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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Story/TV Series

EXTV와 추억스러운 모습


 

대부분 사람들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과거를 추억하는 과정에 대해서 전후사정이 묘하게 뒤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역시 그런 경우를 종종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 모 게임 잡지에서 그 명작게임 속편이 이런 게임으로 나왔으면하는 칼럼을 보고 다음에 이런 게임으로 나온다 로 이야기를 했다고 쇼를 한 적도 있지요.

 

그런 면들에서 기억을 해보면 과거를 추억하는 기준에서 자료, 정보, 그리고 기록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80년대에는 주로 취미로운 해석을 다른 이와 공감하기 위한 수다으로서 기록을 했다고 하겠지만 이후에는 나 자신이 나의 추억을 되돌아보고 그 시대를 기억하는데 있어서 정말 기록한다(Record)는 것에 많은 정열을 발휘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우선 저에게서 자막같은 것을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냥 이런 감각의 방송이었구나 하는 것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일본어를 이해하시는 분들은 엄청 재미있는 감회를 느끼지 않을까 합니다. 이것은 월요일방송 199163일에 방송된 분량 중 메인 ex랭킹 발표부분입니다. 출처는 물론 제 방구석 VHS입니다. -

EXTV

일본 / EXTV

TV Series

심야 버라이어티 방송

감상매체 TV

1991~1994

출연 미야케 유지, 야마오카 류타로 등

방송사 : 니혼TV(日本テレビ) + 요미우리TV(読売テレビ)

 

사실 1990년대 초에 일본에서 굴러다니지 않았더라면 대부분 모르는 'EXTV'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 방송은 나름대로 저에게 일본 방송계를 굉장히 많이 즐기게 해준 계기가 되었고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시선, 그리고 풍자적인 요소가 많았던 만큼 취미와 사회, 그리고 문화적인 흐름에 대한 느낌을 알게 해준 방송이었습니다. 덕분에 다른 방송은 그냥 보지 않고 넘어가더라도 이 것만큼은 꼭 보면서 그날 한 주를 시작하고는 했지요.

 

그럼 그 EXTV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공식 명칭은 'EXテレビ'로서 199042일부터 199441일까지 니혼TV 계열국에서 방송된 심야 와이드쇼 방송이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있었던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과 마지막을 한 방송이란 점도 저에게는 애착이 가게 되었습니다) 방송시간은 매주 월요일~금요일 밤 1155분부터 1시간 또는 그 이상 방송을 하기도 했지요. 제가 이 방송을 알게된 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어떤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EXTV는 월요일부터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주제가 전부 다른 방송이었습니다.

타이틀이 같고  메인 MC였던 미야케 유지(三宅裕司)가 나온다는 것을 제외하고서 굉장히 연관성을 찾기 힘든 방송이었습니다. 특히 월수금 프로그램은 니혼TV(日本テレビ), 화목 프로그램은 요미우리TV(読売テレビ)가 제작하는 굉장히 요상한 스타일을 자랑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월요일방송을 제일 좋아했는데 영상으로 보다시피 한주간에 벌어진 유행코드나 굉장히 문화적 이해가 빠른 일본을 기준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형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와 함께 가벼운 엔터테인먼트 성향뿐만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케이오대학의 명예교수 무라다 쇼우지(村田昭治)를 게스트로 맞이하여 심도있는 이해관계를 알아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참고로 다른 요일 방송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화요일은 야마오카 류타로(上岡龍太郎)시마다 신스케(島田紳助)TV(テレビ)이라고 하는 테마를 정하고서 그것을 가지고 실천해나가는 방송형태였습니다.

수요일 방송은 다시 미야케 유지와  후에 일본 후생노동성장관이 되었던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등과 함께 시사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목요일에는 야마오카 류타로가 오컬트나 문화적인 부분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과학적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사회적인 심리나 이야기들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실험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방송을 했고 금요일에는 미야케 유지와 모리와키 켄지(森脇健児), 니시무라 토모미(西村知美)가 진행을 맡으면서 엔터테인먼트에 관련된 버라이어티 형식 실험을 해갔습니다. 이때 주요 게스트로는 루 오시바(ルー大柴)와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에게 수상되는 나오키 상을 받은 작가 시모다 카게키(志茂田景樹)가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 시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물론, 지금까지도 쟁쟁한 이름값을 하는 인물들이 잔뜩 모여서 진행한 이 방송은 당시 심야방송으로서 보기에는 굉장히 어덜트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야한~ 어덜트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인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많은 생각과 변화를 경험하게 해준 방송이라고 지금도 회고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회현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과정에 있어서 취미로운 문화부분, 결코 실생활이나 경제적 여건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문화를 즐긴다는 점에서 필요할 것 같은 정보라는 것을 빨리 잡아내서 그 순위지표를 보여주는 월요일 방송은 이후 여타 애니메이션이나 버라이어티 방송 녹화들보다 우선순위권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VHS예약코드 진행에 있어서 무조건 우선권은 이 EXTV 월요일 방송이었으니까요.

 

 

이전에 쓴 포스트에서는 이 방송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었던 조금 야한 분위기를 가지고 말을 했기 때문에 심야방송시간대에 벌어지는 야하고 퇴폐적인 방송이 아니겠는가? 하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일본 심야방송을 기준으로 본다면 당시 '투나잇'과 함께 버블경제시대를 함께 달린 방송 '길가메슈'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향락적이고 너무 광고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저도 제법 이 방송에 나온 제품들을 체험해보고자 여기저기 뛰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정보 수준을 볼 때 아주 높은 만족도를 주는 하이소사이어티한 분위기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해서 조금 자극적인 면면들을 일부러 보여주면서 연출된 부분도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우려스러운 부분을 깔끔하게 밀고나간 부분은 바로 구성력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은 EXTV이고 이후 독자적인 주제, 타이틀을 가지고서 월요EX, 수요EX 라는 형태로 이름을 바꾸어 부르면서 그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성해 나간 것은 참신했지요. 더불어 성인이 가지는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여러가지 모습들은 당시 주변 한국인들에게 바보 상자로서 인식되어온 TV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계기였습니다. 특히 목요일에는 이런저런 게스트들과 담담하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부분들을 조용히 논하면서 지나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독설적인 표현으로 유명한 야마오카는 물론이요 게스트들도 사회, 정치, 종교,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비판과 논리가 적절하게 수용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저는 일본 심야방송에는 폭력과 야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목요일 대담형식 방송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전부 생방송이었기 때문에 그아슬아슬한 느낌은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참 멋진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은 아마추어같은 분위기도 풍기면서 프로로서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게스트로 모아서 얻는 다양한 조언이나 남다른 시선, 해석들은 저에게 있어서 취미라고 해도 그 분야를 충분히 돌아서 보면 다른 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이 방송이 녹화된 경우는 대부분 기록한다는 의미와 함께 그 시간대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보려고 녹화한 형태가 기본입니다. 때문에 모든 방송분량을 전부 기록하지 못했고 연간 결산 시기에는 한국에 돌아와 있었기 때문에 그 방송들을 라이브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늦은 시간에 귀가해서 보고 지워버리는 경우가 당시 생활이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을 해보면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당시 일본방송가에 있어서 일부 방송을 제외하고서는 스테레오 방송을 하지 않고 있어서 모노방송에서 스테레오 방송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었는데 스테레오 방송이라는 것을 표기하는 [S]마크가 방송 타이틀과 겹치면서 보면 [S]EX TV 로 보이기 때문에 방송을 하면서 그 표기를 스테레오(ステレオ)라는 가타카나로 바꾼 사건이 유명한데 나름 의도하고 벌인 화제성 이벤트가 아니었는가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주 야한 것~ (물론 몇몇 그런 기획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스타일을 추구한 방송이었다는 점과 심야방송대에서 볼 때 참 다양한 시도를 했던 방송으로 저는 이 방송을 보면서 몰랐던 뮤지션들이나 사회적인 이면에 있는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행과 멋이라는 것에 투자할 수 있는 상식, 지식 수준이 굉장히 많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비록 테이프에는 많이 녹화되어 있지 않지만 그 멋있었던 시대의 느낌을 생각해보면 참 다양한 시대를 살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회고해 보게됩니다.

덕분에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그 시대를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로서 선을 보이게 되니 녹화보턴을 누르는 습관은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