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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ion Story/2010 / 21c

그래봤자 취미로 보는 애니메이션인데 기획회의



이번이 출간 회의로는 4번째이지만 장르 구분으로 보면 6번째이네요.

대부분 만보라는 취미명과는 상관이 없는 일을 하기 때문에 기획이나 출간, 전략을 짜는 것은 자주 있지만 만보 명의로 써야 하는 책자라는 점에서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몇 번 이상 들러주신 분이라면 아시는 일이겠지만 제 취미 DB에서 끄적이는 애니메이션 감상문들은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거의 누설이 없게, 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내용들로 쓰고 있지요. 보기 전에 와서 보시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책자로 쓸 때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간략하지만 소개 글과 내용 설명도 들어가야 하고 문체도 다 바꾸어야 합니다.

블로그에서는 제 의견을 공중에게 내보인다는 의미에서 '~입니다'로 쓰고 있지만 책자에서는 아무래도 "~이다"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문단, 교정, 전체적인 기획에 맞추어 다시 써 두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지요.




이렇게 보면 별것 아니지만 책자에는 들어가는 작품의 수에 한계가 있습니다.

제 취미 DB에는 약 2000여 작품에 대한 감상이 정리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아무리 잘 뽑아도 100작품 전후입니다.

초기에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포함해서 1권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워낙 쓸데없이 많은 취미 감상을 해온 상황에서 보니 그것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기본을 보면 우선 만화 책자 쪽을 하고 싶었지만 기획 쪽에서는 우선 애니메이션을 하자고 합니다. 대충 뽑아봐도 약 200여 타이틀이 나옵니다. 이 정도는 이야기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제 욕심인데 이래서는 전체적으로 배당되는 부분이 너무 적어지지요.

심지어 조금 전문용어까지 사용해가면서 진행해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수를 줄여 나가야 합니다.

4명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합니다. 이 중에서 어떤 작품이 선별되어야 할지 말입니다.




취미관련 책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애니메이션 하나만을 가지고 쓴다고 하면 이래저래 골치 아픈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영역별, 분야별, 그리고 장르별 구성에 따른 접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 한국 시장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히 천차만별에, 유행하는 것에 대한 흐름 외에는 마이너한 시장이 맞으니까요.

주변에서는 전문 애니메이터로서, 기획자로서, 문화 평론으로서 관련 글을 쓴 이들이 있지만 결국 쓸 때와 쓰고 난 후의 감상을 이야기한다면 '아쉽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보통 저 정도 되는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여러 가지 접근에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후배나 선배들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으니까요.

보고 들은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 문서로, 공신력 있는 형태로 남는 것과 그렇다는 확정으로서 거론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때문에 2000여 감상문 중 우선 2~300작품 정도로 의미 있는 것들을 추려보고 이후, 책의 기획과 영업 기준에 맞추어서 선별해야 하는 작업이 들어갑니다.

영업적인 면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

'이 정도 작품은 거론해주어야 책을 사보는 입장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라는 부분입니다.

물론 저는 이 정도 작품이라고 해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다르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관점이 되겠지만요.

너무 거창한 것은 싫지만 경험해온 정도는 적절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4번째 의뢰이면서 취미 책자로서 출간을 기획하고 있는 곳은 역시 취미 친구들이 하고 있는 곳입니다.

나름 너무 취미스럽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중 출판사와 달리 취미라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점과, 어디까지를 한계로 봐야 할지 알고 접근하게 됩니다.

아시는 대로 제 문장은 제법 오래된 사람의 그것과 같아서 요새 분들, 특히 스마트폰에서 간략하게 보시는 분들에게는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2012년부터 조금씩 문장을 끊어 쓰는 것은 그런 분들을 위한 나름대로의 배려지만 이게 또 쉬운 일은 아닙니다. 습관으로서 정착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단락별, 감상문별 글이 긴~~~편입니다.

대부분 원고들이 잘려나가는 원인이 다 그렇고 그렇습니다만 정리, 기획에 맞추어 정리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써두었던 글이라고 해도 타이틀, 작품별로 다시 재정리에 들어가면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소모됩니다.

오히려 써둔 글과 책 기획과 맞지 않는 부분도 생기기 때문에 완전히 다시 쓰거나 다시 공부해야 하는 점도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귀찮지요. 저도 놀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래저래 만화책 원작이 있는 작품으로서 나중에 쓰게 될지 모르는 책자에서 거론할 작품이라면 빼놓자 라는 방침부터 이런 작품 정도는 거론해주어야 요새 독자가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등, 세대별 취미인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남성 넷과 여성 한 명의 의견이 모여서 이런저런 타이틀을 정해보겠지만 실상, 어느 정도가 지금 기준인가를 말하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