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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 Story/Plamodel

장난감 취미는 어느새 글로벌 문화

전반적으로 취미생활이라는 개념 속에 빠져있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패턴이 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에만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일본, 유럽, 미주지역에 살아가는 취미인들 과 교류하게 되면 굉장히 비슷한 문화권에서 성장하고 감상하면서 살아가게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는 그 어떤 문화력보다 이쪽 취미문화가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더랍니다.




한국 서울 촌놈이던 제가 1990년대는 일본에서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일도 대부분 일본 관련 일이 많았고 이후 여러 가지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더욱 강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이 이후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지도 못했지만요.

장난감 영역에서는 역시 스케일과 표현력이 남다른 개라지, 특히 개인 소장 형태로 만들어지는 커스텀 모델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습니다. 어쩌다 보니 일본에 가자마자 취미 인맥을 만들게 된 저로서는 이런저런 동네 모임부터 큰 행사 등에 들락날락하는 당연한 과정을 밟게 됩니다. 배우는 것보다 다 흥미로운 것이었고 이런저런 애들을 만들어가면서 손이 길들여져가는 감각을 익혔습니다.

대부분 이전 장난감, 가지고 놀기 위한 수준에서 머물러있는 저에게 더 디테일 묘사가 높은 장난감들은 어떻게 보면 불편하기 그지없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70~80년대 일본식 조립 프라모델을 가지고 놀았던 사람들 기준으로 지금 제품들을 가지고 놀라고 하면 굉장히 어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표현된 제품 구성은 훨씬 좋지만 너무 복잡해서 오히려 가지고 놀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그런 면에서 돌아보면 90년대 초에 다시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가샤폰은 마음의 위안을 주는 편안한 장난감 영역이었습니다.

가지고 논다는 의미로서 본다면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더욱 정밀하고 표현력이 높은 장난감에 몰입해가는 자신을 한발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당시로서는 이런 문화적 아이템들이 새로운 '오타쿠 문화의 기점'(더불어 시장의 확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취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즐거움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착각이었습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주변 국가들에서도 아직은 이런 문화권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오직 일본, 그리고 그 일본 대중문화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는 몇몇 지역과 나라에서만 통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주변 취미인 등을 봐도 사실 장난감이라는 구성은 대부분 뻔했습니다. 유명한 대중성을 가진 것은 역시 장난감 자동차, 그리고 조립식 밀리터리 모델, 그리고 이런 완구형 로봇 장난감이었습니다. 만다라케에 가보니 제가 가지고 놀았고 방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이런 애들이 제법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 그런 문화가 존재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국 영실업에서 나왔던 '패크맨 게임기'나 해적판 로봇 장난감들을 일본으로 들고 와보니 무지막지한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모님의 괄시를 받아 가면서 먼지 먹은 창고에 처박아 놓을 수밖에 없었던 허접쓰레기 분류에 속한 아이템이 일본에 가지고 오니 엄청난 취급을 받는 것이었지요. 참고로 당시 대만과 말레이시아에 살던 취미 인도 있었는데 이들이 가지고 있던 레트로 장난감, 빈티지 틴토이들도 역시 상당히 마니악한 친구들에게 전설급 취급을 받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일본 내에서 바라보는 80년대식 장난감 문화라는 것은 정말 색다른 문화와 다양성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저로서는 너무 많은 장난감들에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취향적으로 좋아하는 몇몇 가지에는 열중을 했을 뿐이어서 나중에 돌아보면 그런 세세한 경험과 추억들을 정확하게 기억하거나 기록해두지 않을 것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전히 방구석에서 먼지를 먹고 있는 이런 아이템들은 왜 구입했는지 저 자신도 잘 알 수 없지만 맥팔렌 토이를 비롯한 아트 스테츄 아이템들에 대한 접근도 1990년도에 강하게 즐길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홍콩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나라를 돌아다닐 때 주변에서 저 녀석은 왜 저런 이상한 것을 사 모으려는 것일까? 하는 소리도 들었지요. 한국에서는 여전히 샐러리맨은 월급을 벌어서 잘 모아 재테크를 해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정석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쓸데없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이런저런 취미 아이템들을 손에 넣어보려고 돌아다닌 저라는 인간은 굉장히 이상한 영역에 속한 사람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들도 어디까지만 하드한 영역에 속한 취미가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우스운 것일 뿐입니다. 결국 이런 부분들은 이후 90년대말이 지나 21세기에 들어선 취미인들과 새로운 접근을 하면서 웃을 수 있는 추억거리로 소진되고 말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