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ideo Story/TV Series

콜롬보는 사실 주연이 아니었다

형사 콜롬보 Columbo 에 대한 추억이라고 하면 대부분 많은 청춘, 고뇌, 그리고 그 매력적인 피터 포크의 '잠깐만요' 하는 대사 다음에 나올 무언가를 기대하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과거 DVD소프트를 찾아볼 때 제가 알고 있던 에피소드 이상을 많은 시리즈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홍콩에 갔을 때 13시즌 DVD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란 후 찾아보니 일본에서 컴플리트 박스 형태로 13시즌 69에피소드가 나와있는 것을 보았지만 상당한 양이다 보니 결국 구매를 못했더랍니다. 근 10만엔에 가까운 가격도 부담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주변에 워낙 취미인들이 많다보니 누군가가 구입을 하겠지 하는 바람도 있었더랍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DVD를 약 1.400타이틀 정도 구입을 하고 멈춘 상태인데 솔직히 공간활용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블루레이는 아직 200타이틀 정도일 뿐이지만 VHS나 LD, DVD를 거쳐서 소프트 자체를 모아둔 것은 제법 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다시 재구입을 하는 타이틀이라는 것은 한정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재작년에 나왔던 콜롬보 블루레이 박스는 나름 고심거리였다고 하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보다도 훨씬 콜롬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덕분에 DVD박스를 비롯하여 최근에 아마존에서 연말할인을 해서 싸게 뿌려진 덕분에 블루레이 박스도 구입을 해서 온 친구도 둘이나 생기는 바람에 에헤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친구 셋이 모여서 콜롬보 시즌 몇개를 보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추리드라마나 서스펜스 작품은 이런저런 취향적인 면에서 재미있는 장르이지만 캐릭터 자체가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우리 시대라고 하면 역시 대표적으로 홈즈와 루팡, 그리고 포와르 정도가 대표성을 가지지만 형사 드라마 라는 형태로서 보는 장르적인 구분으로 본다면 역시 '수사반장'입니다.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범죄와 현실, 그리고 형사의 고단한 일상이 더해지면서 수사망을 좁혀가는 드라마이니까요.

콜롬보 시리즈는 1968년에 데스트 실험작이 2편 나오고 이후에 1978년까지 NBC에서 45편이 방송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쪽 시리즈가 제법 많이 방송되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과 1978년, 1981년에 [형사 콜롬보]타이틀로 방송되었습니다. 이후 1989년부터 2003년까지 23편이 더 추가 제작되어 전 69에피소드가 콜롬보 시리즈의 전부입니다.

상당히 묘한 숫자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본래 구성이 다른 형태였다고 합니다.

 

본래는 1962년에 제작된 TV미스터리 시리즈로, 사실상 시작과 콜롬보라는 형사의 존재는 1960년 [쉐비 미스터리 쇼 : The Chevy Mystery Show]에서 먼저 알렸다고 합니다. 이때는 피터 포크가 주연이 아니었습니다. 이때는 버트 프리드(Bert Freed)가 콜롬보라는 역을 했는데 실상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이 스토리 자체가 연극용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졌고 첫 작품이었던 [처방 : 살인 = Prescription: Murder]를 기반으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본래는 TV쇼에 올라간 일부 에피소드 [Enough Rope]가 시작이고 이후에 이것을 리처드 레빈슨 과 윌리엄 링크(Richard Levinson & William Link)이 주도해서 TV드라마로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연극 무대에서는 토마스 미첼(Thomas Mitchell)이 콜롬보 역을 하면서 드라마와 캐릭터를 성립했다고 하겠지요.

다만 이 무대 자체는 드라마 연출 구성에 따라서 기존 범죄극과 다른 형태를 취했습니다. 실제로는 유명한 배우들이 범인역할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조연인 콜롬보 형사가 극중 악연인 주인공의 범행을 파해치는 형태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주역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주역을 잡아먹는 배역이었다고 하겠지요. 이것이 기획되어 첫 시나리오 Prescription: Murder를 1968년에 방송합니다.

참고로 첫 TV시리즈 결정 후에 등장한 에피소드는 이 콜롬보 시리즈를 만든 두 작가를 본떠서 죽이는 [교과서 살인 : Murder By Book]편으로 시작을 했는데 이것은 이 시리즈 기획자인 리처드 레빈스과 윌리럼 링크를 각 배우에게 빗대어 범죄형태로 만든 뒷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콜롬보 팬들에게 있어서 큰 즐거움이면서 재미였다고 하겠지요. 더불어 연기를 잘하는 몇몇 배우들의 스타일이나 구성, 더불어 있는 사람들의 미국적인 사회기준을 잘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멋이며 즐거움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DVD와 블루레이 박스로 완전판이 나오면서 이런저런 추억에 대한 과정을 되밟아 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2시간에 가깝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어서 69에피소드를 전부 되돌아보고 떠들어 보는 것은 다음이 될 것 같습니다.

저야 빌려보는 입장이니 그들의 시청이 끝난 후에나 도전할 수 있겠지요. 다행히 영어보다는 이해력이 높은 일본어 자막을 동원해서 보면 편하기는 하지만 국내 방송분량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이해를 하게되는 부분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나름 일본에서도 꾸준히 콜롬보 붐이 있었고 그 때문에 여러가지 의미나 정리된 자료는 그쪽이 더 보기 편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국내 방송시기와는 조금 다른 구성으로서 일본에서는 '형사 콜롬보'와 '신 형사 콜롬보'로 시즌을 구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특별히 그런 구성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실제 시즌제 구성이라고 보기에도 조금 미묘한 형태이지만 이 시리즈는 총 13시즌으로 구분되어 발매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이름, 콜롬보는 기본적으로 일본방송명칭을 이어서 받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영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COLUMBO' 타이틀은 콜럼보, 또는 콜룸보라고 읽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게다가 '형사'라는 명칭도 일본 방송타이틀을 따라오다보니 생긴 것이지요. 본래 직책은 lieutenant, 'Lt'로 표기되는 직책에 있습니다. 살인과 담당 부서장 다음 지위라고 합니다. 형사부장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영국식 경찰조직 명칭 구분에서는 담당부서, 또는 경찰서장 다음 지위 정도에 위치한 것으로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구분을 가진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형사'라는 명칭은 직책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친숙하게 부를수 있는 수사관을 말하는 것으로 영문으로 보면 Undercover operation쪽이 더 가까운 형태라고 합니다. 잠복수사관이라는 명칭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경찰조직 계급과는 다른 형태로 구분해서 본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아주 높은 지위는 아니지만 적당히 경찰조직내 발언력과 수사권이 보장된 직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요 배경이 되는 LA경찰조직내에서 보면 상당히 넓은 지역을 담당하면서 광활한 수사권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친구가 2009년에 NHK하이비젼 위성 방송을 녹화해둔 것이 몇개 있어서 전부는 아니라도 해도 다시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행복했지만 콜롬보의 존재가치는 실제 방송상 타협에 의한 도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르 방송이나 영화를 많이 본 분들은 알 수 있는 공식이 있지요.

이름이 있는, 저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경우 그 배우가 의외로 비중이 없는 역을 맡고 있다면 나중에 가서 꼭 한 번 무슨 일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름이 있는 배우는 말 그대로 비싼 배우입니다. 돈이 들어가는 배우를 들여서 의미없는 역할으로만 사용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비효율적이지요.

물론 까메오 출연같은 형태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비중이 있는 역할도 아닌데 이름값이 있는 비싼 배우를 쓴다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때문에 추리,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을 많이 본 사람들은 보면서 등장인물의 지명도에 따라서 '이 녀석이 사실은 범인이 아닐까?'라는 간단한 예상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은 문제지요. 말 그대로 추리극, 서스펜스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알 수없는 불안감을 알려주면서 누가 범인이고 어떤 트릭을 써서 일을 벌였을까? 하는 점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하는 장르인데 유명한 배우가 나오니까 무슨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라는 것을 금세 들통내고 내버리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콜롬보 스타일은 다른 구성을 보여줍니다.

우선, 악당 = 비싼 배우 겸 알려진 배우 가 일을 저지릅니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지요.

시청자들에게 악의 현장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그것을 숨기려는 악당의 행동패턴 중간에 튀어나온 콜롬보가 어설픈 형태로 밝혀나가는 대립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시청자들과 범인이 놓친 사소한 것을 찾아내는 콜롬보의 활약상을 보면서 색다른 감흥을 느끼게 됩니다.




그 첫 타이틀이 일본에서는 '살인처방전'으로 방송되었는데 역시 공전의 히트를 했다고 하겠습니다.

덕분에 이후 일본에서도 이런 TV미스테리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고 후루하타 닌자부로(古畑任三郎)시리즈도 이 콜롬보에 대한 오마쥬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 답습형태로서 후루하타 시리즈도 유명배우들이 악역을 맡아서 드라마를 구성했고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갔지요. 물론 콜롬보와 같이 사전에 사건이 벌어져 그것을 관람객에게 알려주고 이후 그것을 파헤치는 형사로서 후루하타는 일본판 콜롬보의 명성을 크게 떨쳤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콜롬보 히트와 함께 소설도 함께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주요 저자로서는 역시 TV시리즈 기획을 담당했던 리처드 레빈슨 과 윌리엄 링크로 간간히 다른 작가에 의한 작품도 발표되었지만 이 둘에 의한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하겠습니다.

소설은 주로 니미쇼보(二見書房)와 다케쇼보(竹書房) 책자로 나와서 지금도 구해볼 수 있다고 하니 일본어가 되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접근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국내에서는 나왔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본 콜롬보 드라마의 구성과 히트, 그리고 여러가지 이면의 모습들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은 것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1. 완전 범죄란 없다.

2. 논리의 역술(逆述)적 해석과 범죄 심리.

3. 부와 행복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4. 사회 인텔리전트와 우월한 존재에 대한 접근

대표적으로는 이 4가지가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겠습니다.

대부분 사회에서 인정받고, 능력이 있으며, 경제적 지위가 뛰어난 인물들이 이 시스템에서는 악역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약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피터 포크의 인물상, 키도 크지 않고 후즐근한 레인코트(천이 얇고 LA는 비가 많은 지역이 아니라서 실제 그런 역할을 하지 않지만)에 싸구려 시가와 그렇게 좋지 않는 프랑스제 자동차를 타고나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일상에 찌들어있는 듯한 에피소드를 자주 언급하면서 사회적, 가정적, 그리고 여러 경제적인 원인으로 인해 약자쪽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사회에서 피라미드를 그리면 상위권 1%대에 속한 인물들이 벌이는 쓸데없는 살인(?)은 평등하지 않는 조건 속에서 벌어지고 그 사회적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면에서 떨어지지만 치밀한 관찰력과 노련한 경력을 바탕으로 콜롬보는 이 대결을 이겨냅니다.

평범함이 강하고 고귀한 것을 이겨낸다는 설정구성은 아무래도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는 면이 강하지요.




제가 본 것은 일본어판 블루레이 박스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일본어 로고가 들어가 있는 형태로 자료를 만들게 됩니다.

국내에서 이것이 나오려고 하면 아무래도 70만원대로 훌쩍 넘어가는 형태가 될 수도 있지만 근래에 들어서 일본 환율이 떨어지고, 발매된지 1년이 좀 되면서 할인율도 높은 아이템이기 때문에 일본어가 되시는 분이라면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저는 이 작품이 이렇게 오랜 시간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전편 중 몇개나 보았는지 알지 못했고요.

참고로 말한다면

1968년과 1971년에 파일럿 작품 2편이 나와서 성공을 거둔 후에

1971년부터 1972년까지 비정기로 6편이 제작되어 이것을 시즌 1로 보고 있습니다. 도합 8편이지요.

1972년부터 1973년까지 역시 비정기도 방송되어 나온 8편이 시즌 2입니다.

1973년부터 1974년까지 나온 에피소드가 8편으로 시즌 3에 속합니다.

1974년부터 1975년까지 나온 에피소드 6편이 시즌 4입니다.

1975년부터 1976년에 나온 에피소드 6편이 시즌 5입니다.

1976년부터 1977년에 나온 에피소드 3편이 시즌 6입니다.

1977년부터 1978년에 나온 에피소드 5편이 시즌 7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여기까지가 완결형태였다고 하겠지요.

이후 1989년에 시즌 8이라고 할 수 있는 에피소드 4편이 제작되면서 새롭게 재미를 알립니다. 10여년이 넘어서 부활한 콜롬보 붐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1989년부터 1990년까지 나온 에피소드 6편이 시즌 9이라고 합니다. 역시 비정기 방영이었습니다.

1990년 한해에 에피소드 3편이 나와서 시즌 10이 완성됩니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 나온 에피소드 3편이 시즌 11입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2년여에 걸쳐서 나온 에피소드 4편이 시즌 12로 구분됩니다.

이후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나온 에피소드 4편이 시즌 13으로서 마지막을 장식했다고 하겠습니다.


미주지역에서 이 작품을 본 취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그렇게 강한 인기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그 구성과 피터 포크가 보여준 연기력에 확실한 팬덤이 생겼다고 합니다. 물론 본래 무대용 대본에서는 메인 캐릭터가 아니었고 정신과 의사라는 고급인물상에 대항하기에 우수꽝스러운 점을 강조한 콜롬보 캐릭터에게는 그렇게 많은 것이 요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TV시리즈로서, 콜롬보라는 이름을 앞세워 만드는 구조를 결정했을 때는 조금 더 있어보이는 무언가가 필요했다고 하지요. 연극배우로서 관록을 보여주었던 첫 2대 콜롬보 토마스 미첼이 고령으로 인해 사망을 한 후였기 때문에 새로운 연기자를 찾게되고 그 때 피터 포크, 44살의 연극무대 경력이 좋은 그가 이 작품에 기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콜롬포 패션이 완성됩니다.

저도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LA지역에서는 이 '레인 코트'로 불리는 트렌치 코트 패션 아이템이 거의 유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버버리 브랜드와 함께 버버리 패션, 레인 코트, 트렌치 코트 붐이 있었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영국이나 여타 지역과 달리 LA지역은 거의 비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곳으로 실제 이런 것을 몸에 걸치고 다닐 의미가 없었다고 합니다.

조금 나쁘게 보면 유행은 하는 아이템인데 LA지역에서는 유행아이템으로 써먹기 애매해서 가격도 싸고, 부랑자나 패션을 잘 모르는 남편이 그냥 아내가 사주면 입고 사는 모습으로서 표현되기 나름이었다고 하지요. 콜롬보는 역할상 본명이 '프랭크 콜롬보 : Frank Columbo'로 나오는데 언제나 말하는 마누라 님에 대해서는 실제 드라마 자체에 등장하지 않지만 가정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집니다. 때문에 가정적인 이탈리아 출신 프랭크 콜롬보 형사는 마누라님의 말에게는 거역하지 않는 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 꾀죄죄한 외모로 상대의 방심을 부른 후, 충분히 계산된 질문과 질문으로 상대방을 혼란시켜 범죄를 증명해서 고급지도층인 범인을 잡아냅니다.

아주 폭력적이고 무식한 행동파 악당이라면 콜롬보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겠지요.

지금 볼 수 있는 미국 드라마, 범죄수사 드라마의 대부분에서는 아주 강렬한 액션이 더불어지기 때문에 이쪽은 인텔리전트 범죄 드라마로서 재미를 완성합니다.

이것은 상대역인 악당, 범죄자의 존재성이 대부분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엽기적인 성격이나 행동을 보여주는 애들도 나오지만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그 시대의 작은 위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피터 포크는 이전에도 주목을 받았던 연기자였다고 하지만 대중적인 자리에 올라서는 일이 없었는데 그가 이 콜롬보 역할을 맡으면서 여러가지 행동패턴, 화면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개성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 노란 레인코트를 비롯하여 제대로 마무리 하지 않은 수염, 독특한 억양(이부분은 영어권 취미인들에게는 알려진 것이지만 아무래도 타 외국어권인 저 같은 사람은 모르는 부분이라고 하겠지요), 어눌한 표정, 어렸을 때 왼쪽 눈을 의안으로 바꾸고 살아가면서도 연기를 계속해서 만들게 된 특징적으로 찌부린 인상들은 이후 콜롬보 = 피터 포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공식을 완성했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작품에 등장할 때 입었던 그 노란 코트는 피터 포크 개인이 가지고 있었던 물건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알게모르게 콜롬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만요.




실제 이 작품은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인기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는데 기획과 함께 제작을 한 쪽에서는 당연하게 예상을 하고 진행했던 것이라는 공표를 했다고 합니다. 다만 그렇게까지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한 것이지요.

때문에 시리즈가 인기를 얻어가면서도 빨리 빨리 제작되지 못한 것은 사실 주연 악역배우를 섭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판 후루하타 닌자부로 시리즈는 이 악역을 맡기 위해서 서로 지원을 할 정도였다고 하겠지만 콜롬보가 그 시리즈를 이어나갈 때는 아무래도 이미지자체가 안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유명 배우들이 꺼려했다는 일화를 남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본래 단편 형태로 기획된 작품이 TV시리즈로서 인기와 지명도(미국은 한주에서 방송되는 경우가 아니라 케이블 라인과 여타 지역 방송국에서 판매되려면 지명도가 필요하지요. 때문에 초기에는 NBC로 시작을 했지만 이후에는 더 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ABC에서 방송을 제작했습니다 / 물론 둘 다 미국 3대 네트워크 방송사입니다.)를 얻고 연달아 제작되는 과정을 밟게된 상황에 있어서 제작비의 대부분이 주연배우(피터 포크가 아니라 악당으로 나오는 배우)의 출연료로 소비되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피터 포크도 그것을 허락했고 자신의 주가를 나중에 두고 등장할 주연배우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런 구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하지요. 여기에 이 방송에서는 고소득, 인텔리전트 범죄자들이 고급범죄를 위해서 일반 범죄인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최신, 고가장비를 동원하는 형태가 나왔습니다. 덕분에 알게모르게 그런 장비들을 PPL하면서 여러가지 유행조건을 만족시키게 됩니다.

TV드라마로서, 그리고 캐릭터로서 굉장히 높은 인지도를 얻는데 성공한 콜롬보는 시즌 1기를 마칠 때에는 고급 드라마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름하여 연기파 실력있는 배우들이 이 악역을 맡는데 어색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TV배우를 비롯하여 영화배우들도 이 콜롬보 시리즈의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했다는 것이지요.

그런에 이후에는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각본 자체가 따라서 이어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동시 제작을 진행했던 두 작가만으로는 인기에 부합하는 높은 완성도를 가진 각본을 쭉쭉 뽑아내지 못한 것이지요. 결과적으로는 이후 콜롬보 시리즈는 인기를 갖춘 대형 TV드라마 타이틀 간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연달아 나오지 못하고 비정기 방송을 하게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가끔 모르는 분들은 콜롬보 시리즈가 TV방송이 아니라 극장용 타이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제작사는 유니버설로서 영화제작사입니다.

 

어찌되었든 이 시리즈는 피터 포크의 대표작이면서 어메리칸 미스터리 서스펜스 형사 드라마로서 굉장히 독특한 위치에 있는 작품으로서 세상에 존재하게 됩니다. 그 인기와 저력은 처음 기획되었던 1960년을 넘어서 2003년까지 이어졌고 사실상 피터 포크의 연령으로 인한 제한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도 만들어질 작품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본적인 재미를 이야기 한다면 이 작품은 지적 수준이 높고 사회지위가 대단히 안정적인 인가들이 벌이는 범죄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비싼 변호사를 동원해서 대항하는 여러가지 형태와 달리 자존심이 강한 범죄자들은 언제나 어벙해보이고 깔보기 알맞은 콜롬보에게 비싼 변호사를 들이미는 것보다 자신의 지략으로 이루어진 완전범죄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하는 우월감을 보이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동물세계로 비유한다면 육식동물의 왕에 속하는 호랑이나 사자가 머리가 좋은 순한 양에게 당한다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친구들과 시리즈가 가장 많은 작품으로서 상영된 007과 함께 그 시리즈 수를 보면 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빠질 수 없는 명작 시리즈로서 이 콜롬보가 거론됩니다. 007도 그 역사와 매력이 대단하지만 피터 포크가 2011년 사망하기 전까지 잡아들인 악당들의 범죄는 단순하게 69편뿐만이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오직 인간의 두뇌와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심도있는 인간드라마, 대결구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하겠지요.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상황이 빠지고, 액션도 거의 없는 심심한 구조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졸리기 그지없는 연출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저는 나중에 콜롬보가 우연치않게 세상을 구하는 그런 드라마 같은 것을 기대하기도 했답니다.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는 악의 총수가 벌인 사소한 사건 하나를 맡은 콜롬보가 그를 빼도박지도 못하게 범죄증명을 통해 체포하는 바람에 세계의 악이무너진다는 그런 드라마 말입니다. 본인에게는 그런 의지가 없었다고 해도 세상을 구하게 된 엉뚱한 영웅상 같은 것을 기대해보기도 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스케일이 커지면 콜롬보가 가진 매력과는 또 거리가 먼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됩니다.


아직은 전편들 다 재감상하지 못하고 띄엄띄엄 돌아보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콜롬보가 가진 매력을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조용한 거인 콜롬보가 보여준 악의 소탕작전은 언제나 잔잔하게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비싼 배우들이 비싼 연기력을 보여주고 대결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으니 영어가 되시는 분들은 그 분위기를 또 만끽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성우들이 잘 살려준 매력도 기억하지만 영상 소프트로 남아있지 않고 몇개 녹화해둔 것밖에 없다는 것은 아쉽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