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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c Story

세계정복을 말하는 만화관


1996.03.13 + 2004.10

 

세계 정복이란 소재가 얼마나 만화에 공헌을 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천 타이틀의 만화를 봐왔고 수백 개 게임을 하고, 수십 종 오락을 즐겨온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의문이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언제나 어린이용으로 등장한 만화영화, 만화책, 소설, 게임 등에서 등장하는 악당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세계정복'에 관한 의문이었습니다.

왜 그렇게도 맛이 간 과학자와 마왕, 외계인, 지저인, 악당, 비밀 결사, 암흑 연구소는 세계정복을 하지 못해서 안달이 나있을까요?

어렸을 때는 그저 신기한 로봇, 예쁜 공주, 착한 마을사람, 알지 못하는 치기 어린 정의심에 휩싸여 무조건 세계정복을 하려고 하는 녀석은 나쁘구나……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보아왔고 지나치고 왔습니다만, 도대체 왜일까요?

 

물론 이 세계정복이란 단어에는 2차 세계대전 악역인 독일 나치스, 히틀러의 유럽 정복에 대한 야망을 비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입니다. 세계대전에 참가했고 아시아 여러 국가를 침공한 사실이 있는 일본은 세계대전 패전으로 인하여 여러가지 우울한 환경 속에서 시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만화 세계 속에서는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을 희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패전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두고서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꿈과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세계정복을 꿈꾸는 악(惡)의 무리와 싸워가는 모습은 틀림없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사춘기 시절에는 ‘내가 세계정복을 하면 나만을 위해서 마음껏 할렘을 만들고 돈 펑펑 쓰면서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모든 과학자를 동원해서 내가 원하는 뭐든지 만들게 하고…’ 와 같은 유치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설마 그 악당들이 그런 사춘기 때 저와 같은 마음을 지닌 순수한 존재(?)라고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무었을 노리고 세계정복에 나섰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언제서부터 그 「세계정복」이 악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물론 조금 깊이있는 사상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독재에 의한 이상적인 정치라는 형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마름대로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전쟁과 분쟁이 없는 통일된 지구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형태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무력통일을 통한 세계정복의 야욕을 불태우는 존재는 과거 일본 제국의 모습과 중복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픈 모습을 반성하고 있다는 말도 있었지요.

 

그런 점들을 넘어서, 입장을 바꾸어 볼 때, 자신이 그 악당 입장이라면… 하는 생각에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한없이 천재이고 자신감에 차있어 나 이외 인간은 벌레보다도 못하다는 사상을 가진 박사, 뛰어난 용모와 재력으로 놀고 놀다가 지쳐서 할 일이 없어 심심풀이로, 자기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못사는 것이 억울하고 분통터져서, 실제로는 별 생각 없이 살아가려고 하지만 친척이 마왕족이나 세계위기의 열쇠가 되는 입장이어서,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우연으로 미증유의 에너지의 발견을 하거나 발명, 악마소환, 우주와의 교신, 부모의 숨겨진 비밀 등으로 인하여 거대한 로봇을 얻는다든가, 악의 무리들이 총알받이로 내세우기 위해서 시켜준 두목자리를 가지게 된다든가, 실은 초능력자, 외계인, 전설 대륙인의 후예, 대마왕의 전생체, 투명인간, 실험인간 이었다든가…하는 설정을 만들어서 즐겨 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나 자신이 왜 세계정복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완벽한 대답은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천재이고 자신감에 차있어 나 이외의 인간은 벌레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뛰어난 용모에 돈까지 버릴 정도로 많아 놀고 놀다가 지쳐서 할 일이 없어 심심풀이로, 분통 터져서, 마왕이라는 입장이어서…………실험인간이어서 세계정복을 하고 말았다면……???

 

과연 나는 그러한 입장에 서서 세계정복을 하고 난 후라면 그 후에 무었을 하고 있을 것인가? 이후로도 정의의 사도들과 바이올런스한 나날을 지내면서 새로운 자극과 흥분에 빠져 업치고 뒤치는 반전의 생활을 보낼 것인가? 이쁜이를 할 일 없이 심심하니까 납치해 당장 없애지도 않고 정의의 사도가 올 때마다 한 녀석 한 녀석 부하를 보내 싸움시켜서 레벨업을 많이 시켜준 후에 지지고 뭉개고 밟아서 깨부순 후에 다른 이쁜이를 찾을 것인가? 외계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며 지금까지 죽자 살자 싸워온 정의의 사도들을 설득, 대의(大義)안에 모여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면서 신(新) 악당 신드룸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나를 이런 초인으로 만들어서 인간을 사랑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든 인류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자폭 할 것인가? 사실은 자신의 힘보다 진정한 악에 의해서 제거되어 후세의 비웃음을 사는 멍청이가 될 것인가? 잘난 용모로 모든 이쁜이를 매료시켜서 종으로 만들고 정의의 사도들을 노예로 부리면서 동화같은, 그후로 그들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고 끝나는 엔딩을 볼 것인가?

 

도저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무지막지하고 공전절후하고 천상천하 유일하고 천지파괴 우주괴멸 황당무개한 스토리 전개입니다. 이렇게 고심을 해보면서 본인의 욕망과 콤플렉스, 자아비하, 자만심, 허영심, 도덕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읍니다…만 역시 그저 만화영화 제작자 및 만화가, 스토리 텔러, 시나리오 제작가들이 영웅작품의 대급적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궁극적인 악의 형태라고 결론 지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그러면 지금까지 이일로서 심히 많은 시간을 고심해온 저의 사춘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또한 지금 까지도 「世界征服」이라는 단어에서 흥분과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저는 뭐였을까요?

어느 만화에서 나온 말처럼 누구나 세계정복의 이념과 사상을 꿈꿀 수 있으며 극히 기적적인 희망이 실현가능한 현실이 된다면 어느 누구라 하더라도 그 유혹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인가 하고 도서관에서 심리학책을 보면서 고심한 결과, 어느 말을 인용한 개그만화가의 말장난이었음을 알고서 허탈 해있던 나는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글은 제 자신이 생각해온 세계정복의 이념과 사랑, 청춘을 그린 글이었습니다.

모든 만화영화, 만화책, 게임에는 이러한 논리가 세워져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립과 싸움이라는 인간 본연의 원시적 행동을 통해 보는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푼다고 생각합니다.

 

# 1. 전투라는 것은 싸움으로 극한 되어진 의미가 아닌 사랑, 질투, 욕망, 시기, 희망들이 어우러지는 여러 가지의 인위적인 공간예술의 총칭,

# 2.원래 만화라는 것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도구였으나 토론 및 감상의 대칭, 3인 이상 의 사회인이 형성된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의론 형성 등으로 인하여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도구가 된 것도 사실이 아닌가 합니다.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조합된 시스템이라 하여도 사용자, 시청자, 애독자의 기본 = 원초적 본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이야기의 절대불변 법칙? 옛날이야기나 신화, 전설, 소설 등에도 이러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뻥이건 왕뻥이건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의 현실에 빠져 비탄하는 것보다 비이상적인 꿈을 꾸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극적인 만남, 불같은 사랑, 비극적인 이별, 절대적이거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반항을 하는 악당들… 모든 것이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픽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정복」, 당신도 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