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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Story/Audio Goods

카세트 플레이어라는 것들



앞서 포스트한 소니 워크맨 DD9을 찾다가 엉뚱하게 이쪽만 발견되었습니다.

가끔 보면 버려진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제가 공간 부족 때문에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가족이 그냥 버려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제 방구석에 살아남아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에 이야기했듯이 사는 동네의 재개발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몇 년 안에 이사를 해야 할 상황입니다.

과연 그때 얼마나 새로운 것들이 발굴될지 조금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 말고 2개 정도가 더 있었는데 이쪽은 발견한 친구의 동생이 신기하다고 들고 갔습니다. 둘 다 소니 초기 워크맨 모델들이었지요.

지금에 와서 이런 기기를 사용해서 음악감상을 하는 한국 취미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카세트테이프가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만요.

소니가 워크맨을 등장시키고 그것을 경험한 세대라는 것은 묘하게 PC 시대와 중복되는 요소가 있습니다.

이전에 써둔 적이 있는 MSX 세대와도 연결되는 농담도 많았고요.

저 자신은 전혀 이공계, 예체능계열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그쪽과 인연을 이어온 것도 좀 아리송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시대의 물건들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물건들에 대한 추억을 말하는 것은 그것이 작동하는 시간을 그냥 보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음악들을 즐길 수 있었던 환경을 맞이하게 되면서 편하게 접근하는 즐거움을 만났고 그 안에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던 세대였다는 것입니다. 우연이라고 하면 우연이지만 세상을 내다보는 가운데 여전히 이런 포터블 기기에 대한 기준이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던 소니와 워크맨 시대는 대단히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뭐 농담처럼 나중에는 들고 다니는 컴퓨터도 요렇게 작게 나오겠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물론 MSX+WALKMAN같은 타입을 연상했지만요.

당시 이런저런 취미스러운 농담을 나누던 인간들 중 제법 많은 수가 IT관련 일을 하게 되었고 (전공과 상관이 없는 이도 있었지요) 크게 성공한 사람부터 보통 동네 서버정도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쟁이 심해지기 이전에 관심을 두던 그런 녀석들이 많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참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쪽과 알고 지내면서도 이런 장비들을 통해서 나누었던 SF같은 이야기들이 언제 실현될지 궁금했더랍니다.

지금 시대의 기준으로 본다면 확실히 스마트폰이 그 영역을 다 통괄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에게는 여전히 전화를 할 수 있는 수단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정도로만 구분되는 영역이라서 스마트폰과 그렇게 친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의 세계에 있어서 놀라운 감흥을 알려주었던 시절의 여명기를 이런 카세트 플레이어와 함께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뭐 소니와 파나소닉 제품들은 나름 특징적인 외형과 성능을 보여주었고 아이와 제품은 딱 한 개만 써봤는데 일본에 갔을 때는 CD와 DAT제품들이 주축을 이루었기 때문에 이쪽과는 당연하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더블 테크를 구입해서 에헤헤 하던 추억을 떠올리면 또 다른 말도 하겠지만 더블데크들은 방구석에서도 거의 다 전멸되었기 때문에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