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D의 시작
우주세기(UC)를 거론한 한 세대가 끝나고 새로운 우주시대(CE)를 시작하고 있는 ‘건담(GUNDAM)’은 본래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휘어잡은 토에이(東映)와 타츠노코 프로덕션(龍の子プロダクション)의 행진에 제동을 걸기위해서 선라이즈(サンライズ)가 제작한 필살(必殺)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은 초기에 <건보이>라는 이름으로 기획이 시작되었고 로버트 A 하인라인의 SF소설 <우주의 전사>에 등장한 ‘파워드 슈트’를 기반으로 한 설정을 메인으로 했습니다. 이것은 이후에 많이 변형되거나 구성을 달리하면서 그 해석은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었고 일본에서는 ‘건담’이라는 형태로 재창조 되었습니다.
그럼 우선 이 시리즈를 탄생시킨 토미노 요시유키를 알아봅시다.
그는 토에이(東映)시절에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1976)를 프로듀스했고 이 작품을 만든 경험을 기반으로 '로봇 애니메이션 장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기존 로봇 애니메이션들은 SF에 근거를 두었다고 말하기에는 어설픈, 꿈과 환상의 집합체였습니다. 안드로이드나 사이보그, 로봇에 대한 다양한 주제가 거론된 것은 패전국이었던 일본의 어두운 느낌을 위안 받을 수 있는 존재로 탄생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거대로봇’이라는 도구를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수호한다’ 라는 아이러니한 구성을 가진 애니메이션들이 제작되었습니다. 결코 ‘정의의 편’이 상대 편 기지에 먼저 침입하여 파괴하는 내용은 나올 수 없었던 분위기와 맞추어져 외국 악당부터, 우주저편에 살고 있는 외계인까지 등장하여 대립하는 구도로 등장했습니다.
이런 로봇 애니메이션 구도에 익숙해져버린 소년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획으로 선라이즈는 새로운 구상을 하게 되었고 당시 SF소설 붐을 타고 있었던 것을 기반으로 하여 이 기획이 진행되었습니다.
실제 1960년대에 등장한 냉전체재시대의 SF소설들도 외우주에 존재하는 외계인들과 만남이나 갈등, 시련이라는 주제에서 내우주의 인종, 지구인들끼리 벌이는 갈등과 전쟁에 대한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바뀌면서 SF소설에까지 정치적인 사상이나 사회 관념이 많이 포함되는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사회 비판이라는 형태로 공산주의를 비꼬는 SF소설들이 등장했던 시대상을 가지고 일어선 미국 SF소설 문화가 사실은 정치나 사회현상과 많은 관련이 있음은 이후 사회, 경제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알려졌습니다.
그렇기에 건담 이전 작품에서도, 이후 작품에서도 '절대적인 악(惡)의 존재'는 필요했다고 하겠습니다.
리얼한 세계관을 만든다는 것이 처음부터 기획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이 작품은 강력한 스폰서를 얻게되면서 굉장히 다른 형태로 구성되었고,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됩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동전사 건담>입니다.
그러나 기획의도와 달리 1979년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SF로봇 애니메이션이 등장했을 당시, 큰 붐을 일으키면서 히트를 하지 못했습니다. 업계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있던 반다이라는 완구회사 협력을 얻어 건담, 자크, 건탱크와 같은 밀리터리 색이 진한 로봇 캐릭터를 내세워 일부 브랜드 상품으로 성공은 거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애니메이션 자체는 ‘좀 시시한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평가 받았습니다(아무래도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이 주류였던 시대를 생각하면 너무 맥이 없어 보이는 점도 있습니다).
완구업계의 중진인 타미야(田宮)가 내세우는 '밀리터리 완구'에 대항하기 위한 ‘SF 로봇 밀리터리’ 이라는 장르를 표방하기도 했지만 그것과 살짝 다른 노선으로 지지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기존 ‘슈퍼 급’ 로봇 애니메이션에 비해 좀 더 리얼한 묘사가 스며들어 있었다는 연출입니다. 이때부터 건담은 사실적인 드라마와 반전주의 성격을 지닌 군사정치 색을 가진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작품 질을 재평가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당시 인기의 도화선이 된 것은 일부 여성 팬들의 ‘샤아님’, ‘가르마님’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의외로 적습니다.
실제 이런 부분은 지금의 SEED 붐과 같았다고 하겠지요.
시대는 달랐지만 작품에 대한 팬들의 애정표현은 비슷했다고 하겠습니다.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이러한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는 <철완 아톰>(1963)이 후지TV+무시프로덕션이라는 형태로 시작된 애니메이션 산업과 연재만화 사업이 대단히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패전 이후 급격하게 이루어진 산업발달과 대단위 공업단지화로 인해 라디오와 TV보급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프로레슬링과 같이 국민의 ‘스트레스 해소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서 대중오락이 없었던 소년소녀들에게 애니메이션은 대단한 침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아톰같이 성공한 사례가 존재하는 이상 <철인 28호>(1963/후지TV+ TCJ(지금의 에이켄))가 빠르게 행보를 시작했고, <늑대소년 켄>(1963)으로 토에이가 TV애니메이션 분야에 그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인기를 끈 아톰을 만든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등장한, 그리고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 <빅X> (1964)가 TBS와 도쿄무비의 파트너 공략으로 전개되어 애니메이션 흥행기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요술공주 사리(한국방송명 : 요술공주 새리)>는 1966년 NET(지금의 TV아사히)와 토에이가 손을 잡고 만든 걸작 애니메이션으로 일대 붐까지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마하 GO GO GO(한국방송명 : 달려라 번개호)>(1967)는 후지TV+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작품으로 특이한 사운드 효과 함께 자동차 산업이 약진 중이던 일본 경제상황과 맞물려 대단히 높은 인기를 발휘했습니다.
덕분에 머천다이징과 같은 형태로 장난감 산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리본의 기사(한국 방송명 : 사파이어 왕자)>(1967)는 후지TV+무시프로덕션의 최강콤비가 만들어낸 소녀중심 원작이었고 여기에서 애니메이션과 음악의 조화가 무척 많이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의 무시프로덕션도 월트디즈니 작품들이 보여주는 사운드 연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다작(多作)을 내는 것 보다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간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 의미를 두기 시작합니다.
이 점은 이후 일본식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에 있어서 많이 거론되는 부분이었다고 하겠지요.
토에이를 비롯하여 무시프로덕션, 타츠노코 프로덕션, 토쿄 무비와 같은 회사들이 강력한 라인업을 구사하면서 국민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을 때, <황금박쥐>(1967)는 요미우리TV+제일동화라는 신선한 구도에 특이한 설정을 가진 히어로를 등장시기도 했습니다.
나름대로 다양한 장르개발로 새로운 입지를 굳히려 했던 업체들이 내밀 수 있는 도전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적인 인기를 구사하게 된 큰 동기는 엉뚱하게도 ‘스포츠와의 결합’이었습니다.
<거인의 별>(1968)이 요미우리TV+토쿄무비의 합작으로 시작되어 일대 스포츠 애니메이션 붐이 일어났고 <사이보그 009>(1968)가 NET(지금의 TV아사히)와 토에이 합작으로 양대 산맥을 이루어냅니다. 일반 영화로는 포현할 수 없었던 표현이 무한에 가깝게 가능했다는 것(2004년인 지금에는 CG기술이 발달되어 있어 영화 표현력에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어색해졌습니다) 때문에 실사적인 묘사보다는 SF나 판타지, 동물우화, 고전 등으로 장르를 고정시키고 있던 애니메이션 시장에 강력한 신 장르, 스포츠 판타지가 탄생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철인 28호>나 <아톰> 이후로 로봇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허무맹랑한 SF보다는 현실적인 스포츠와 인간미 넘치는 사이보그의 존재는 일본 스포츠와 공상과학 분야에 있어 대단히 뿌리 깊은 정체성을 가지게 됩니다.
<해저소년 마린(한국명 :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1969)이 등장하면서 ‘부메랑’ 무기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이로 인한 장난감 사업발달로 인해 아웃도어 레저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금단의 스포츠 애니메이션 <타이거 마스크>(1969)가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금단(禁斷)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은 이미 국민적인 인기가 있었던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인기를 얻은 만화를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어쩌자는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이 앞에 <구레나이 산시로>(1969)가 있어 유도 붐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후지TV+다츠노코 프로덕션의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으로 스포츠 애니메이션이라 부르기에는 좀 어폐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오토바이 업체와 유도라는 결합을 이용한 신선하면서 실험적인 도전이 돋보인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거인의 별’, ‘타이거 마스크’, ‘구레나이 산시로’가 스포츠, 그것도 사실성에 입각한, 현실성향이 강한 가운데 영웅적인 행동이 돋보이는 연출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애니메이션에 시민권을 부여한 시킨 것도 사실입니다. 덕분에 스포츠 만화의 백미로 꼽히는 <어택 넘버원>(1969)이 세상에 나와 인정받은 것도 이러한 바탕을 쌓아가고 있을 때 편승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시대의 붐을 당당하게 불태울 수 있게 해준 <내일의 조>(1970)는 스포츠 애니메이션 붐을 타고 결코 무너지지 않을 아성을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적 영웅이 필요했던 당시 사회상을 본다면 발전하는 경제와 그 속에 숨겨진 정치에 대한 불만이 스포츠라는 연출로 가려졌다고 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을 보고 즐기는 세대들과 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사람들에게 있어서 애니메이션이 가져다주는 ‘부와 명성’은 간단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만일 일본에 애니메이션이 없었더라면 컬러TV의 등장은 5년 이상 늦어졌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컬러 애니메이션들은 1965년부터 1967년 사이에 일본의 흑백TV프로그램들을 몰아내는데 대단한 공헌을 했습니다. 여기에 기존 마법소녀 애니메이션 취향이 ‘성인(成人)으로의 변신’을 꽤하기 시작한 걸작 애니메이션들로 만들어져 시대를 장악하기 시작했고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장르로 발전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성장한 성인 팬들을 사로잡은 바로 그 작품, <루팡3세>(1971)가 요미우리TV와 도쿄 무비에 의해 탄생을 했습니다. 약 10여 년간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 행복감을 느꼈던 시청자들을 어느새 한 계단 올라선 성인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재미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시작은 꼬맹이였다고 해도 “10년 동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더니 어느새 20살(성인)이더라”라는 말이 있었지요) 한번 자리를 잡은 애니메이션 팬을 결코 이대로 놓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단한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고, 그 덕분에 일본은 장수 애니메이션 팬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전 시장에 등장한 동물 우화, SF, 고전 명작 작품들이 꾸준하게 시청자들을 확보했고 이런 애니메이션 감상을 ‘건전한 문화생활 중 하나’로 정착시켰다는 점은 대단히 좋은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들을 멍청하게 만들어 정치나 경제의 부조리, 군사적 대책, 해외 대처방안에 시선을 돌리지 않게 만들려고 의도했다는 점이 이후에 문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오락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있어 애니메이션은 어디까지나 향락적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오락거리였지 현실과 긴밀한 유착을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논리를 내기도 했고, 생산성 없는 오락거리에 빠져드는 세대들을 비판하는 기성세대와의 대립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인기 작품이기는 했으나 기성세대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로 받아들이기 힘든 작품이었던 <데빌맨>(1972)의 등장과 <과학닌자대 갓챠만>(1972)의 성공은 대립적인 요소로 거론해 볼 때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데빌맨은 인간이 가진 심성(心性)과 폭력성, 갓차맨은 고전사극에 대한 비웃음) 특히 <마징가Z>(1972/12)가 등장함으로 인해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금자탑을 세우게 되었을 때 그 과정에 숨겨진 사실은 지금 기성세대가 되어있는 그들이 소년시절에 보았을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고통 받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사악한 과학자에 의해서 평화로운 세상을 침략하는 모습에서 많은 이들은 ‘절대 악’이라는 존재에 대한 허상(虛像)과 ‘정의의 사자’라는 이상(理想)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악의 우상과 그 행동에 대한 반감을 애니메이션에 쏟아내게 하여 국민이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불만을 해소시켰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국민적 사랑과 지지를 받은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의 등장도 일반인은 물론,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온 기성세대들을 다시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에 빠져들게 했고 TV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부가 산업 성장은 어느새 사회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사회인식의 변두리에 있는 경우에는 소수세력에게 배척을 받으면서도 다시 때가 오면 추앙을 받는 과정을 되풀이하게 되지만 사회 중심에 서게 되어 시민권을 얻게 되면, 그 누구 눈치를 볼 일이 없게 됩니다. <바비루 2세(한국 방송명 : 바벨 2세)>(1973)가 초능력으로 악의 화신인 요미(과연 그가 악의 화신인지 권력의 화신인지는 세계정복이라는 단어가 주는 애매함이 있어 그 구분이 모호합니다)가 벌이는 악행을 막아서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강력한 힘을 원하게 됩니다. 지구를 지켜나가는 스케일은 역시 이때부터 발전하게 된 거대한 평화, 즉 ‘세계평화’라는 허울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후에 많은 이들이 말한 세계정복의 필연성이 없지만 말입니다.
과거와 달리 새로운 전개로 보자면 소년 서부활극인 <황야의 소년 이사무>(1973)가 대단한 인기를 끌게 되고 세계평화나 정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도 그 성격을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인정받은 애니메이션업계에게 있어 어떠한 과정도 미화되어버리는 시기가 오게 된 것입니다. 또한 스포츠 만화의 걸작인 <에이스를 노려라>(1973)를 비롯하여 <신조인간 캐산>(1973)이 무척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애니메이션 장르에 다양한 변화를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초 국민적인 인기를 구사하게 되는 <도라에몽>(1973)이 등장했다는 것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아야 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문제작이면서 화제작이었던 <큐티 하니>(1973)도 역시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실 이 오타쿠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세대 간 논쟁의 발단은 건담세계에 있어서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팬 서비스 차원에서 자기 작품에 대해서 많이 말해온 것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사이버 포뮬러>나 <기어전사 덴도>를 제작하면서도 팬들에게 ‘립 서비스’를 거의 하지 않던 후쿠다 미츠오 감독도 ‘건담’에 손을 대면서 방송이 진행 중임에 불구하고도 이곳저곳에 ‘해설적인 설명’을 하게 되었고 그 발언을 기준으로 다양한 억측과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역대 건담 시리즈들도 <SEED>가 등장하기 약 10여 년 간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 있어 거론되는 '최고의 화제거리'는 아니었습니다.
건담이 초기 방송 당시 거론된 약 2년(1979-1981)간 시기와 미디어 지원사격이 시작된 3년간(1985-1988), 그리고 <G>와 <W>이라는 새로운 작품에 대한 호응이 일어난 3년(1994-1997)정도가 그나마 건담이라는 브랜드로서 마니아들에게 화제 거리가 되었습니다.
간략하자면 ‘코믹마켓’이나 ‘원더 페스티발’ 같은 서브적인 마니아 시장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소년전사 세일러 문>을 비롯하여 <드래곤 볼> 화제성과 미소녀, 미소년 게임들의 대대적인 표면화들이 1990년대를 뒤덮었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마니아 취향에 부합하는 화제거리가 무척 많았습니다. 덕분에 '내가 만족하는 에반게리온이 아니면 절대 용납 못한다' 라는 식의 마니아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현상을 일본에서 꾸준히 볼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주로 자기중심적인 이해를 가지는 팬들 간 논쟁보다, 내 생각이 굉장히 올바른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도 내 것을 믿어라~ 라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회고됩니다.
실사판(實事版) 세일러문의 경우, 내가 원하는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새로운 작품으로서 발전할 수있는 가치보다 기존 가치관에 중심을 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같은 실사판이라 해도 가이낙스의 안노 감독이 진행중인 ‘실사판 큐티하니’의 경우에는 어떤 반응을 얻게 될 지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소년 아톰>을 알고 있고 <철인 28호>, <마징가Z>를 알고 있습니다.
건담이라는 이름과 그림 정도는 한 두 번 이상 보았거나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건담은 25년간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로 제작되어 왔고 그때마다 초기 건담과 비교 또는, Z와 비교가 이어져 왔습니다. 철저한 상업성과 흥행, 미디어의 도움을 얻어 애니메이션이 아닌 장난감, 상품의 가치로 더욱 인정받게 된 건담의 진실은 어디로 가고 표면적인 SEED의 모습만을 가지고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이미 말한 대로 세대 간 자존심 문제. 그리고 서로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풍습. 과거 모습이 많이 미화되어간다는 것. 진짜로 알고 느끼기보다 남들 말이나 미디어 주장만이 정석이 되어버리는 모습에서 많은 억측과 모순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퍼스트에서 아무로와 샤아는 적대관계이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그리고 격앙된 감정대립과 사회적인 영웅상의 차이점을 보여줍니다. SEED에서 키라와 아스란은 그런 면에서 많은 점을 공유하고 있고 적대적(敵對的)인 관계에서 우정이라는 끈, 그리고 친구의 죽음이라는 사건으로 그 충동에 휩싸여 서로를 살해하려 합니다.
초기 건담에서 아무로와 샤아는 대립된 세계관을 가진 곳에서 적이라는 관계로 만났지만 이 둘이 가지고 있는 정(情)에 치중한 연출이 마니아와 동인생활자들에게 굉장히 야릇한 소재거리를 남겨주었습니다. 사실 가쉽거리라는 점에서 마류 라미아스(동인들 사이에서는 그 움직임 때문에 마유(魔乳: 일본어로 발음이 같고 처음부터 그 발음을 두고 의도된 것이 있지 않겠냐는 억측 때문에 나온 비유어)의 패턴이나 의외로 젊은 아이들의 행동이 두드러지는 작품 상황 때문에 SEED가 비꼬여지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애니메이션 건담SEED를 평가하는 기준은 되지 못했습니다.
의도적인 야한 구도를 떠나 상업성과 시청률이라는 점에서 완성된 애니메이션이 성공하는 것은 정말 당연하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성공의 주축이 되는 흥행 요건(시청률, 스포서 업체의 장난감 판매율)에 자신들이 공헌하지 못하는 거리감이 있다는 것에 세대간 차이를 느낄 수 있고 그 것에 대한 대립관계 또는 비방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슈퍼로봇 대전'이라는 다양한 로봇 홍보전략과 같은 사례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대단히 이해하기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패밀리 컴퓨터 시절부터 그것을 의도하고 기획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슈퍼 패미콤과 PS, MD, N64, WS, GBA, PS2의 길을 걸어오면서 게임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품효과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 경우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대단한 인기를 구사했다고 하기보다 그 때 그 때 새로운 작품들을 참가시켜 작품 전개와 상업성을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LD, DVD박스의 발매시즌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비롯하여 상품 가치 상승 및 새로운 상품 개발이라는 점입니다. ‘건담’은 여타 작품과 달리 선라이즈의 대표적인 작품이고, 소위 말하는 ‘SF 리얼로봇 애니메이션’의 효시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선별을 단순한 세대 간 오해 및 불화로 인기를 유지해왔다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순수한 무엇인가가 건담을 좋아하게 만들었고 그 동기는 기획사나 제작사가 의도한 것과는 다를 수 있지만 꾸준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건담이라는 브랜드의 완성
1970년대 중, 후반은 슈퍼 로봇 작품들이 전성기였습니다.
그 가운데 등장한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눈에 팍 띄는 연출이 보이지 않았던 작품이 왜 카리스마적인 존재로 인식되게 되었을까요? 지금에 와서는 슈퍼 급 로봇 애니메이션들이 그 인기, 지지도를 비롯하여 대단히 흥행한 세계적인 수준의 브랜드화 된 로봇 애니메이션의 대명사로 자리 매겨졌습니다.
이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로봇 애니메이션인 ‘건담’은 원작 애니메이션을 떠나 프라모델이나 게임이라는 장르를 통해 슈퍼와 리얼 구분이 더욱 명확하게 결정되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선라이즈가 본래의도(흥행)한 것과 달리 이 작품을 연출한 토미노 감독의 진실(사실성과 드라마)에 의해 평가된 점이 일반 대중에 의해 평가된 점보다 더욱 높이 평가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건담 세대들도 <∀>를 기점으로 토미노 요시유키의 건담은 끝났다고 합니다.
회사를 비롯하여 후원사들도 새로운 건담, 새로운 시대의 소년 소녀들에게 맞는 건담을 구성했고 그것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만일 그들에게 퍼스트 작품에서 활약한 아무로와 샤아를 보여주면서 ‘이 둘이 키라와 아스란의 모델이란다’ 라는 소리를 하면 과연 어떠한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그러한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하게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종의 기원’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시 등장한 SEED는 어떻습니까?
그리고 ‘건담’이라는 작품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건담은 이래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건담이다’ 라는 공식 설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 적으로 본다면 누가 보아도 “이건 건담이다”이라고 알 수 있는 디자인이 전재로 되어 있습니다만(물론 ∀를 보고 건담이다! 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나중에 혹시 그것이 부정된 다른 디자인이 나온다면 그때는 정말 ‘건담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