓어졌고 그것을 따라 그려보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그려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해를 어떤 형태로 마주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개개인의 감성 차이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제별, 캐릭터별로 각자가 다른 부분을 연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즉 나는 주연 캐릭터만 그려본다. 조연 악당 캐릭터만 그려본다. 지나가는 상인만 그려본다.
이런 식입니다.
영화나 작품세계에서는 주인공만 바라보는 것 같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났습니다.
주연을 잡아먹는 조연 캐릭터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올 정도이지요. - 참고로 1960~70년대는 조연이 아니라 상대, 악역이었습니다. 확실한 악역이 없으면 극의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잔인하고 냉철한 악역 캐릭터가 크게 부각되었지요.
캐릭터의 심리적 묘사에 의해 자기 자신이 정(正)과 사(邪) 양쪽으로 표현될 수 있는 연출 연습도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 영화 연출에서는 없었지만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화면에 없는 부분을 넣어서 설정해 그리는 방법으로 저는 제법 감각이 있다는 칭찬을 받았더랍니다.
감정 표현이라는 부분을 이야기했는데 이 구분은 언제나 뻔한 학습방법이 있지요.
동그라미 하나 그려놓고 희로애락을 단순하게 표현하고 이후에 살과 머리카락을 붙여서 캐릭터의 성격을 강조하는 방법을 씁니다. 미술 작화를 공부한 사람들은 인물 묘사나 표현 방법 등에 있어서 더 폭넓은 매력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영상, 영화, 만화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 필수 과정도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동물입니다.
어떤 작품을 만들더라고 해도 캐릭터는 인간과 사물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이건 아니건 이 동물을 표현한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능력과 센스가 요구됩니다. 조금 더 발전되면 파충류, 곤충 등 도 연습을 하면 좋습니다. 옛날에는 가끔 유명 작가들도 파충류나 곤충 표현에 있어서 서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자료 같은 것이 적은 상태에서 잘 모르는 것을 갑자기 그리게 되면 대충 기억과 백과사전 사진만을 보고 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 덕분에 실제로 없는 팔다리나 수염 같은 것이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카메라 연출, 구도를 이야기했는데 이런 부분은 영화 연출에 나오는 필수적인 몇몇 효과 부분을 연습해두면 좋습니다.
작화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 구도 연습은 의외로 작가에게 있어서 강력한 무기가 되는데 캐릭터에 매력이 덜한 극화 구성에서는 이 구성 연출이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 참고로 제가 배우던 시절에는 흑백 만화 출판만화를 기준으로 했지만 애니메이션이 손작업에서 디지털 제작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어서 다양한 시도가 많았던 것도 있습니다. 때문에 컬러 작화 작업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는 또 나중에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더불어 이야기하자면 제가 일본에서 한참 무언가를 끄적일 때는 뮤직비디오가 많이 나오던 때였고 아하의 [Take on me]덕분에 그것을 따라 그려보기도 하던 것이 많았습니다.
정적인 연출을 구성하기 위해서 잡지 사진이나 모델 이미지로 연습을 하는 것도 좋지만 동영상을 보면서 그 안에서 포인트를 잡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이런 감각적인 연습은 단체로 해보면 또 다른 점과 서로에게 필요한 점, 격려할 부분, 새로운 관점들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혼자 하면서 독학으로 진행해 얻기에는 어려운 부분이었지요.
이 점에서 있어서 일본 문화의 한 정점을 찍고 있는 동인 만화작가들의 연결점은 또 다른 의미로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영화, 만화, 사회현상, 드라마,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을 보면서 어떤 부분에 대한 매력이나 연출, 표현에 대한 감상에 의견을 나누어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체계적인 작품 교육을 받는 분들이라면 꼭 필요했던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 물론 어중이떠중이가 모여서 헛소리들만 하면 눈곱만큼도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스킬이 퇴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참고하는 것이지 자신의 중심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컷만화를 그리는 연습을 하면서 가장 많이 정석으로 여겨지는 것이 4컷 만화입니다.
기승전결이라는 널리 알려진 방식으로 한 컷, 장면을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것인데 꼭 주제를 가질 필요 없이 작화, 구성연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후 몇몇 프로 작가들과 만나서 이야기들은 것들을 바탕으로 보면 '자신만만한 패기'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나는 내가 아는 분야,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에서는 확실한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이지요.
잘 그린다 못 그린다의 논점은 사실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는 이에게 확실한 의미전달만 될 수 있다면 그것이 꼭 엄청나게 잘 그린 그림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떤 작가는 자신만이 하는 표현특징으로 연출되는 구도를 들기도 했습니다.
캐릭터가 마주 보면서 카메라가 뒤로 빠지는 연출들이 유행했을 때 만화로 그것을 표현하기란 어려웠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자신의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지도 생각을 해보는데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연습해야 하는 것이 바로 불, 바람, 물, 땅의 표현입니다.
무슨 게임이나 철학 사상 연습하는 것도 아닌데 불, 바람, 물, 땅이라니?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이 표현에 약한 사람도 있습니다.
선 몇 개 그려놓고 효과음 "휘이이잉~" 하는 바람소리 써두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개그만 단락 만화 정도입니다.
밀도 있는 표현에 있어서 찬바람, 쓸쓸한 바람, 산들바람, 여러 가지 표현이 있습니다.
- 저는 바람을 그리라는 말에 바람을 그리지 않고 떨어지는 낙엽과 그것을 바라보는 소녀의 머릿결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저는 제일 어려웠던 것이 물 표현이었습니다.
흑백만화, 컷만화에서 물을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웠지요. 게다가 힘차게 흐르는 격류를 그린다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이나 분수대의 불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간신히 넘겼는데 센스가 있는 친구들이 그려내는 물표현이라는 것은 확실히 대단한 영역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컬러' 채색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있어서 물과 불은 외외로 쉬울 수 있습니다.
만화체로 표현되는 텔레그라피 형태로 단순화된 것도 있겠지만 흑백만화로서 그것만을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캐릭터 연습에 있어서는 얼굴만 잘 그려도 70%는 먹고 들어간다는 농담을 했었지만 이후에는 여러가지 잡스러운 스킬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유명작가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캐릭터 표현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옷, 질감 표현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뻔한 패턴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그것이 대중적인 만화표현으로 정착되어 버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후 컬러와 고화소 연출 정보가 널리 알려지면서 소재, 질감에 대한 표현도 갈수록 늘어갔는데 제가 배웠을 때만 해도 보통 소재의 옷, 고급소재의 옷을 입은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뻔한 패턴만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많이 나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패션소재는 작품 장르에 따라서 달라지게 표현될 수 있지만 캐릭터 감정 표현에 있어서 눈썹, 머리카락이 제법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옷의 흐트러짐이나 소재 표현은 이후 여러가지 표현을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단, 이 부분은 작가 개인의 표현에 대한 욕심이 있을 때에 가능한 것으로, 그 부분에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냥 단략화 시켜버리는 것인데 속칭 60~70년대 순정만화에 나오는 표현들이라고 하겠습니다.
만화작가는 대부분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합니다.
실제 그것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은 제법 많은 것을 이야기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수준에 오르게 되면 주변 표현, 소재, 질감, 그리고 색(色)조합, 배치, 연결에 있어서 자신의 센스가 얼마나 되는지 통감하게 됩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에서는 화면 구성에 선 하나 긋고 흙색을 칠하면 끝.
이럴 수 있지만 흙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나 연출이 필요할 때에 자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참고로 유명작가들도 그런 부분 연출이 약해서 그냥 전문 어시스턴트에게 맡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재작가인 경우 효율 등을 생각해서 서로가 잘 그릴 수 있는 부분에만 특화된 연출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근래에 와서 조금 대두되는 이야기인데 원근감, 입체감에 대한 연습이라는 것도 제법 중요합니다.
특히 이 부분은 여성작가가 약하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이것은 어렸을 때 어떤 놀이를 많이 했는가에 따라서 또 달라진다고 합니다.
조립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노신 분들은 입체감이나 원근감, 화면에 가려진 이면 표현에 있어서 상상을 하고 그려낼 수 있지만 그런 훈련이 안되어 있으면 2차원적인 표면 구성 외에는 그리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성도 이런 표현이 약한 분들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2차원 표현인 만화에서는 크게 따지지 부분이라고 말을 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발전하는 표현과정에 있어서 지금은 어느정도 필수 요소 중 하나가 되어간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점들은 이후에 작가, 제작자들의 연출구성 비율에 있어서 또 많이 나오는 부분인데 오히려 이런 부분을 특화 시키거나 극복해서 더욱 세밀하고 따스한 자신만의 연출로 완성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요새 애들 중에서는 '만화'라고 쓰면 만화 = 애니메이션이라고 이해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의외로 많습니다.
만화는 대부분 동적인 애니메이션 연출구성과 다르게 정지와 운동의 미학이 동시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습니다.
80년대 후반까지는 대화 장면에 있어서 얼굴만 그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필요한 대사를 치는데 다른 여타 부분을 그려 넣기에는 힘들고 괴롭기도 하지만 근래에는 전체적으로 개그, 코미디 또는 장르 작품을 제외하고서는 최소한 반신, 전신을 그려서 표현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성을 만들어보면 외외로 화면이 팍팍 끊어지는 듯한 연출, 구도를 그리는 이들도 많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연습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캐릭터, 장면만 그리면서 연습을 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나온 연습이 우선 4컷 만화로 한 시퀀스를 만들고 이후 다른 시야, 다른 각도, 다른 표현으로 그것을 또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연출 방법으로서 보면 가장 일반적인 뻔한 컷을 만들게 되지만 이후 다양하게 그것을 바꾸어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애니메이션 연출기법 = CG연출에 있어서도 나오는 방법으로 이런 기법을 잘 배운 애들이 2000년도 초 후반에 들어서 다양한 시야각을 가진 연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연출을 배우시는 분들 중에 의외로 타이밍을 못 잡는 분도 있습니다.
폭발 장면이나 액션 장면에 있어서 어색한 부분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전문, 특화된 분이 따로 담당하기도 합니다.
만화작가는 이런 분할 작업이 어렵지요.
도우미를 많이 두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자신의 능력 한계를 넘어서는 연출구도가 필요한 경우도 나오면 갑자기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꾸준한 연습과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이 되지만 대부분의 젊은 혈기만으로 그것을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도 봅니다.
- 이런 점을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굉장히 생소한,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잘 모르는 무언가를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약점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기린을 그려보자' 라고 하면 모두들 당황하는 경우처럼 말이지요.
개나 고양이, 코끼리 말 같은 경우에는 제법 유명한, 널리 알려진 인식이 있으니까 대충 그려내지만 조금 생소한, 잘 관찰하지 않으면 그리기 어려운 것은 정말 몸서리치게 고심을 하게 되지요. 지금이야 보고 그릴 자료라는 것이 많으니까 어느 정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자료의 확장성도 또 어던 폐단을 낳기도 합니다.
- 자료의 확장성이란 대부분 사진, 영상 자료에서 유명한, 인식이 쉬운 것을 골라서 그것을 바탕으로 그립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나도 그러고 저쪽도 그러고 이쪽, 요쪽. 저 동네 이동네 작가들이 다 같은 자료를 가지고 그리면 다 비슷한 그림이 나옵니다. 심지어 구도도 똑같고 표정까지도 비슷해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생물 관찰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냥 기린 얼굴을 그릴 수 있는 자료는 많지요. 하지만 기린이 무언가를 씹어먹는 모습이나 바닥에 있는 아기 기린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등은 또 다른 관찰과 연습, 노력이 없으면 표현하기 어렵지요. 특히 애니메이션 작업자들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묘사연출에 있어서 세심한 연출을 만들기 위해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근래에 와서 보면 아무래도 채색작업, 컬러를 더하기 때문에 표현하기 쉬워진 부분이 있습니다.
흑백만화에서는 노을 지는 하늘 저편으로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는 묘사를 하기 위해서 부가적인 스킬이 필요했고 스크린 톤 스킬이 정말 많이 필요했지요.
컴퓨터 작업이 가능해지면서 톤비용 절약하게 되었다는 농이나 간단한 채색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해졌다는 말을 하지요.
그런데 또 의외의 복병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냥 노을이라고 하는 흑백 톤처리 안에서 우는 캐릭터 만 그리면 되지만 이제는 그 노을 빛에 반사되는 얼굴 색조도 염두에 두어야 하니까요.
- 물론 이런 부분은 생략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감정표현, 또는 스토리 상 필요한 세밀도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면 참 고심하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세계관 연출과 구성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흑백만화 부분에서 '나무'를 잘 그리지 못 했습니다.
실루엣으로 그리는 것은 가능한데, 울창하고 푸른 숲의 나무를 그린다는 표현이 제법 어려웠습니다. 컬러로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또 안되는 상황이다 보니 관찰과 연습이 필요했지만 저는 그 부분을 무시하고 제 재능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했지요.
이후, 금속, 돌, 유리 같은 것을 표현하는 것도 제법 깔끔한 노력과 연출력이 필요합니다.
단, 비주얼 일러스트 표현이 많이 유행한 후에는 -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분들은 토리야마 아키라(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작가)가 그린 것을 보시면 됩니다 - 센스 있게 단순화시킨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나온 이야기로는 복잡한 배경을 그리는 것이 싫어서 그런 쪽을 간략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지만요.
최신 액션 영화들은 이런 연출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매트릭스 효과라는 농담이 있었지요.
영화 매트릭스가 나오기 전에는 슬로모션과 카메라 360도 회전 연출이 동반된 극적인 표현을 만화에서 쓸 수 없었습니다.
물론 비슷한 표현을 한 적이 있지만 그것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표현, 슬로모션에 대한 이해관계를 제법 많은 일반 독자들이 인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과거와 달리 더욱 빠른 스피드 모션, 또는 시간에 관여된 연출을 하는데 있어서 더 많은 이해를 가진 상태에서 표현할 수 있고, 이해시킬 수 있지요.
영화 [영웅본색]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권총 한방에도 맞으면 큰 성인남자가 저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영화적 액션 연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과도한 액션 표현이 인지된 상황에서는 대부분 그런 연출을 따라 하게 됩니다.
지금 시대는 그런 것을 보기 힘들지요.
80년대 자동차 랠리 만화에서는 과격한 표현 - 주로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로서 인지된 - 을 기반으로 그려진 작화를 보고 좋아했지만 지금은 더욱 세밀한 부분을 가지고 이해를 합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이니셜 D]가 드리프트 표현을 대중적으로 많이 이해시킬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대중에게, 또는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그런 것을 이해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너무 과한 액션 묘사는 코미디나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칸 구성과 연출, 구성으로 잘 짜야 하는 부분이 되어버려도 합니다.
판타지 장르에 대한 대중적인 붐을 일으킨 [반지의 제왕]이 유행하기 전에는 정말 일반 대중들 중에서 판타지 장르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드물었습니다. 잘해봐야 특정 소수 취미인들에게만 호응을 받던 분야가 되고 말았지요. 작품 자체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그런 인지도가 없는 세상에서 그런 장르를 먼저 선보인다는 것은 어렵지요.
실제로 유명 배우들은 자신들의 이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은 영상으로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단정도 했습니다.
스타워즈가 등장하고, 광선검과 우주선 전투가 대중에게 많은 이해관계를 낳았지만 TV 시리즈에서 나왔던 SF 작품들을 통해서 역시 선을 보였던 점도 많습니다. - 그래서 아주 옛날 SF영화를 보면 요즘 분들이 실소를 머금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연출과 표현은 언제나 시대에 따라서 변화합니다.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연출을 할 수 있다면 그런 부분은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지만 정작 그런 부분이 주는 의미와 구성의 묘미를 독자가 얼마나 알아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연출은 그 연출을 위해서 노력한 만큼 독자들이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감각적인 센스, 연출력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만화의 현실과 비현실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왜 만화가라는 말을 쓰지 않고 '만화작가'라는 말을 쓰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시는데 가끔 보면 만화가라는 타이틀을 그냥 그림만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스토리와 그림을 감칠맛 나게 연출하는 직종으로서 작가라는 명칭이 들어가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