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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ion Story/1990 / 20c

지금이니까 ……(1) 에반게리온? 그거 쓰레기잖아!

………… 지금이니까 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1994~1999년까지 저는 일반 사회생활에 바빠서 제대로 된 취미활동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사회초년병이고 이런 저런 생활기준에 있어서 취미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서 대부분 재정리를 하는 작업, 즉 여러분들이 보고 계시는 취미DB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취미에 대한 접근을 못한다는 아픔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주변에서는 이제 잘~ 성장한 취미인들이 애니메이션과 만화, 그리고 게임업계로 한 명 두 명  진출하더니 이상한 취미연줄을 만들어 보여줍니다.


사실 <신세기 에반게리온 : 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은 일반 공개되기 조금 전에 제 주변 친분을 이용하여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보통 방송사에 제공되는 프로모션용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그러했지만 뭐 이런 저런 형태로 이어질 수 있었던 과정을 생각해보면 참 기묘했던 시간들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만화가를 꿈꾸다가 편집쪽으로 가는 녀석부터, 디자인을 꿈꾸다가 기획으로, 프로그램하다가 홍보쪽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리다가 게임 디자인쪽으로, 패키지 쪽으로, 이후에는 강단으로 나간 쪽도 있으니 제 취미인맥도 대단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당시만 해도 그런 형태로 발전되는 취미인이 제 주변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주변에는 몇 몇 부류가 존재를 했었습니다. 사실, '나는 위대하다'. '나는 관대하다' '나는 대단하다' '나는 엄청나다'라는 형태로 인식될 만한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반 한국사회를 기반해서 볼 때 1990년대에 일본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들을 바로 바로 구입해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되는 인간들의 고급스러운 취미라는 분위기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때문에 아주 갑부급은 아니라고 해도 당시 배편으로 주문을 해서 받아볼 수 있는 일본산 만화책, 게임, 비디오 소프트를 크게 구애받지 않고 구입해서 보는 이간들에게는 나름 선망의 눈초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상황을 직접적으로 본 것이 아니었지만 그런 동아리 모임들의 암묵과 투쟁(?)을 여러번 이야기로 들었기 때문에 참 놀라기도 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반대파(?)가 칭찬을 하면 그것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기동경찰 파트레이버>때를 시작으로 <공각기동대>, <북두의 권>, <시티헌터>, <슬램덩크>, <드래곤 볼>, <건담  - 퍼스트 와 Z, Z와 ZZ, G와 W 등 등>을 거쳐서 <자이안트 로보>나 <FSS>로 연결되는 다른 작품 영역들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면 나중에 그것을 까고 본다는 심리일수도 있겠지만요.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반대, 까임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째서 그런 상황을 낳았는지 이야기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나름 친분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양쪽 친구들이 서로 대립되는 상황을 마주하게된 것은 지금 생각해보아도 놀랍다고 생각을 하게됩니다.

특히 '에반게리온'을 가지고 말입니다.



불명예적인 면이 있다고 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재미있게 본 쪽이 아닌 에반게리온이라서 그냥 그렇고 그런 로봇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서 빠져서 보기에는 좀 거리감이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주변에서 그것을 가지고 심각해가는 주변 상황과 진행 과정을 보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의 차이점'을 어떻게 표현하고 나가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세력을 이끌게 되었을 때의 모습이라는 것은 또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분석적인 형태로 이것을 보면 다음과 같은 원인이 있습니다.

 1. 당시 남들보다 빨리 보고 말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만화 팬은 존경을 받았다. (라고 인식된다)

 2. 같은 동네에서 널리 인식되어 알려진 상황에서 너와 내가 가진 생각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서툴렀다.

 3. 대표가 될만한 소재를 동시에 다른 접근법으로 거론했다.

 4. 때문에 너와 나는 웬수?

라는 동네 꼬맹이 수준의 대립이 나타나게 된 것이지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면 에반게리온을 1~3화까지 조금 일찍 본 이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때, (편의상)A와 B는 다음과 같이 논을 했습니다.

A :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매력을 듬뿍 담고 나온 SF 로봇 애니메이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B :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게 포장을 잘해서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꾸민 작품, 과연 결론을 제대로 낼 수 있을까? 오락작품영역에서?


라는 평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이 A와 B.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둘이 가지고 있는 친분이나 작품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둘의 입장적인 견해와 표현은 극을 달렸다고 하겠습니다. 아직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문화적인 가치관으로서 새롭게 바라보는 평론수준의 이해도 없었던 때였기에 SF적인 부분이나 영화사, 그리고 작품에 대한 접근이나 이해, 해석에 대한 구조적 논점을 가지고 논할 때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지리멸멸 애들싸움으로 진행되고 말았다고 하겠습니다.


이후 B는 "기존에서 보기 어려웠던 것을 역구성해서 자극적인 형태로만 구성하는 방법은 실험적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기법이고, 꼴을 보니 나중에는 식인(食人)이라고 해서 토테미즘(상대의 피와 살을 직접 흡수해서 상대의 지식과 영혼을 이어받는다는)식 연출이라도 보여줄 기세다!" 라고 말을 하고 나니 실제로 그런 장면이 나오지를 않나,

"일반적인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평이한 소재를 잘 짜집기 해서 나열, 그것을 통해 보여주는 것만으로 지성이 높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효과를 노린 시나리오" 라는 말, "이런식으로 유토피아 성향을 가진 기존 작품과 달리 비(非) 유토피아적 해석이나 정신분석적 혼란을 가지고 이야기를 끝낼 수 있을까?"라는 말을 하게되었을 때는 틀림없이 그작품을 존경하고 즐기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에는 무척 분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실제, 조금 넓은 시야나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이는 부분이라고 해도 애니메이션이라는 좁은 장르에서만 보고 자라온 성장세대들에게 있어서 에반게리온이 보여주는 부분들은 굉장히 있어보이고 느끼게 해주는 영역이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속칭 애니메이션, 만화를 좋아하는 바보들은 대부분 일반 사회적인 공부와는 거리를 두고 살아갔기 때문에 '있어보이는 형태'에 그냥 매료되어 버린다는 것이지요.

저도 기본적으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찬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적인 붐을 일으켰다고 말을 하는 것들 보면서 그런 구분에 대한 사실적인 이야기는 그만큼 큰 영향을 가진 문화로서 볼 수 밖에 없었지요. 실제 생각이 무척 짧은 애들에게는 그것이라는 존재가 주는 사상이나 연출, 느낌이 대단한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서 보면 그냥 그렇고 그런 정도, 간편하게 말해서 '보통'이라는 것 이외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반인에게 건담이 뛰어나고 마징가가 멋지고, 스타트랙이 가진 세계관이 훌륭하고를 아무리 떠들어봤자 현실에서 가지고 노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이 더 중요한 것이지 허황된 잡설에 감동을 느끼고 할 건덕지가 없다는 소리입니다.


때문에 관련 취미인들에게 있어서 보통이라는 기준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일반사회적인 기준에서 보는 보통과 그쪽만을 가지고 바라보던 (특히 애들을 대상으로 한 로봇 애니메이션 영역)에서 보는 보통이라는 기준은 확실히 같은 것이 아닙니다. 영화적인 선택에서 보면 남에게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역설(力說)하면서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느끼는 즐거움에 대한 이해가 나와야 하는데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에반게리온을 실시간대에 맞추어 볼 수 있는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일일히 다 챙겨보지 못했지만 주변에서는 A의 입장을 가진 존재들과 B의 입장을 가진 존재들이 치열한 대립과정을 거치면서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대한 이해와 접근을 달리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애니메이션입니다. 영화나 소설이나 세계평화회담이나 경제기획, 또는 정치적인 대립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 가진 감상을 가지고 대립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당시 저는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A와 B, 둘다 친분을 가지고 있었고 그 둘이 주장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충분히 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그 상황을 '이런 식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지만 의외롭게도 이것은 치명적인 형태로 발전을 합니다.'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것이지요.


취미이야기에 무슨 자존심? 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아는 것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영역을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하늘에는 별자리가 있지만 북반구에서 보는 것과 남반구에서 보고 지정하는 것이 다르지만 여기서는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와 그것을 위한 대립이 계속 남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차적으로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나 모순에 가까운 무기와 장갑에 대한 논리가 나오지만 그런 부분들은 대부분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우선은 절대적인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반게리온에서는 그것이 다른 영역으로 우선시됩니다. 그 장갑재질이나 무기, 형성되는 매력을 떠나서 우선 사상적인 부분을 가지고 이해되는 과정을 달리 표현하기 때문에 그것이 자극적인 정신자극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구조적으로 보아도 로봇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제 로봇이 아니라 거대 인조인간이니까요) 1970~80년대를 내달린 여러가지 SF극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소재와 80~90년대 초반을 달려온 영상적인 연출들이 잘 짜여진 재미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게 에반게리온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흥미로운 소재들을 잘 짜내서 TV용 애니메이션 치고는 상당히 좋은 수준을 가지고 재미를 추구했습니다.


단, 기본적인 인문 대학강의 정도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다른 관점으로의 비교분석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있어서 에반게리온은 굉장히 신선한 즐거움을 가진 작품이었다고 생각을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마징가Z>라는 작품에서 어째서 헬박사는 세계정복의 야망에 불타올랐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사상적인 이해는 나오지 않고 그냥 세계정복이라는 단어에 정신을 빼앗긴 오락가락 과학자로 보입니다. 기계수 군단을 떼거리로 몰고가서 그냥 바로 항복을 받아내면 될 일을 가지고 질질 끌다가 쇠돌이의 끈질긴 노력과 투쟁에 의해서 꼴깍 하고 말지요.

저연령층, 그리고 일반적인 상품판매를 기반으로 한 제작진에 있어서 투쟁적인 목적의식보다는 자극적인 연출과 구성만이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세련된 모습을 가지게 보여주는가 하는 점은 확실히 천국과 지옥을 보게 해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것을 떠나서 단어선정, 그 단어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논리적인 지식충족을 높여갔다고 하겠습니다. '롱기누스의 창'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 때문에 일반적인 서양종교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비 일상화되어 있는 일본을 생각하지 않고 오컬트적인 요소로 보는 일본문화에 대한 상식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지요. 비일상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신을 벌한 검으로서 일본 신화에서 거론되는 검에 대한 명칭이 나오는 것이 더 어울리는 점이지만 이지 그런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부러 그 관점을 달리한 쪽으로 진행되었다고는 생각을 하지못하는 것이지요.


당시 대립적인 이야기에 대한 1차적 결론은 그 유명한 25~26화에서 결판이 나고 말았다고 하겠습니다.

B가 예언(?)을 한대로 제대로 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어영부영한 상징적 해석과 연출로 끝을 내고 말았던 에반게리온에 대한 감상이라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 에반게리온은 뭔가 있을 것이다, 아니 무언가 있다! 라고 신봉을 하던 이들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배신감이자,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련한 지옥을 맛보게 해준 구성이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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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당시에 나온 이야기는 그냥 쓰레기 였다는 것입니다.

허접한 소년만화, 로봇애니메이션에서도 정의를 위해서 악을 물리치고 끝난다는, 더불어 주인공은 이후 행복을 찾아 살아간다 라는 결말도 없이 그런 꼴을 보여준 것은 기본에도 미치치 못한다는 결론을 내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미 편협한 만화영화 팬들과 에반게리온은 훌륭한 세계관을 가진, 심취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다라는 인식을 가진 이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에바는 판타지잖아! 뭐가 그렇게 심각해?(SF로 보기에는 막판이 너무 막 나갔으니)"

라고 말을 하게된다면 실상 동시기에 등장한, (기획 자체는 훨씬 이전에 진행되었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가 더욱 높은 가능성과 매력, 그리고 매료시킬수 있는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었다고 말을 하게됩니다.

초반에 SF를 빙자한(^^) 에반게리온보다 판타지라는 껍질을 쓰고 나온 에스카플로네가 훨씬 좋은 가치를 보여준다고 말을 하게되는 것이지요.


시간축이 다른 구성으로 인한 자기세계 구현이라는 연출은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 작품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연출에서도 이미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원숭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자기 재주에 빠져서 큰 부덕함을 지른 손오공은 석가의 힘에 의해 봉인되어 있다가 삼장이라는 인물이 얻으려는 역사적인 사건에 동참하게 되면서 그 일에 봉사, 노력하여 완벽한 자신을 찾게됩니다.

대부분 체면치례에 빠져있는 신들과 허울좋은 인간세상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지만 서유기는 표면적으로 그런 의미를 잘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같은 서유기라고 해도 고우영의 손오공, 데즈카 오사무의 손오공, 토리야마 아키라의 손오공이 나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작가적인 점에서 보면 다른 작가가 구성한 세계관이라는 것을 같은 서유기, 같은 이름을 가진 존재 손오공에 대한 이해로 받아볼 수 있지만 정작 로봇 애니메이션으로서 볼 때에는 그런 구분을 가지지 못하고 그냥 에반게리온은 특별하니까~ 라는 관점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A와 B의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한다고 하겠습니다.

누구에게는 신봉할 수 있는 매력있는 로봇 애니메이션이지만 누구에게는 그냥 허울만 좋은 보통 로봇 애니메이션이라는 관점이지요.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비행로봇은 그 가치관적인 면들과 내부구조, 그리고 논리 프로그램과 명령구조에 대한 이해보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개성체로서 인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쇠돌이가 직접 조종하는 '마징가Z'와 가네다 소년탐정이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반자율성 로봇 '철인 28호'는 병기라는 입장은 같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연출에 따라서 전혀 다른 스토리와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꺼려합니다.


덕분에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을 신봉하고 숭앙하는 모습에서는 우선 여타 작품을 깔아보고 그 위에 에바가 있다는 인식을 하게되지요.


이 부분은 실제 작품 내에서 어떻게 어디까지 연출되었는가? 하는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 하게됩니다.

같은 사상과 연출을 가지고 나왔다고 하더라고 건담과 철인28호와 에반게리온을 같은 형태로 보지는 않습니다.

장르는 표면적으로 SF이고, 로봇 애니메이션이며, 주인공의 성장과 고뇌를 담고 있지만 말입니다.

때문에 로봇 애니메이션적인 부분에서 볼 때 에반게리온은 훌륭한 연출과 세계관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만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에게 있어서는 그 이상도 아니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제 주변에서 A와 B가 에반게리온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대립을 하고 있게되면 참 감상이 묘해지기 마련입니다.


제 감상은 쓰레기까지는 아니라도 해도 그냥 보통 로봇이 나오는 (물론 자꾸 이야기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로봇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주변 상황에 있는 A와 B의 입장이 압박을 해오면서 어떤 기준을 정하게 만들라고 합니다.

"에반게리온은 오랜 시간 기억될 불후의 명작이다"

"에반게리온은 장사 속에 빠진 쓰레기이다"

라고 말입니다.

뭐 심정적으로 볼 때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알 수도 있지만 완벽하게 동조하기 어려운 것을 보면 저는 상당히 중간에서 헤매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네가 감히 어떤 존재인데 에반게리온을 까느냐?"라고 달라드는 모습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형태로 본다면 나루토나 블리치, 원피스를 까면 "감히 네가 그 작품을?!" 이라는 모습이라고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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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에서 연출되는 장면이나 캐릭터, 행동 액션 시퀀스 등에서는 구구절절 이야기를 내놓지만 마징가Z가 로켓 펀치를 날리는 것이 대해서, 아프로다이A가 가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에 대해서 좔좔 논을 쏟아내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보는 맛이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고, 그 안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연출들은 확실히 새로운 구성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기존 오따쿠 층으로 보고 있었던 이들이 떠들어 댈 수 있는 소재거리를 만들어 냈다는 점은 당연히 큰 가치관을 보여줍니다. 또한 일반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재미를 추구한 로봇만화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기본 로봇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저는 물론 가이낙스 제품 중에서 <톱을 노려라>를 더 좋아하지만 로봇 애니메이션 이라는 구성을 떠나서 드라마적인 연출에서 더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더 최신작품인 <천원돌파 그렌라간>이 더 좋은 작품이라고 봅니다.

당시 기준으로 본다면 SF, 그리고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으로서 대표되는 작품이 몇개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시대감을 보여준 마크로스 플러스(マクロスプラス)가 대단히 감동깊은, 연출과 구성, 그리고 80년대 작품세상을 이어서 내달린 즐거움을 보여주었지요. 에반게리온이 1995년 10월 4일에 등장해서 1996년 3월 27일까지 달렸고,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 天空のエスカフローネ>는 1996년 4월 2일에 나와서 1996년 9월 24일에 막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맞물린 걸작 중 하나가 <기동전함 나데시코 : 機動戦艦ナデシコ>로  이 작품이 1996년 10월 1일부터 나와서 1997년 3월 25일까지 방송되면서 로봇, SF, 미소녀 캐릭터, 그리고 기존에 없던 참신함을 보여준 걸작 들로서 시대를 휘몰아 친 것입니다.

오시이 마모루가 선별한 <공각기동대>의 해외반응도 뜨거웠고 덩달아 나왔던 SF코미디 <무책임 함장 테일러>까지 넣게되면 1995년 ~ 97년은 가히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이 계속 나왔다고 하겠습니다. 덕분에 우리들이 보고 즐길 수 있었던 형태와는 또 다른 면들을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왜 하필이면 이 시기에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몰려서 나왔을까? 하는 점입니다.


크게는 2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5년은 바로 윈도우 95의 등장과 함께 일본 PC, 그리고 커뮤니티 구성체계가 크게 바뀌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때문에 그 안에서 보여준 다양한 통신 문화권들도 기존과는 다른 구성을, 조금 더 개성이 강한 무언가를 찾아가기 편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모뎀을 기반으로 한 여러가지 통신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었지만 일본은 자체 내 시장의 폐쇄성때문에 독자성만을 따르고 있다가 드디어 일본내의 일본문화가 아니라 세계가 바라보는 일본문화에 대한 극적인 이해를 실감할 수 있게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폐쇄성이 짙은 이야기 연결들은 계속 이어졌고 그 안에서 몰입될 수 있는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이려고 했습니다.

더불어 버블경제의 여파때문에 무작정 내놓을 수 있는 시장 하나만을 가지고 공략하기 어려웠다는 점, 때문에 전략적으로 기존과 다른 제품이 아니면 이미 기존 회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되었지요. 때문에 새로운 도약을 꿈꾼 신규 제작사들, 기존 회사들에 비해서 그 역사가 짧은 대신 모험을 해볼만한 여지가 많았던 만큼 기획단계에서 신선한 것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지요.

저도 운이 조금 나빠서(?) 이런 작품들이 기획단계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원고나 기획서들을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 참신하다 라는 것을 내세워 막대한 노력과 투자를 기반으로 이룰 수 있는 꿈에 대한 접근이 대단히 정열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시대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로서 거론된 부분은 사람들이 수치화된 기록에 미쳐서 일반적인 감상을 가지지 못하게된다는 것입니다. 대중심리의 단편적인 부작용이라는 말을 하지만 그 부작용이 전혀 부작용으로 인식되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큰일입니다.


'100만부가 팔린 책', '1000만명이 보고 감동한 작품' 이라는 상징적인 수치 타이틀은 틀림없이 홍보용 기준으로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은 대중 미디어의 정보전달에만 편중되어 제대로 된 자기판단기준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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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은 이미 기존 시퀀스에서 벗어나 깨트리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 스토리 구성으로 전혀 다른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은 초기 TV시리즈 내에서 변경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만 본래는 이전보다 조금 더 팬층에서 많은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넓은 분포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것은 간과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때를 전후해서 야마토 세대와 건담세대, 그리고 에바세대라는 말이 거론되면서 계층간 갈등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에반게리온은 상징적인 작품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깐다는 것은 쓸데없이 튀는 행동으로 보였다고 하겠습니다.


90년대 중반에서부터 이어져 온 무조건적인 신앙은 실상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어둠의 경제권에서 부활한 불사조처럼 에반게리온이 없었더라면 더 어두워졌을 경제적 불황을 바라보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대다수의 침묵과 묵인속에서 에반게리온은 최고의 작품이라는 명성을 얻었다고 하겠습니다.


실상, 이후에 연이어 나온 극장판과 다시 나온 새로운 극장판은 그 작품 세계관을 진짜로 보완해가면서 엔터테인먼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진짜로 엔딩이 없는 무한 루프식 에반게리온 세계라는 말도 나오겠지만 그 세계 자체를 결정하는 것이 주인공의 마음가짐이었다는 것을 말하던것과 달리 지금에 와서는 그 세계관 자체가 완전히 다른 형태로 구성되어 진행될 수 있다는 면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이카리 신지가 주인공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지요. 이미 주인공 자체에 대한 개념도 달리 봐야 하는 작품이 되면서 과연 A와 B는 어떤 생각을 하게될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누구 말대로 '탈(脫) 에반게리온'보다 '탈 가이낙스'라는 평을 말하게 되는 과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가이낙스가 에반게리온 이후 그 명성을 이을만한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평가기준은 여전합니다. 고전파 에반게리온 팬들은 고정된 집착에 빠져서 에반게리온 이상갈 수 있는 작품은 없다는 말을 하게되지요.


이미 1995~6년대같은 문화적 충격도 경제적인 지위도 보기에는 어려운 형태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시대에 새롭게 떠오른 에바 세대들의 뒤를 이를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물론 건담을 기준으로 평가하게되면 SEED 세대가 그것을 대표하는 새로움이라고 말을 하게되지만요.

1995년 가을에 에반게리온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자리를 다른 작품이 채울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을 말하게 되면 틀림없이 그것은 무리였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적절한 단어설정과 그것에 열광한 팬층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시대의 운을 타고난 작품이라는 점은 에반게리온이 가지고 있는 멋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도 그런 점에서 볼때 시대를 잘 탄 만화,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키워드 같은 좋은 부분을 잘 갖추고 있으면서 흥행요소를 잘 꿰어차고 있는 면을 보면 얄미울 정도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주는 가이낙스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조금 더 다른 부분까지도 꾸준히 보여주었으면 하지만 에반게리온 하나만을 가지고 엮어가기에는 조금 부족해보인다는 느낌을 받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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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만을 가지고 보면 벌써 에반게리온도 20여년에 가까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건담'같이 다른 시대관을 가지고 나가는 연작이 아니라 같은 시대관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시간차원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가지고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지요. 또한 드라마 연출적인 면을 떠나서 기존 작품, 제작사가 할 수 없었던 것을 먼저해서 큰 히트를 한 것은 당연히 평가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제대로 된 감상보다는 그냥 유행하듯 떠밀려가면서 보는 만화감상, 애니메이션 감평이라는 것을 보면 참 거시기한 느낌을 받게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저도 에반게리온을 가지고 기준을 다르게 가진 두 친구와 그 일당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지금에 와서 하는 소리지만 참 철이 없었던 시대였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 여기서부터는 이후는 추가된 이야기와 덧글, 댓글을 가지고 더한 부분입니다.

'에반게리온은 보기 힘든 애니메이션'이라는 형태가 많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아동 애니메이션 영역과 청장년 애니메이션이라는 형태로 장르를 구분하기 어려운 형태였다고 하겠지만 (당시 일본 방송시간대를 보면 소년소녀 작품 / 그러나 작품 수준과 구성은 청장년 작품)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지역에서 보게되는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에 대한 의미는 실제 소문난 자치에 먹을 것 없다. 라는 의견이 강했다고 하겠습니다.

더블 히로인 구조는 이전부터 당연하게 있어왔던 부분이지만 심리묘사를 위한 드라마적 연출이 뛰어난 형태로 기존 알기 쉬운 설명형 작품이 아니라 한 등급이 다른 애니메이션이었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이 작품이 등장하기 이전과 이후의 시장변화는 확연하게 갈라졌고, 이후에 로보 애니메이션이라서, 일본 애니메이션이라서 단순하게 보고 즐기는 오락성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보여줄 수 있는 생산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 애니메이션 자체는 재미없게 보더라도 에바가 가지고 있던 의미나 구성에 대한 사회적인 현상 등을 볼 때 오따쿠의 표면화, 대중문화로서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등이 잘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영향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하게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은, 애들영역에서 뛰어난 변화를 가진 작품이었을 뿐, 기존 다른 문화권에서 보면, 초등학교 수준에서 중학교 수준으로 발전된 표현문화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게됩니다. 실제 건담이나 기타 화제성이 높은 작품들을 대중적인 유행작품(저연령층 대상 작품)에서 한 단계 벗어나서 육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장을 하게된 팬들을 만족할 수 있는 다른 부분들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흥행구조를 보여줄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단, 일본과 한국, 그외 나라에서의 흥행구조는 완전히 다릅니다.

일본은 10대초반에서 성장한 17~8세 이후 25세 전후가 가장 높은 구매율, 팬층을 구성했지만 한국을 비롯하여 해외에서는 일본에서 화제였던 애니메이션으로서 접근을 했기 때문에 12~18세 층이 가장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이 연령층은 미디어, 콘텐츠 구매층에서도 갈라지는 경우가 되는데 19세 이후는 사회경제활동을 통해서 자기가 벌어들이는 수입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높은 경향을 보여줍니다.

일본내 구매욕은 높을 수밖에 없지만 그 외 나라에서의 실적을 비교할때 평작수준이었다는 점을 말하게 됩니다. 물론 1995~6년은 <공각기동대>를 기준으로 '제패니메이션'의 대두와 함께 건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판매망으로 내세운 선라이즈의 역습이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토에이의 독주체재였던 해외인지도에서도 크게 변화된 시대감을 보여주었고 그 안에서 다시 세분화된 성장팬들의 이해가 더 넓어지면서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하겠지요.

기존 아동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부분을 부각시킨 점에서 에반게리온은 승부수를 던졌고, 그 시대적인 매력이 잘 먹혀들어가면서 결국 큰 유행코드를 완성시켰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나 상징성에 비해서는 작품적인 만족도는 일반인들에게 높지 않습니다. 실제 서구권에서는 '건담 정도'의 수준에서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치를 보여줍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고 덕분에 화제를 얻어 유행구조를 가진 작품으로서 본다면 시대운이 더해진 면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취미가 맞지 않는 이들에게 있어서 에바는 위대하다, 그것을 모르는 너는 애니메이션을 볼 자격이 없다라는 형태로 몰아간 분위기와 더불어, 이런 작품이 등장했기 때문에 고전 작품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의미를 크게 부각시킨 문화적인 행위는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겨우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 하나 때문에 취미인들의 인생이 바뀔 정도였으니 참 묘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후 건담으로, 슬램덩크로, 마크로스로, 공각기동대로, 아키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이니까~' 시리즈는 최소 10년 이상된 작품에 대한 당시 상황을 회고해보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비관적인 부분은 FSS라고 말을 하게 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