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참 그렇고 그렇다는 말을 할 때도 있지만,
오랜만이 날이 좋고, 여유가 있어서 2달가량 타지 못한 자전거를 타고 나가려고 조금 먼지 털어주고 기름칠해준 후,
타이어에 펌프질도 해서 충분히 상태를 맞추었다고 생각하고 나갔습니다.
대문으로 나서는데 길고양이 꼬맹이 녀석이 요상한 폼으로 오수를 즐기고 계셔서 한방 찍어둡니다.
흘낏 쳐다는 보는데 결국 졸리다고 이 묘한 포즈를 유지하신 상태로 계속 주무시기에 그러려니 하고 나옵니다.
오랜만에 타는 것이라 코스는 대충 잡아뒀어요.
추석 연휴 시즌이니 당연히 서울에는 사람들이 적은 시절이라 에헤헤 하고 코스를 잡았습니다.
기존에 달렸던 코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뭐 북촌 지역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고 돌아 내려올 생각이었지요.
한 3~4년간 연휴 기간 동안에 도심 지역을 돌아보면 확실히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재미있어서 에헤헤 했지요.
어제까지 내렸던 비 영향도 있어서 조금 묘하게 펼쳐진 구름들과 함께 오늘 노을도 예쁜 모습을 맞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언제나 그러하듯 널널한 속도로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약 1시간 정도 굴러서 막 강북으로 넘어가려던 찰나,
띵~! 하는 맑은 금속음이 나면서 오른발 쪽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과거 체인이 나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설마 체인이 나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멈추어 보니,
아니 이럴 수가! 페달이 없는 것입니다.
페달이 빠진 것도 아니고 축이 부러져 버렸네요.
사실 수십여 년간 자전거를 타고 이런저런 곳을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타이어 튜브 펑크나, 체인이 늘어지거나 빠지는 경험을 한 적은 있지만, 설마 페달이 부러지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어이없는 상황이라 우선 사진으로 찍어둡니다.
나름 기념할만한 사건이니까요.
사실 연휴 시즌만 아니면 근처 자전거 점포에 가서 교체를 하면 되겠지만 오늘은 때가 나쁘지요.
합정역까지 걸어가서 (중간에 몇 번 타봤지만 확실히 한쪽 페달이 없이 굴러다니기에는 좀 위험했습니다) 주변 자전거 점포를 물색해봤지만 전부 문을 닫았습니다.
결국 장대한 데굴데굴 계획은 물 건너가고 지하철을 타고 귀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본 이번 연휴가 끝나는 주말까지는 자전거 점포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일반적이니 이번 한가위 기간 동안 데굴데굴할 목표는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상한 상황에서도 페달이 끊어져 날아갔음에도 넘어지거나 하지 않은 것은 제가 상당히 느리게 운행을 하고 다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로드 자전거라고 해서 좀 속도를 내면서 달렸더라면 수상한 경험과 함께 상처만 날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올봄에는 인천에서 아라뱃길 코스로 가면서 튜브가 3번이나 터져서 뭐 같은 고생을 시키더니, 이제는 페달이 끊어지는 아주 묘한 경험까지 하게 됩니다. 간단한 툴과 교환용 튜브, 예비용 타이어, 교환용 체인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어서 훌쩍했습니다.
한가위 동안 내일은 또 비가 내릴 확률도 높다고 하니 나름 탈 수 있는 타이밍이 딱 오늘이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