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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Story/Computer

키보드 놀이 - 키캡 바꾸었습니다



이번에 주변 취미악당 11명과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취미악당'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그만큼 주변에 있는 선량한 일반인들을 사악하게 빠트려서 취미도(趣味道)를 다루게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큰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런 웬수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적인 삶에 대해서 이런저런 추억(악몽)을 돌아보면서 헛웃음을 날려보기도 합니다.

특히 "이거 한 번 써봐", "이것 한 번 들어봐", "이것 한 번 타봐".

어디까지나 그냥 한 번 알아보기만 해보라는 식으로 접근을 하게 해놓고, 정신 차리고 보면 왜 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방구석에 있게 됩니다.

그런 장르에서 상당히 괴이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키보드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전에도 이야기를 했듯이 주변 취미인들에 비해 PC라는 장치를 들여놓는 것이 상당히 늦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괴물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관련 사업체를 세운 녀석도 있고, 어지간한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키보드에 대해서는 조금 빨랐습니다.

우선 삼촌이 해외산업역군으로 나가셔 들고 오신 매킨토시가 있었습니다.

이전에 만져본 일반 키보드와는 무언가 모르게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요.

이후 워드프로세서 머신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라이카 브랜드에서 나온 프린터와 핸드 스캐너 일체형 워드프로세서입니다.

이것도 상당히 좋은 키보드감을 알려주었지요.

일본에 가서 구입한 98계열 장난감과 이후 경험해본 업무용 장비, 귀국 후에 취미웬수들의 꼬임에 빠져서 구입한 PC까지 전부 괜찮은 키보드들이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가서 보니 이미 손가락이 그쪽 계열에 익어있어서 아무거나 쓰기에는 좀 거시기했습니다.




키보드 취미인(?)들 중에서는 조금 심하게 가서 커스텀 구성이나 키캡놀이같은 것을 하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에 이중사출 키캡을 구해온 것은 너무 열성적인 타이핑 덕분에 레이저 각인된 커보드 자판 글씨가 지워져서 조금 거시기 했기 때문이랍니다. 글자 자판 중 약 11개가 거의 다 지워졌고 왼쪽 쉬프트, 컨트롤 키 등이 많이 지워져있어서 조금 그러했더랍니다.

사실 키감만 따지고 있다 보니 그 외적인 점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런 이중사출, 염료승화, 그리고 레이저 각인 순으로 장시간 사용 시에 내구 강약이 있더군요.

레이저 각인이 제일 쉽게 지워지고 다음이 염료승화, 이중사출은 말 그대로 성형 자체를 따로 하기 때문에 박살내지 않고서는 자판 표기가 없어질 일이 없지요.

그래서 기존 취미키보드의 자판표기가 거의 지워진 부분을 어찌할까 하던 중 국내 아이오매니아에서 출시한 제품이 있어서 하나 들고 왔습니다. 덩달아 요새 나온 최신 제품 몇 개도 만져보고요. 컬러는 블랙과 레드, 그리고 제가 들고온 파랑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마제스티 타입들은 거의 다 호환되고 체리 축이 가지고 있는 구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큰 무리가 없이 잘 바꾸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가서 만져본 레이저 브랜드는 기계식 키보드를 출시하면서 독자적인 축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은 어떤 감촉을 전달해주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쪽은 마우스를 제외하고서는 써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이밍 키보드를 써본 적이 없으니까요) 독특한 딸깍거림을 보여주는 것을 봐서 묘하게 재미있는 감각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저야 주요 작업이 타이핑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게임용과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선택 기준을 따지기 때문에 사실 신규 오리지널 축에 대한 접근 외에는 그렇게 많이 따질 것이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LED를 깔아놓은 재미를 통해서 밤중에도 접근할 수 있는 개성은 확실히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전에 말했던 커세어 브랜드 K70모델도 옆에 있어서 다시 건드려봤는데 확실히 그런 세세한 차이가 주는 매력적인 세계를 공감하게 됩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역시 체리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함과 더불어 알프스, NMB, 그리고 저도 하나 가지고 있는 NEC 키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게 됩니다.

NEC쪽은 OEM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묘한 구성에 굉장히 리니어에 가까운 감촉 때문에 좋아했습니다. 이쪽은 2011년 정도부터 일부분이 맛 가면서 AS를 포기하게 만든 제품인데 나름 다양한 세계관을 느껴보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Deck 제품은 말 그대로 유명한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아이였지만 이전에는 한국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애였지요.

이번에 정식으로 국내에 들어와서 한글자판이 각인된 키캡을 보면서 묘한 추억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헤슘모델은 상당히 기분 좋은 구성감을 보여준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건드려본 애는 적축 같았는데 만져보고 싶은 흑축 모델은 샘플용으로 나온 것이 없어서 건드려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흑축 성향에서 살짝 반발감을 줄이고 입력 빠르기를 개선한 타입이 새로 나온 적축이라고 해서 많이 눌러봤지요. 이쪽은 누르기 편하기는 한데 다다다닥 치기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대부분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점들이 있고, 가끔 웬수같은 이는 커스텀 보드에 혼합 축을 사용한 독자적인 구성도 즐기는 무시무시함도 보여주기 때문에 이쪽으로 빠지면 한 재산 날린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이렇게 장착시켜두었습니다. 전체를 다 바꿀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런 변화감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요렇게 사용하게되었습니다.

물론 키감은 기존과 크게 변화가 없지만 번들번들해진 기존 키보드에 비해 아직은 까칠한 매력이 남아있는 신제품 키캡들이 주는 감촉이 재미있습니다.

사실 키보드를 치고 있을 때는 거의 그쪽을 보지 않으니 이런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끔 영문은 헷갈리기 때문에 표기가 없으면 허둥거리지요) 기존 자판에 비해 폰트가 크기 때문에 무언가 모르게 시인성이 좋습니다.

LED같은 것은 없는 모델이다보니 조금 뽀다구는 안나겠지만 어차피 낮이건 밤이건 상관없이 건드리는 취미컴의 키보드이다보니 에헤헤하면서 만나보고 있습니다.

지금 보고계시는 이 포스트는 이 키보드로 또닥거리면서 쓴 것입니다. 에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