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한 만화를 감상하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다보면 가끔은 무엇 때문에 보는가?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기본은 위안을 찾기 위한,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서 자신의 시간을 소비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소비하는 시간은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 기준이 굉장히 묘합니다.
시간이 아까워서 이런 취미활동 조차도 귀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맹맹한 것이 바로 만화나 애니메이션 감상이 아닐까 합니다. 한때는 공상과학이라는 분야조차도 쓸데없는 망상의 시간, 필요없는 치기어린 망상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서 실생활에 무슨 이득이 있는가?
라는 기준을 두고 보면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 어느 정도 생각을 해보면 망상과 상상력의 연결은 굉장히 묘한 동질감이 있습니다. 발명이나 발견에 필요한 착안이라는 것과 달리 아무 쓸모에도 없는 것이 망상이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망상의 기준에서 볼 때 공상과학, SF라는 장르가 등장한다고 하겠지요. 실제 인체형 로봇의 존재부터 전쟁의 도구로 등장하는 거대 로봇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보면 어느 정도 한계까지 봐야 현실감이 있는 인식을 갖출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실 생활을 바탕으로 할 때 거대한 전투 로봇의 존재는 필요성이 없는, 단순한 상징성과 공포감 조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니까요.
다만 병기에 캐릭터 성격을 부여하기 위해서 이런 것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폭력의 수단으로서, 또는 발전의 과정으로서 SF라는 부분이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그 안에는 언제나 현실을 반영한 정치, 사회, 종교, 경제관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기초과학과 대중인식의 변화를 동반하면서 그 안에서 표현되는 것도 많이 달라지지요.
그렇게 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SF의 영역이고 이후, 상상력만으로 보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보여주는 다양한 재미 중 하나입니다. 상상되는 차원이라는 이해는 있어도 그것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과학력이나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상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하겠지요. 특정영역에서는 이런 과학적 이해나 사고가 너무나도 물질적이고 계산적이기 때문에 인간미가 없는 세계관을 보여준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컴퓨터에게 인간의 감정같은 것이 등장할 것이라고 보는 것과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하겠지요. 절대이성의 기준을 가진 컴퓨터와 절대감성을 자랑하는 인간의 가치관을 완전하게 통일할 수 없기 때문에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공존할 수 있어도 그것이 융합된 통일존재란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하게됩니다.
실제 인간의 신체에도 미세한 전류가 흐르고 있어서 그것이 생명유지의 기반이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과학, 의학, 발견된 법칙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과학만화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인간사회에서 상상해보는 가능성 중 하나가, 병기를 인격화시키고 컴퓨터를 다른 차원의 존재로 만들어 보게 됩니다. 상상할 수 있는 형태로 그것을 드라마로 꾸미고 그 안에서 다른 부분들을 찾아서 현실과 연결시킨다고 하겠지요.
결국 우리가 현실에 입각한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해서 볼 수 있는 것이 공상과학이기 때문에 그만큼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근래에 와서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작품세계에서 판타지와 SF가 본래 가지고 있는 기반이 같다고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세계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작가와 독자 사이에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기초정보전달이 굉장히 필요한 작품세계지요.
물론 SF의 세계에서는 과학적 명칭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논리적인 이해가 나오지만 판타지는 드래곤이나 엘프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그 안에서 드래곤이 불을 뿜고 하늘을 난다는 설정이 기본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이해하고 들어가는 가 아닌가에 따라서 여러 가지 구성이 달라지겠지요.
물론 SF라고 지칭되는 작품영역이 어디까지를 상상력의 한계로 봐야할지는 좀 애매한 것도 사실입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무협 + SF + 판타지 등이 짬뽕되어서 하나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새로운 형태를 추구하기도 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서부시대인 것 같지만 실제는 미래, 과학이 발달한 시대라는 것을 말해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시대를 넘나드는 것을 떠나서 과거 외계인이라는 존재나 악의 세력을 넘어서 다른 차원, 다른 시간 축에서 넘어오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보면 그만큼 놀라운 조합과 대립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보는 이는 재미를 늘려나가지만 반면 진부해진 설정이라는 말도 나오게 됩니다. 과거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것만으로 신비로운 판타지 이상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추론되는 결과를 통해서 이해되는 과학설정을 확실하게 결정하지 않으면 판타지, 설정이 튼튼하면 공상과학이라는 형태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무협장르들이 과학이 아니라 동양판타지로 분류된 것을 당연하게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지요. 논리적인 스토리 구성과 더불어 미스터리가 동반된 과학의 세계를 그린 것만이 SF인가? 하고 보면 또 이상한 것도 사실입니다. 시대설정이 미래라고 해도, 배경이 우주라고 해도 그 드라마가 꼭 공상과학분야라고 보기 어려운 작품들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이야기로 보면 판타지가 아닌 것은 전부 공상과학이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고 그것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독자와 작가가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연결되는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과학적 논리로서 설명이 되지 않은 부분들은 그냥 판타지 영역으로 들어가고 말이지요. 사실 그런 점을 보면 과학적(이성적)인 부분과 달리 비 과학(감성적)성향을 가진 인간의 드라마야 말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화의 소재로서 듬뿍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때문에 이제는 비이성적인 상황으로서 인간과 비 인간의 러브 로맨스를 보는 것도 충분히 이해되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겠지요.
방구석에 있는 데스크 탑이나 휴대용 노트북을 사랑할 수는 없어도 인간형 모습을 한 컴퓨터는 사랑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보면 그만큼 외적인 인식차이는 굉장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됩니다.
Comic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