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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Story/Adult Game

금단의 혈족 - 시대를 대표한 작품



금단의 혈족

일본 / 禁断の血族

시즈웨어 シーズウェア : C's ware 제작

9800계열 PC게임

1993년 11

어드벤처

재미  + ?

 

화제성만을 본다면 당시 PC9801용 에로 게임으로 큰 획을 그었던 작품이라는 말을 하게됩니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 주가 아니라 그 안에서 보여준 스토리 진행, 그래픽의 밀도, 그리고 표현된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 여러가지 매력을 이야기 하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역시 이번 방정리를 하면서 나온 먼지먹고 있던 몇몇 개 중 하나입니다. 다행이 이전에 포스트를 따로 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이런저런 감상을 정리해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부분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다행이지만 제가 이 하드웨어를 구입한 경우라는 것은 사실 어정쩡한 취미때문이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9800계열 하드웨어는 컴퓨터라는 인식보다 성인게임용 전용 게임기라는 인식이 더 강했기 때문에 묘하게 어벙벙한 스타일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되기 어려운 플로피로 게임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참 놀라웠던 시대라고 하겠지요.


이 게임패키지는 그냥 나중에 기록용으로서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일부러 되팔지 않고 남겨두었다가 이번에 빛을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9800계열은 9801에 이어서 나온 9820대 기종에 대한 열망이 많이 표출되었을 때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DOS진영의 독자적인 해석과 더불어 윈도우즈 버전이 나오기 이전에 일본 컴퓨터 업계는 여전히 독자적인 규격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미래관을 설계하고 있었다고 하겠지요. 이 게임도 9801과 9821& FM타운즈 버전이 나왔는데 1995년 11월에는 윈도우즈 95용 버전도 발빠르게 나오면서 화제성과 더불어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 작품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제가 이쪽 관련 게임에 관심을 둔것은 친구나 선배가 가지고 놀던 MSX기반의 몇 몇 게임 때문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화면에 나오는 미소녀 캐릭터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작품을 즐겨볼 수 있다는 것, 콘솔게임과는 다른 영역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실제 당시 기준으로 수십만엔이라는 비용이 들어가는 (알바 2~3개월 치 비용) 소비성이 짙은 게임기에 대한 접근은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가뜩이나 엉뚱하게 선배의 꼬임에 빠져서 콘솔게임기도 마구마구 구입하고 있던 시절이기 때문에 더더욱 접근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인간들의 호응과 열망, 그리고 이런저런 관련이 더해지면서 구입을 하게되었고 소프트웨어를 제법 많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이전에도 쓴 그대로 리사이클링이 빠른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구입해서 인스톨하고 바로 팔아버리는 형태였으니까요.

일본은 지금도 그렇지만 중고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이쪽 장르 제품들은 제가 따로 뭐라고 할 필요가 없이 빠르게 순환되고 있었습니다. 저 자신은 잘 몰라도 몇개 패치만 하면 별도의 인스톨 및 플레이 디스크가 필요없게 되어버리니 말입니다.

그 패치도 제가 할 필요가 없이 한국에 있는 선배, 후배들이 알아서 해줬습니다. 저는 그냥 왕창 구입해서 깔아놓고 그 하드디스크를 들고 귀국만 하면 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구입만 하고 플레이를 안해보면 섭섭하겠지요.

사실 캐릭터 디자인적인 면이나 구성은 그렇게 흥미가 없었지만 (게다가 16색 발색에 화면빨을 아무리 좋게 보아주어도 이쁘다고 말하기는 좀 이상했으니까요) 이 작품을 기준으로 스토리, 내용과 표현에 대한 구성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전에 말한 것처럼 사회적인 파장이 조금 커지면서 여러가지 제약이라는 기준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 안에서 나온 이 작품 내용은 상당히 심플하면서도 퇴폐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생각을 해보면 순수성이 높은 캐릭터 디자인과 정통파 미소녀 게임 스타일을 갖춘 작품들과 함께 이렇게 하드한 설정과 구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작품들도 제법 지지기반이 높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기준에서 볼 때 신생 브랜드, 시즈웨어의 첫 작품이면서 혈족 시리즈의 첫선을 보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여전히 플로피 디스트 3장짜리 게임에 얼마나 들어가 있겠는가? 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저도 가끔 보면 그 큰 제품 패키지 안에 (가격도 7,000엔을 훌쩍 넘어가는 주제에) 덜그럭 거리는 디스크 3장 뿐인 것을 보고 참 거시기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음성데이터와 256색 이상을 표현하는 것 때문에 최소한 CD롬 데이터로 존재한다고 해도, 이 때만 해도 달랑 3장, 조금 심한 작품은 2장 짜리도 있었더랍니다. 좀 많은 작품은 디스크가 10장을 넘겼지만요. 그리고 가격은 10,000엔대를 넘어가니 참 거시기 하지요.


이런 게임을 수백개 이상 구입을 해서 인스톨하고 있었던 저로서는 참 거시기 했지요. 실제 선배나 후배들의 부탁을 받아서 구입해 넣기는 했지만 게임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도저히 취향이 아닌 작품들이 많았으니까요. 그 중에서 보면 이 작품은 확실히 기존 작품들에 비해서 구성이나 연출, 그리고 터부시 되는 설정이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당시 이전부터 일본에서는 성인소설 영역이 우리나라와 달리 발달하고 있었는데 만화코너라고 해도 일반 만화, 성인만화(기준이 다르지만 영(YOUNG)이라는 단어로 용납되는 성인작품부터 완전 포르노 급에 속하는 성인작품까지)코너가 한곳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후에 이런저런 규제로 인해서 그 코너나 점포 구성이 달라지는 형태를 가지게 되었지만 이때만 해도 일반 서점 내에서 크게 구분 할 것 없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 친구는 그런 성인소설 작가를 꿈꾸기도 했었더랍니다. 무엇보다 현금순환이 빠르기 때문에 빠르게 일을 하고 빠르게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유혹이 컸다고 하겠습니다. 덕분에 동인계를 비롯하여 취미적으로 컴퓨터 관련 작업을 해본 이들은 다양한 관련으로 이쪽 계통에 손을 대고 있었는데 제 주변에서도 2~3다리를 건너면 그쪽 계통 인간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의외로 잡스러운 정보부터 가십성 농까지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100여개가 넘던 인기 성인게임 제작 브랜드 중 이 시즈웨어는 기존에 존재했던 몇몇 제작자와 팀(이라고 까지 할 정도로 큰 인원이 동원된 것은 아니지만)이 재결합한 형태였고 그 안에서 미소녀 브랜드, 페어리 테일이나 엘프, 엘리스와 달리 소규모 제작으로 임펙트있는 판매량을 노린 제품으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어드벤처 작품 중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미스터리한 스토리에 큰 의미는 없지만 캐릭터 설정 구분이 나누어지고 연령대와 배경에 대한 구분이 확실하게 된 스토리를 보여주었닥 하겠습니다. 저는 초기에 9800기기를 구입했을 때 컨트롤 키를 눌러서 텍스트를 휙 휙 날리는 비기(?)를 몰라서 일일히 엔터키를 눌러서 감상을 했는데 마침 일본어 타이핑을 하고 있었던 때라서 나름 자판기억이나 오타 발견 같은 소소한 재미도 느껴보던 때였습니다.


어찌되었든 이 작품은 당시 상당한 임펙트를 보여주었고 더불어 판매량도 좋은 수치를 기록하게 됩니다. 92년과 93년은 어덜트 게임 분야에 있어서 우후죽순같은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분산집결을 반복했는데 소프트한 캐릭터 중심 작품과 함께 하드한 설정과 캐릭터 묘사를 통해서 보여주는 작품이 그 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 주변에서 10여년에 가까운 성인게임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 중에서는 이미 식상한 패턴에 질려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하드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형태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중에 이 작품은 상당히 소프트한 터치를 가진 캐릭터 묘사에 스토리를 하드하게 이끌고 가면서 밸런스가 다른 작품으로서 완성을 했기 때문에 바로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하겠지요. 저도 이 작품을 해보고서 조금 다른 감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게임,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이라는 것에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설정, 캐릭터들이 가지는 성격적인 묘사들은 확실히 구분해서 패턴을 만들 수록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지요.

물론 성인게임이라는 장르였기 때문에 묘사되는 부분이 대부분 성적인 것이 많았고 실제 스토리 분량과 연출되는 묘사는 극단적으로 적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 작품 이후에 시리즈가 제작되어 발표되었고 마침 윈도우 버전, 고해상 버전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이쪽 작품들은 한동안 잘 팔려나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순수하게 한 방향으로 목적을 가진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시장 다변화를 꿈꾸었던 몇몇 작품들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게임 엔진개발에 대한 유지보수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점이기도 합니다. 어드벤처 장르는 개발자체가 쉽고 이미 여러가지 형태로 툴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행이 쉽고 빠르게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때문에 이 작품은 히트와 더불어 이후에 <열락의 학원 : 悦楽の学園>이나 <DESIRE>같은 작품을 아주 빠르게 생산해 나갑니다. 특히 멀티 사이트 어드벤처라는 기획을 시도한 DESIRE는 큰 히트를 하면서 장기적으로 인기를 끌어 이후에 완전판까지 나오게 되었지요. 이 기획, 제작, 발매기간이 3작을 합쳐서 1년이 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성인게임 제작사들의 사이클이 빠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이후 여러가지 기획과 제작과정을 통해 브랜드 입지를 굳히는 작품이 되었고 1996년 4월에 발매된 <글로리아 금단의 혈족 : GLO・RI・A ~禁断の血族~>를 속편으로 1999년에 발매된 <산앵 금단의 혈족 : 散櫻 ~禁断の血族~>까지 3부작 구성을 가집니다. 이 3번째 작품은 자신들이 유행시켰던 멀티사이드 어드벤처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대미를 장식했닥 하겠지요. 다만 1~2작은 원화를 야사마타 시야미(やさまたしやみ)가 했지만 3번째는 우치다 마사타카(うちだまさたか)였기 때문에 별개의 작품으로 보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시대, 조금 더 깊이가 있는, 그리고 스피드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빠른 사이클링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이후 이 회사에서 내놓은 <XENON>이나 <EVE burst error>같은 작품을 통해 시대를 풍미했다는 것을 보면 나름 수준을 가지고 있었던 제작사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