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 책 이야기를 하게됩니다. 여러가지 인연이 있다고 하겠지만 일본에 가 있었을 때, 만나게 된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후에 여러가지 인연으로 또 다시 색다른 접점을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지요. 일본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금융, 기업만화가 우리나라 대본소에서 유행을 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박봉성을 비롯하여 몇몇 작가들이 연일 쏟아내는 기업관련, 아이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드라마소재의 참신한 구성때문에 무척 좋아했더랍니다. 몇몇 책자는 만화책방 주인에게 부탁을 해서 따로 구입을 해두기도 했는데 뭐 이것들은 대부분 일본에 있는 동안 다 버려져서 훌쩍했습니다.
일본에 가서 제일 좋았던 부분 중 하나가 비디오 렌탈샵에서 굉장히 신기한 이런저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어느새 VIP급 회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신주쿠, 오챠노미즈, 미나미 우라와, 치바시에 있는 몇몇 비디오 샵에서는 말 그대로 착실한 회원으로서 점원과도 친해질 수 있었지요. 어느날 그러더군요. 지금 빌려가는 것이 1000번째 타이틀이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이 미나미의 제왕 실사판 드라마였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V시네마(Vシネマ)라고 불리는 비디오 테이프 전용 드라마들이 제작되어 배포되었을 때입니다. 야쿠자관련이나 소규모 흥행작품들은 대부분 이런 V시네마 타이틀을 달고 세상에 나왔고 이 안에서 여러가지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 있다보니 당연히 트렌디 드라마라고 불리는 몇몇 드라마에도 빠질 수 있었고 (대화 소재로도 당연히 필요했지요) 일본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 비디오 말고 이런 V시네마작품들에 빠져서 허우적였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에 와서 오히려 일본영화나 이런저런 작품들에 대한 추억을 연동한 일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작품 중 재미있게 본 것이 바로 이 '미나미의 제왕'이었지요.
근래에 와서는 DVD로도 다시 출시되면서 그 인기를 실감나게 해주는데 원작이 만화책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이 만화 시리즈에 도전을 하게되었습니다. 권수를 뵈면 아시겠지만 정말 뭐같이 길게, 지금까지도 줄줄줄 나오고 있는 인기 금융, 경제만화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사채업을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 만화로서 상당한 인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있을 때부터 연재를 시작했고, 이후 V시네마 시리즈가 줄줄 히트를 하는 바람에 덩달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만큼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하겠지요.
주인공은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빛지옥에 빠져서 살아가게되고 지하금융계의 선생님을 만나 금융의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오카사 번화가 난바지역 미나미를 중심으로 사채업을 벌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돈에 의해서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을 다 경험했던 주인공은 그만큼 더럽고 더러운 돈흐름과 그것을 통해서 얽히는 인간관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실 만화는 좀 그림체가 예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조금 더러운 극화체에 얼굴만 만화체이다보니 어색한 부분도 있지요.
그러나 이야기는 아주 확실하게 90년대의 일본만화, 초 경제성장의 이면속에 갇혀있었던 인간들의 탐욕과 사기, 도락, 그리고 배신과 배반을 통해서 이루려고하는 인간들의 욕심을 말하지요. 솔직히 지금 분들에게 이 만화책을 구해서 전부 다 보라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일반적인 채권자와 채무자의 드라마를 그린 것 이외에도 돈이외에는 믿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에서 지금 유행하는 일본산 금융만화, 사채관련 만화들의 틀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덕분에 지금까지 100권이 넘는 몇 안되는 무식한 책자가 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원작을 담당한 텐노지 다이는 여러가지 작품들을 히트시켜가는 가운데 다양한 조사를 통해서 실제로 벌어졌던 몇몇 유명사건들의 실제사기 방법들을 표현해가면서 어찌해서 사람들이 금융사기를 당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표현된 여러가지 사기, 사채, 그리고 펀드 매니징을 비롯하여 금융 자체의 허무한 실체에 대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꺼내놓고 있어서 굉당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떤면에서 보면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금융사기 묘사가 있어서 여타 나라에서 판매되기에는 조금 무서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도 이 책만 읽어보면 어느새 금융사기범이 될 수 있을 정도라고 하겠지요.
또한 그동안 사회에서 그렇게 조명되지 않았던 대기업, 발전기업의 횡포로 인한 눈물, 파탄, 그리고 범죄와 죽음에 까지 연결되는 여러가지 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쩔 때는 사기범에 의해서 날치기 당한 금전을 회수하기 위해서 그 사기범들을 다시 금융사기에 빠트리는 방법까지 써가는 주인공의 회수방법에서 또다른 감흥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제법 강한, 법률상담구조나 연개법의 개성을 보면서 머리가 아파올 수도 있지만 그런 머리아픈 법과 금융의 흐름을 통해서 자신의 이익을 되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확실히 인상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이후 어느정도 인기전선에 올라간 이 작품은 여러가지 화제를 모으면서 일본 금융만화의 금자탑을 이루었다는 평가도 얻었다고 합니다. 실제 이 마이너한 잡지에서 연재된 만화중 유일하게 100권이 넘게 판매되고 있는 작품이니까요.
결과적으로 저도 이 책을 전부 모아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초기 40여권까지는 중고판을 구입해서 보았고, 이후 일본에 갈때 북까페에 들려서 뒷부분을 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금융, 법적 해석, 그리고 사기와 범죄에 대한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부도 되고 즐겁지만 조금은 우울한 현실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다케우치 리키(竹内力)가 자신의 최고 히트작으로 거론하고 있는 이 작품은 여러가지 재미를 보여주었고 지금까지도 적당히 인기를 끌어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보았던 초기 작품들을 떠나서 초 인기의 절정기를 맞이했던 2007년까지 극장판 17작품을 포함해서 전체 60작품이 발매되어 강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V시네마 시리즈에서도 이정도로 히트를 한 작품은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지요.
야쿠자와 만나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돈을 위해서는 결코 물러나지 않는 주인공의 활약상은 확실히 돈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의 허무함을 말해주지만 또 그런 인생에 빠져서 살 수밖에 없는 드라마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초 인기작이었던 이 시리즈가 2009년에 들어서 신규제작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촬영이 어려워졌다는 형태로서 끝을 맺은 것은 조금 아쉽다고도 말을 하겠습니다.
정의의 히어로는 아니지만 자신의 돈을 위해서 어떤 악행이라도 맞서 싸우는 모습은 확실히 보는 맛이 다르다고 하겠지요. 원작 만화는 한번 보시고 빠질 수 있는 분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100여권이 넘어가는 진행과정 속에서 그렇게 그림체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또 다른 감흥(?)이기도 하겠지만요. 현재는 120권 정도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80여권까지 이어서 보고 이후에는 그냥 눈에 들어오는 것만 보는 형태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 끝을 볼지 모르는 미묘한 작품 중 하나이지요.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