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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Story/Computer

LG-IBM 키보드



그러고보니 이 녀석을 보았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까먹고 적어두지 않았네요. 페이스 북에서는 쉽게 올려둘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대충 써두지만 정작 블로그에서는 써두는 것을 까먹기도 합니다.

요전에 LG핸드폰 AS때문에 잠시 강남역에 위치한 서비스센터에 갔다왔었습니다. AS를 접수하고보니 뒤편에 놓여있는 이 녀석을 보았습니다. 보는 순간 알아봤던 전설의 LG-IBM 키보드. 직원 말로는 창고에 처박아 놓은 것 임시로 꺼내서 쓰는 것이라고 했는데 설마했습니다. 그 키감은 에헤헤했지요.

일반적으로 '키보드 마니아도 아닌 제가 왜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게되었는가!'

라고 하면 처음부터 손맛을 들인 키보드가 전부 이쪽 애들이었습니다.

80년대 초반에 나왔던 애들은 대부분 그런 형태라고 해도 저 자신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지만 이후에 PC형태로 손에 건드려 본 것은 말 그대로 맥킨토시2 모델, 그리고 일본산 PC98규격 애들, 그리고 워크스테이션 몇개였습니다. 그 이전에 라이카에서 나온 워드프로세서가 있었지만요.

90년대에 들어서 개인용 IBM호환규격 PC를 장만하게 되었지만 이때도 주변에 깔려있는 취미웬수들이 권해준 사양으로 맞추다보니 당연하게 기계식이었습니다.


저는 운이 나쁘게도 계속해서 제법 키감이 좋은 키보드만 건드렸던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말이지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뭐 이렇게 키감이 나쁜 것이 있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서 키보드를 들고와 작업하기도 하면서 묘하게 '마이 키보드'나 '마이 모니터'를 가지고 다니는 인간이 되고 말았지만요.

일제와 미제 오리지널 키보드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게되었는데 브랜드나 명칭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손맛을 잘못 버린 이후, 나름 생각을 해보면 이후로 조금 이상한 애만 보면 두들겨보는 버릇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LAM 로터스에서 나왔던 강철 키보드는 나름 로망이었지만 테스크까지 같이 구입해야하는 것 때문에 포기를 했더랍니다. 지금 생각하면 '개조'라는 것을 통한 도전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그냥 완제품에만 눈이 돌아가서 조금 다른 방향을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쉽더랍니다.

어쨌든 이렇게 2004년식 Rev.A 버전 같은 것을 보면 들고오고 싶어진답니다. 컴팩트한 디자인도 좋지요.

이 LG IBM 키보드는 기계식이 아니라 '팬터그래프' 키보드입니다.

IBM의 '울트라나브' 에 속하는 모델로서 상당히 손맛이 좋고 가격도 싼 애였답니다. 실제 친구 중 한명은 이것 재고를 털어서 약 8개를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이 녀석이 아쉬운 것은 단종된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IBM 노트북 사업부가 레노버로 넘어가고 더불어 이쪽 키보드도 명맥을 다해서 일반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애였답니다.

 

초기 정가는 1만원도 안하는 키보드 주제에 어중간한 기계식만큼 손맛을 보여주었고 콤팩트한 설계 때문에 나름 명기로 속한 아이템 이었다고 할 것 같습니다. 한때 중고가로 5.5~7만원까지 거래된 아이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기계식과 더불어 이런저런 키보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90년대 초부터 너무 키보드들에 손맛을 잘못들여서 쇼를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 속을 파고 들어보면 참 이상했었지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증권가를 비롯하여 금융권에 납품되는 몇몇 제품들은 업무성 내구도를 맞추기 위해서 상당히 고급제품들이 들어갑니다. 때문에 어떤 취미웬수들은 그쪽 제품을 일부러 빼와서 손에 넣으려고 난리였지요.

뭐, 홍콩 은행에 납품되는 명품 키보드를 위해서 여행가는 이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근래에는 아무래도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mechanical keyboard switches)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거론되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저는 그런 것을 잘 모르고 그냥 손가락에 들어오는 키감만으로 우선시 했더랍니다.

일제 컴도 들고왔을 때 친구 몇은 컴퓨터보다도 키보드를 더 탐나했었던 추억도 있습니다. 그때는 그런 욕심을 몰라봤더랍니다.

저는 말 그대로 계속해서 좋은 키보드만 써오다보니 싸구려, 촉감이 나쁜 키보드의 느낌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10점으로 만점을 표한다고 할 때 저는 대략 7~8점에 해당하는 키보드 제품만 써봤으니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1~3점 짜리 키보드에 대한 접근이나 이해가 없었던 것입니다. 몇년이 지나서 그런 것의 차이를 접하게 되고 사용하던 애들이 망가지게 되면서 이후 새로운 애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당시 IMF의 영향으로 인해 해외제품을 구입하기가 상당히 껄끄러웠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그래봤자 소모품이고 컴퓨터의 일부 부품에 불과한 키보드 따위에 그런 돈을 들인다는 것은 좀 그런 것이 맞으니까요.


그래도 이 취미DB로 구성된 블로그에 쓰여진 대부분의 텍스트들은 그 키보드를 통해서 구성되었습니다.

게임도 몇 번 하다보면 당연히 좋은 키보드에 대한 욕심이 생기지요.

덩달아 마우스와 같은 입력기구의 중요성도 손에 익게되어 더 좋은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대부분 텍스트 입력 위주로 사용을 했고 상당히 많은 형태로 저명한 키보드들을 건드려보았습니다. 알건 모르건 그것밖에 모르는 바보행동과 일치한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기계식 키보드가 뭐가 좋은데? 라는 말을 하라면 저는 귀찮아서 안합니다.

시각적인 표현으로 설명하기에는 귀찮고 누군가 잘 정리해놓은 것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니 이 포스트가 있습니다.

그러니 특별히 어렵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그쪽을 보시면서 연구해보셔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유명한 체리사 제품은 청,갈,적,흑까지 사용해보았고, 무접점도 사용해보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재미있는 경험치는 된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가격대비로서 즐길 수 있는 점에서 본다면 저같이 입력이 많은 사람들 기준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화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편리함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압도적으로 일반인 대비 타이핑, 워드작업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선호한다고 하겠지요.


게다가 과거에는 키보드의 키감 같은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절이 강했고 지금도 그런 면들이 제법 일반적이기 때문에 자주 말하는 편은 아닙니다.

과거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서 PC사용자 중 이런 것에 관심을 둔 이가 0.5%정도였다고 하면 지금은 약 5%정도 늘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는 하지만 여전히 키보드 자체는 업무용으로 그냥 소모품이라는 이야기를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여전히 키보드와 함께 터치방식 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되면 입력기기에 대한 정의나 개선, 그리고 이야기거리는 줄어들 것도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