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때라면 조금 더 널널하게 데굴데굴하고 늦은 시간에 들어와 씻고 차려입은 후에 밤취미생활을 나가겠지만 아침에 갑자기 좋은 날씨에 쏠려서 데굴데굴을 해버린 덕분에 비실대면서 차나 쪽쪽 빨고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그렇게 시원하던 날씨가 돌변해서 더운 날씨로 바뀔 줄은 몰랐지요.
틀림없이 일교차가 크다는 일기예보는 봤지만 확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지쳐버렸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구름까지 다 지나가버린 오후에는 완전히 푸르기만 한 하늘이네요.
근래에 들어서 한국 날씨가 변덕스럽기는 하지만 주말 전에 비가 좍좍 뿌려주었던 덕분에 공기가 무척 맑아진 느낌입니다.
이렇게 쏟아질 때는 놀랐는데 말입니다.
단시간에 너무 많이 쏟아져서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이날 오후에는 맑게 개여서 또 데굴데굴 하고 나갔었답니다. 중간에 코스트코도 들려서 먹거리고 사오고 말이지요.
단, 추석 시즌 전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많은 인파에 밀려서 물건 구입은 20분 정도만에 마쳤지만 나갈 때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25분 정도 였습니다. 물건 겨우 4개만 사고서 25분동안 기다리고 있노라니 좀 그렇기는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가급적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 평일을 골라서 가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주말시간에 가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이나, 부침개, 녹두전 등에 쓸 갈아놓은 돼지고기랑 트리플베리, 구운 오징어 채를 구입하는 상황에서 좀 아슬아슬했지요.
집 마당 파워게임에서 밀려버리신 호피 마님은 근래에 텃밭을 점렴하고 계십니다.
자전거 끌고 집에 들어올 때 보니 담벼락 주변에서 꾸벅거리면서 오수를 즐기시는데 제가 와서 찰칵 거리는 것이 신경이 쓰이시는가 봅니다. 사실 제가 다가가서 찰칵 할 때까지 꾸벅이느라고 모르고 있다가 놀라서 땅바닥을 굴렀답니다.
얼마나 놀라던지 혼자서 데굴데굴거리면서 땅바닥을 뒹굴다가 이제야 알아보고서는 째려보아주십니다.
고양이들은 상당히 위험한 장소, 높은 곳에서 잘도 균형을 유지하며서 주무시는 데, 가끔 보면 놀랍기도 합니다.
저도 땀 뻘뻘 흘리는 이런 따사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햇살받아가면서 털이 복실복실한 길고양이 호피 마님이 졸고 있는 모습은 재미있지요.
제가 나오자 다시 포지션을 잡고 주무실 폼을 잡는데 밑에서 제가 찰칵거리니까 눈총을 줍니다.
호피 마님 눈총에 밀려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나비 한쌍이 아름답게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너무 빨리 저편으로 넘어가서 그 모습을 담지는 못했지만 흔적은 남겨둘 수 있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다보니 어느정도 환기되는 기분도 들지요.
여전히 자기 주변에서 찰칵거리는 것이 신경쓰이셨는지 드디어 일어나십니다.
오옷 이쪽으로 와서 조금 재롱(?)을 부려주시려나 하고 기대를 했더니!
흥, 하고 고개돌려 뒷산 저편 숲쪽으로 가버리십니다.
아! 매정한 호피마님.
오랜만에 얼굴좀 제대로 보려고 했는데 매몰차게 돌아서버리시는군요. 그래도 곧 10살이 다되어가는 우리 호피마님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면서 위안을 삼습니다. 오늘 낮잠을 방해한 죄로 저녁 때 마른 멸치와 고기전 볶은 것 살짝 공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