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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 & 趣味/Korea

저녁기운 느끼면서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못하게 되는 경우라는 것이 있지요.

따사로운 햇살이나 녹색 향기가 그윽하게 다가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깐 밖으로 나가서 그런 것을 마주하고 오는 일 말입니다.

은근슬쩍 한 시대의 매력으로 다가서버린 '가로수길'주변은 15년 전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보아도 확실히 다릅니다. 2000년도 초중반에 들어서면서 아기자기한 맛과 구성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점포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새로운 관광명소 겸 인파를 확인하는 곳이 되었다고 하겠지요.

압구정 로데오 거리가 가지고 있던 느낌과는 확실히 다르게 강남역 사거리에서 만나보는 젊은 열기와도 다르게 가로수길은 묘하게 이국적인 정서를 자랑합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자전거를 타고 쉽게 지나가볼 수 있는 거리라는 점에서 또 좋아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친구들이 모이려면 전부 다 다른 탈것을 타고 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저는 집도 가깝고 자전거로 약 20~30분이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로 데굴데굴하면서 가지만 다른 친구들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옵니다. 네 명이 만나는데 다들 다른 것을 타고 와서 모이는 것을 보면서 무언가 모르게 색다른 향기를 느끼게 됩니다.




요전에도 이야기했듯이 국내에서 제법 큰 규모로 스왓치 매장도 생겨서 가끔 에헤헤하면서 들러볼 수 있는 개성도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만나볼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 주는 재미로움도 또 즐거운 일입니다. 사실 1년 단위로 너무 많이 바뀌는 점포 상황 때문에 조금 정신 사납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꾸준히 남아있을 것 같았던 몇몇 큰 점포들도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개성만으로 살아남아서 추억할 수 있기에는 아쉬운 것이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동네, 낮이 주는 매력도 심심치 않지만 역시 은근하게 이런저런 조명에 불이 들어오는 시간대에 가보는 것이 또 무언가 모를 운치를 느끼게 해줍니다.

과거 암스테르담에서 비를 만나서 할 수 없이 일정에 지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비가 지나고 노을과 함께 맑게 나타난 하늘과 어우러지는 암스테르담을 보면서 무척 그 우연스럽게 만난 모습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였지요. 속칭,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말하는 '매직타임'에 대한 접근을 하고 싶어졌던 것은요.




어찌 되었든 저녁 기운 느껴가면서 깊어가는 시간을 활기 있게 보여주는 점에서 좋아합니다.

홍대 입구 주변도 이제 은근슬쩍 그쪽보다 합정과 상수역 쪽에서 내려서 걷는 것이 더 보기 좋은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걸어서,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거리에서 조금씩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를 지나는 추억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다른 감회를 느낍니다.

19년 전에는 이 근처에 사무실이 있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봤던 그 모습과 많이 다른 것을 느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