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건 좋건 가게되면 꼭 들려보게 되는 곳 중 하나이지만 알고 가도, 모르고 가도 재미있는 곳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 유명한 디즈니 월드 성의 모델이 된 곳이라는 말을 듣고 가보았을 때는 모양이 너무 달라서 "에이~ 뭐 이래?" 라는 소리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방문때는 하필 비가 쏟아질 때여서 제대로 된 모습을 담기도 어려웠다고 하겠지요.
게다가 시절이 다르면 또 분위기도 달라지고, 가봐도 가봐도 그때마다 만나는 느낌이 다른 곳은 언제나 있는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지겹도록 너무 자주보다보면 그것이 가진 이야기나 매력을 그냥 지나치고 만다고 하는데 3년, 6년, 10년, 15년, 20년 후에 가본 그곳은 갈 때마다 방법이 다른 것도 있어서 그러했겠지만 계속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웃기는 것은 암스텔담에 있는 ING건물을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그것을 제대로 찍은 타이밍을 놓친다는 것입니다.
날씨가 않좋을 때는 그러려니 하지만 5번을 지나가면서 한번도 제대로 전체 모습을 찍어보지 못해서 훌쩍이는 곳입니다.
물론 고속도로변에서 너무 길~~게 옆으로 늘어진 저고층(?) 건물이다보니 차에서 내려서 멀리 이동한 후에 찍을 수밖에 없는 장소라는 것이 함정입니다. 도시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고속도로에서 따로 나와 가기에는 또 어렵고요. 한번 우연치 않게 반대편에서 볼 수 있었지만 기존 건물들 때문에 역시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이쪽 고속도로 쪽 뿐이었습니다.
정말 우연치 않게 한번에 좋은 느낌을 찍을 때도 있습니다.
보통 풍차와 비행기 를 동시에 찍기는 어렵기 때문에 합성하는 경우도 많은데 나름 재미있는 추억이지요.
물론 써먹을 수 있는 이미지로서는 그냥 합성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밤이나 노을 때를 배경으로 해도 좋지만 말이 안통하는 나라에서 늦은 시간까지 굴러다니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으니 조심하게 됩니다. 특히 유럽, 지방을 주말, 한산할 때 지나다보면 정말 편의점 같은 것 하나 발견하지 못해서 물~~~물~~~밥~~~~하면서 고생하게 됩니다. 왜 그리 일찍 문을 닫는 것인지 말입니다.
과거 자전거로 첫 여행을 할 때는 이런 것이 무척 생소하면서도 부러운 부분이라고 느꼈는데 그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되면서 또 다른 감상을 가지기도 합니다. 건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라는 것도 무언가 모르게 초콜릿 스럽게 느껴졌던 첫 방문때와는 또 다른 감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겨우 20여년 차이로 다녀온 것 뿐이지만 말입니다.
어디를 가보아도 묘하게 진한 매력을 가진 서양스러운 분위기는 역시 이런 곳에서 잘 알게 됩니다.
다만 종교적인 의미로서, 건축, 예술로서 보는 의미, 사회와 역사로서 이해하는 의미로 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면서 그것을 바라보고 기억하며 추억하는 과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느낍니다. 머리속 프로세스가 과거에는 1~2단계 필터만 거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한 5~10단계 정도 거쳐서 들어온다는 것이 참 그렇고 그렇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어벙했던 저였기에 유럽애들은 전기줄을 뭐 이렇게 이쁘지 않게 깔아두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트램이 지나다니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지요. 자전거를 타고 휭휭 지나서 이동을 할 때는 그런 것이 그냥 전선으로만 보였지만 이후 천천히 걸어보면서 다니는 거리에서는 이런저런,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디자인과 풍미, 소리를 내는 트램들을 보면서 묘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전신주와 하수구 시설, 간판 등을 조금씩 찍어두는 취미가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하겠습니다.
내비라는 것이 없던 시절에 걸어다니던 골목 골목은 여전히 신기하고 이상한 점포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정취때문에 다음에 갈 때 그곳을 찾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일부러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고 걸어다녀보는 재미도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요새는 정말 편하지요. 사전 정보나 맛집, 어떤 곳이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을 다 알고 출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저는 가끔 이런 골목길에 위치한 예상하지 못한 만남같은 것을 동경하면서 걸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