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천재외과의사 블랙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간드라마가 일품인 데즈카 오사무 만화입니다.
처음에 이 제목만을 보았을 때는 도박 만화인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일러스트만 보면 검은 옷은 입은 괴상한 상처를 가진 인간이 나와 있으니 ‘어둠의 갬블러’가 아니겠는가? 하는 상상을 하고는 했습니다.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작품이 전달하는 감동을 떠나서 이 작품이 주는 의미가 대단히 좋았습니다.
사실 지금에 와서 보면 이 작품이 일본에 미친 영향은 대단히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상당히 의학적인 지식이 필요한 의료만화 부분에 있어서 원조 격으로서 보고 있습니다. 휴머니즘과 의학 지식이 총동원된 (작가 데츠카는 외과 의학박사이기도 합니다) 작품으로 그 맛을 100% 이해시키기란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199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전히 데즈카 만화 작품들에서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철완 아톰 : 우주소년 아톰]과 [마그마대사], [빅X]와 같은 대중적인 액션 드라마와 SF작품성향을 이야기 하게되지만 [붓다]와 함께 이 블랙잭은 그 의미를 달리보게 합니다.
더불어 지금 일본 만화에 있어서 다양화된 장르별 구성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때문에 이후 수많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알려주었고, 더불어 수많은 의학도들에게 영향을 준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때문에 아직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못한 작품이라고 해도 저로서는 적극 추천을 하게됩니다. - 2002
여전히 친구들과 취미로운 만화이야기를 할 때 일본의 데즈카 오사무라는 만화가가 내놓은 여러가지 작품 군 중 어떤 것을 최고라고 말해야 할지 생각해보는데 그중에서 저는 역시 불새,와 아톰, 블랙잭을 꼽게되는 것 같습니다. 오락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 조금 다른 영역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식 칸만화의 전성기를 이루어내면서 전혀 다른, 데즈카식 만화세계를 확고하게 완성해서 이후 여러작가들에게 영향을 미ㅊ;고 근대와 현대 일본출판만화와 애니메이션 역사에 지대한 공헌(또는 악습)을 한 것을 볼 때, 이런 작품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실상,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한국의 70~80년대 대본소 및 학습만화등을 가장한 몇몇 작품들은 이 데즈카 작품을 그대로 베끼거나 무단번역시킨 해적판으로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저도 역시 어렸을 때는 그냥 한국만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접근을 했던 데즈카 작품들을 보면서 이 만화가에게는 팬레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어린 마음에 책 뒤편에 나온 주소로 찾아가면 만화작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직접 건내보기를 바랐던 때도 있었습니다.
조금 눈과 귀가 트이고 일본산 만화에 대한 여러가지 접근과 함께, 데즈카 오사무라는 작가가 가진 다양한 작품세계에 대한 공적인 평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은 대부분 그 만화를 실시간으로 보고 접한 사람들, 일본취미인들의 기준이지 제가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상은 아니었지요. 작가의 사후, 제가 소장하게된 코단샤판 데즈카 오사무 만화전집 400여권이 출간되었을 때는 정말 그렇게 데즈카의 작품이 많은 줄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충 생각해서 한 50작품 정도 될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만 했었지요. 일본에 갔을 때 데즈카 전집 전질이 놓여있던 서점에 가서 과연 이것을 전부 구입해야할지 어떨지 고심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다만 이때는 아직 한일문화개방 이전이라서 일본산 만화책을 많이 사들고 오다가 걸리면 전부 반송되거나 소각되어버리던 때라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몇권 추억을 돌아보면서 고른 책과 함께 다 읽어보지 못한 몇몇 타이틀을 사들고 오게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블랙 잭'이었습니다.
후세의 평가에 의하면 이 작품은 전반적인 액션, 코미디, 그리고 SF장르적인 표현에 있어서 남달랐던 데즈카의 전, 중기 작품들과 달리, 굉장히 세련된, 말기활동작품에 속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보는 맛과 느낌이 기존 작품들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세련미가 있다고 하겠지요. 저는 만화를 그려보겠다는 생각도 했었기 때문에 당시 몇번 펜을 들어 따라그려보기도 했지만 이런 선, 구성을 가진 만화는 확실히 어느정도 재능적인 구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적인 묘사를 할 수 있는 극화체가 아닌 상황에서 어느정도 사실적인 수술, 해부묘사를 해야하는 것을 본다면 정말 그 기준을 잡기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하겠지요.
이 작가의 사후에 나온 전집 뒤편에는 당시 여러가지 회자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작은 해설문이나 평글이 실려있었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어떤 형태로 돌아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떤 작가이건 흥행성적과 상관없이 말기에 나온 작품일 수록 작가의 개성과 능력이 더 높아진 상태로 완성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 당시 어느 정도의 흥행을 거두고 어느정도로 큰 의미를 둔 작품이었는지는 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후 데즈카 작품 전집을 대부분 읽고난 후에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가진 훌륭한 세계과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동년배의 여성취미인에게 이 만화책을 읽게 했을 때, 조금 역겨움도 느껴진다는 감상을 듣고 생각한 것이지만 확실히 의학이라는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과 함께 의학이 가진 사회적 소명과는 다른 부분, 인간성을 가진 인간들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블랙코미디라는 영역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때문에 제 감상점에서는 의외롭게도 스토리 : 웃음 부분 평점이 코미디작품에 대한 평균점 10점을 넘어서 13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학적인 블랙코미디로서 사회관에 대한 불안감, 인간불신같은 것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노코가 가진 인간성이 이후 불균형적인 블랙잭의 정신세계를 구원하는 바탕일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원작 연재구성과 순서가 다르게 나왔고 이 문고판을 비롯한 여러가지 제품판에서는 연재당시의 구성과 재구성된 세계관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감상을 알려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과연 데즈카에게 있어서 이 만화가 어느정도의 스토리 맥락을 가지고 탄생한 작품인지는 미지수라고 생각을 합니다.
완벽하게 스토리를 짜맞추고 시작하는 근대 연재만화들과 달리 당시에는 연재 자체에 목적을 두고 스토리를 짜내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으니 우연치않게 이런 멋진 명작으로 탄생하고 만것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 세대의 많은 분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해보게 되는 좋은 만화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 2009
2011년도에 들어서 보면 데즈카의 작품세계에 대한 새로운 조명, 또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게됩니다.
일본 출판만화의 황금기를 열었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데즈카 외에도 그의 후세를 증명하듯 화려하게 작품생활을 했던 여러가지 군상들을 보면 또 다른 시대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겠지요. 저도 아주 짧은 시기에 일본 만화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면서 70~80년대의 작가 및 편집진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을 농담 반, 전설 반으로 섞어진 형태로 들을 수 있었는데 어느정도 묘한 감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일본에 있었던 90년대초반은 막 디지털 출판과 아날로그, 수작업 편집에 의한 출판시스템의 혼재기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왔고 이런저런 일과 해외출장을 통해서 얻게된 출판 및 디지털 작업에 대한 세상의 변화는 상당히 나라별로, 직종별로 다른 구성을 보여주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돌아보아도 1970년대의 일본 출판만화 시장이라는 것은 굉장히 구식, 솔직히 말해서 석기시대적인 발상으로 연결되어 진행되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후 미국과 유럽시장의 전자출판 및 편집, 구성되는 과정들을 보았을 때, 과연 이런 형태로도 시장이 형성되고 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패전으로 인한 불안한 사회성에서 급격하게 이루어진 근대화라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었던 특수시장이라고 하겠지요.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도 비슷한 편인데, 다만 일제강점기를 통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연결고리들이 많이 작용해서 이상하게 발전하게되었다는 말도 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생각을 해보면 굉장히 불안한, 주먹구구식 일본출판만화계에서 어떤 형태로건 관객, 독자를 끌어모아야하는 잡지제작진에게 있어서 모든 것을 그냥 맡기고 넘어가야 했던 부분과 작가 자신의 프라이드가 복합적으로 작용되어서 만들어진 작품에서 흥행이라는 결과물을 그냥 지켜보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확실히 70년대 답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상, 히트할 수 있는 작품적인 요소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과 독창적이지만 그런 것들을 억지로 넣어서 만들어야 하는 지금과 달리 작가의 선택과 구성에 따라서 죽고 살아가는 만화세계라는 것은 일종의 줄타기 같았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기존에 흥행요소로서 볼 수 없었던 장르를 가지고 만화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모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데즈카라는 작가의 이름을 가지고서야 비로소 진행되고 성공의 발판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면 왜 삶과 죽음, 그리고 비인간적인 캐릭터들과 비정한 현실사회 비판을 동반한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가는 사실 70년대 당시의 사회상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이 블랙잭 만화가 연재되었던 시기에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었던 사건, 사고, 그리고 우려에 대한 여러가지 사회적 불안감을 표면화 시킨다는 점에서 블랙잭은 그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은 사회적인 통제가 심했던 한국의 70년대와 달리 경제발전을 우선시하면서 보여주는 표면적인 결과만을 통해서 희생되어도 괜찮다고 넘어가는 소수, 약자, 그리고 자연파괴등을 통한 미래불안을 당당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근대 미국을 비롯하여 SF장르의 대부분은 현실사회가 가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희망적으로 그리기 위한 수단이었고 실제 정치적 이용을 위한 방법적인 우회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만화나 스포츠 장르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오락적인 요소로서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수단 중 하나였지요. 더불어 보면 경제적인 소비심리의 저변확대도 큰 몫을 했지만요. 사회가 인간들에게 어떤 것을 바란다기 보다, 이런 바른 사회에 있어서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지어버리는 관계형성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게되는지를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가진 자, 성공한 자, 대중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빛의 세계에 살고 있는 자들과 다른, 착취당하고,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존재하는 어둠의 손길이라는 것은 또 다른 의미라고 생각을 합니다.
빛의 세계는 아니라고 해도 발전적인 미래시를 통한 동반자로서 커갈 수 있었던 소년이 어두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계기가 된 것은 그런 부분들에 대한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또 이 드라마는 깊고 깊은 인간세계에 대한 비꼼이 가득하다고 하겠지요. 시간이 한참 지나서 일본의 경제적 팽배 뒤에 있었던 종양들과 정치적 이점을 위해서 버려진 다양한 부분들이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들은 여전히 경제적인 여유를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또 자신들과는 다른 나의 사회적 신분을 위해서 남들을 깔보고, 경멸하며, 이용하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지요. 그런 것이 보이기 때문에 또 읽어보고 생각하고, 감동하게 되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