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死神くん
드라마
엔도 코이치(えんどコイチ) 작화
COMIC MAGAZINE
1983년 5월 ~ 1990년
플래슈 점프(フレッシュジャンプ) 연재 중
월간 소년 점프(月刊少年ジャンプ)로 이적
일반판 전 13권
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
스토리-감동 30 : 25
스토리-웃음 20 : 8
스토리-특색 10 : 8
작화-캐릭터 20 : 13
연출 10 : 7
Extra 10 : 8
69 Point =
만화라는 매체는 파란만장한 인생 경험에서 직접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을 간접체험하게 해주는 역할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중에서도 ‘죽음’이라는 테마는 함부로 건들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만화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미스터리나 탐정 추리 작품과 같은 장르 만화나 영화, 소설에서 그것에 대한 거론이 있다고 하지만 역시 만화에서 그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까합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맞이하기 싫은 '죽음'을 직면한 작품으로서 무척 맘에 들어 하는 작품은 데쯔카 오사무의 [블랙잭]입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을 그려간 걸작(傑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과는 달리 인간의 죽음, 수명이라는 점에서 접근한 것이 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연재를 하려고 시작한 작품도 아니었고 별로 인기를 끌 전략을 세우지도 않은 작품이었으나 의외롭게 히트를 기록하면서 작가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이색 감동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특별히 명명된 이름이 없이 그저 '사신 413호'일 뿐으로, 하는 일은 사람에게 죽을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고 그 때가 되면 영혼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가는 것입니다. 특별히 강한 힘이나 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때가 된 사람의 영혼을 데려간다는 것뿐이지만 모든 인간 최후의 공포인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이도 두려워하며 사신413호는 악명(?)를 떨칩니다. 그런데 이러한 작품치고 413호는 너무 인간적인 면을 보이게 되고 제약까지 받아 가면서 사람들에게 따뜻한 최후를 맞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평가 자체는 좀 냉정하게 60점대 작품이지만 저의 베스트 만화 작품 중 하나로서 기록할 수 있다고 할 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맞이하는 드마라이지만 이런 따스한 전개가 이 작품을 진하게 느껴주게 한다고 하겠습니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악마와 가아스케(까마귀)의 악역 활동(?)에 굴함 없이 413호는 최후까지 인간의 애틋한 사연과 인연을 지켜주는 역할을 보여줍니다. 일본에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중고 책방 주인과의 말이 기억납니다. 일본에는 '한 번의 히트작으로 일생을 놀고먹는 작가'가 제법 있다고 한다. 작가인 엔도 코이치도 그러한 작가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 그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 [사신 군]인 것입니다. 이상하리만치 못 그린 그림이지만 오히려 정이 가고 본인은 매 화를 읽으면서 눈물 흘리느라 바빴습니다. 전 13권…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가진 권수이지만 단연코 한국에서 번역되어 나오더라도 문제없다고 보이는 수작(秀作)이라 보입니다. - 1996 & 2004
1996년에 이 작품 이야기를 써둘 때만 해도 알아보는 이가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림체만 보고 대부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기억하는데 몇일 전부터 과거에 써둔 이 작품 감상기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평균 하루에 2~3천 분정도가 오가시는 제 블로그에서 갑작스레 8,000~10,000대가 기록되면 어째서인지 저도 궁금하게 되지요. 원인은 이 녀석, 이 원작을 베이스로 한 실사 드라마가 이번 2014년 4월 18일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조금 마이너한 작품이다보니 감상문이 쓰여진 곳이 적었고 그래서 제 블로그 포스트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보게되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축하드립니다 맞이하러 왔습니다 : 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お迎えにあがりました"라는 문구와 함게 드라마적인 재미를 더욱 진하게 이끌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매주 금요일 저녁 11시 15분대에 방송중이고 6월까지 그 듬직한 인간드라마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본래 작가는 주간 소년 챔피언(週刊少年チャンピオン)엣 연재하던 작품이 끝나고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없게되자 일을 얻기 위해서 원고를 여기저기에 들고다녀보았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어쩌면 만화가 생을 마감해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르는 그때, 슈에이샤 점프 편집부원이었던 한 사람에게 [스톱 더 자살 : STOP!ザ・じ・さ・つ]이라는 단편을 인정받아 간신히 플래슈 점프 83년 6월호에 에피소르를 올려볼 수 있었고 이후 그런 형태르 가진 드라마를 잘 연결해서 지금의 형태로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처음에는 자살방지 형태를 가진 단편극이었고 이것이 이후 여러가지 옴니버스 에피소드를 가지는 시리즈 극화가 되어 지금 우리가 보는 형태로 완성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작가를 인정하고 연재를 할 수 있게 해준 당시 편집부원은 이바라키 마사히코(茨木政彦)로 그는 나중에 주간 소년점프 편집장이 됩니다. 다만 상당히 무거운 소재를 이어나가야 하는 중압감도 있었던 듯, 연재를 중단했던 시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소재의 반복적인 구조때문에 이야기 구조가 비슷해져버리는 경우도 발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겠지만 실제 장편으로서 기획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서 인기를 얻고 급격하게 스토리 구조를 짜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급조하게된 부분이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이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에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계기를 시작으로하는 드라마인 만큼 굉장히 무거울 수도 있고 살짝 보기에는 반감을 가질 수도 있는 형태입니다. 여기에 그림체도 아무리 잘 보아주어도 잘 그린 편이라고 말하기 어렵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감정의 선을 건드린 그 스토리 구성에는 눈가를 적시지 않을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이후 일본에서는 죽음을 배경으로 한 사후세계 드라마와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제법 많아졌고 특히 이 별볼일 없어보이는 사신 413호는 시대의 캐릭터로서 이해받을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조금 더 차분하게 자신을 정리하고 이 세계관을 가지고 소년만화잡지가 아닌 성인만화잡지에서 연재를 했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드라마 구조나 구성은 상당히 엉성한 부분이 많아서 만화왕국을 성립시키고 있었던 1980년대의 소년 점프라는 판에서 보면 굉장히 아슬아슬한 작품입니다. 때문에 작가가 조금 더 작화력을 높여서 성인취향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더 좋은 반응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바람이 지금에 와서 조금 이해되었는지 이렇게 TV실사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묘한 시대의 감상을 가지게 됩니다.
비록 한국에서는 정식 출간되지 않은 별볼일 없는 만화이지만 (출판사에 출간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도 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팔릴 책자로 보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들이 맞이하게되는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해준다는 의미로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