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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c Story/Adult

즐거운 만화감상과 비평 (4)


 

같은 장르와 같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가 시작되어도 해석, 연출구성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작품이 되는 것이 또 만화입니다. 일본 스포츠 만화 중에서 야구, 고교야구는 굉장히 특징이 강한 매력을 보여주는데, 투수 폼과 공을 잡는 포수, 그리고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와 날아오는 공을 잡는 야수 모습을 보면서 보이는 구도가 어느 정도 비슷한 것도, 전혀 다른 것도 소재가 되는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형태를 어떻게 지켜보는가 하는 작가의 시선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경우 자신이 체험한 현실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연출도 있지만 어느 수준이 넘어가거나 장편이 되는 경우에는 표현에 필요한 다양한 형태를 자료화해서 재구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다보면 아무래도 중복되는 자료에 의한 연출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물론 작가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되지만 펜선, 밑그림이 이어나가는 동선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등에 따라서 보는 이의 시선을 빼앗아 갈 수 있지요.

다만, 표현이라는 것은 그 사회나 문화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그려지는 것이 가장 높은 이해력을 도와줍니다. ‘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에게 총을 쐈다라는 글을 보여주면 이해할 수 없듯이, 호떡이라는 것을 먹어본 적이 없는 이가 호떡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만화를 통해 보았을 때 그 맛이 단맛인지 신맛인지 매운맛인지 짠맛인지 고소한 맛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냥 맛있어 보인다는 표현을 기준으로 생각을 해볼 수밖에 없지요. 결국 소설이건 영화이건, 만화이건 보는 이가 가진 과거의 기억, 문화적 습득을 통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는 그만큼 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팝콘을 먹으면서 '아이 시어라~' 하는 표정이나 대사를 넣는 것은 어색한 일이겠지요.

슬로우 모션이나 360도 회전하는 앵글의 변화, 일반적인 영화나 작품에서 표현될 수 없는 기이한 시야각 등을 통한 각 구성,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운동에 따라 변화하는 만화 칸 칸 구성 등은 단순한 노력 여하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른 개성, 자질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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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와 장르에 따른 이해는 물론이요, 그만큼 보이는 것에 대한 노력은 작가나 독자들 이상으로 비평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물론, 개그만화라는 작품은 묘사력보다 과장된 표현력이 중심이 되어서 나타납니다. 슬랩스틱 코미디처험 자학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을 때, 연출된 묘사라고 해도 그 안에서 색다른 감흥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동선을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무래도 임장감, 제한된 시퀀스 안에서 얼마나 많은 움직임, 분위기, 떨림 등이 묘사되는 지 알 수 있지요. 추운 한겨울에 입안에서 배어나오는 숨 그림자를 어떻게 그려내는가. 그런 가운데 눈동자가 어떤 식으로 떨리는가? 등을 보면서 표현되는 한 순간, 정적 예술이 보여주는 예술성을 본다면 여타 대중 문화가 따라올 수 없는 작가 그 자신의 능력, 재능이라고 하겠지요.

 

눈에 들어오는 화력(畵力) 하나가 작품의 질을 말하기는 어려워도 작품이 전달하려는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만화작품을 말하는데 있어서 그 비평에 작화와 구성, 그리고 캐릭터 표현능력에 대한 부분을 빼놓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더불어 작품에서는 언제나 하는 것만 하는 캐릭터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현세 만화에 나오는 까치는 언제나 주인공이고 오동탁은 상대하는 캐릭터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영화를 보면서도 알 수 있듯이 아주 유명한 배우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연 또는 조연을 하지는 않습니다. 다 그만큼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등장을 하는 것이지요. 이런 패턴을 보게 되면 얼굴이 알려진 배우를 스토리상 숨겨진 악역이나 복선으로 남겨두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때문에 일부러 알려지지 않은 얼굴을 기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화작품인 경우 작가가 폭넓은 캐릭터 표현력을 가지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정형화된 캐릭터 형태를 만들어서 그에 따른 작품 구성에서 다른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역시 미세한 표현력을 기반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형태를 가지기도 합니다. 악당같은 생긴 모습을 그려놓고 악당이라고 하기는 편하지만 선한 얼굴에 선한 행동을 그리면서 대사는 공포스럽고 사악한 악당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보는 느낌을 한 두 컷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작가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페이지 넘어 보지도 않았는데 그림 전체에 빨려들어가는 흡입력은 그 작가가 그려가는 캐릭터 뿐만이 아니라 그 세계관을 어떻게 그려내는가에 따라서 분위기를 다르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작가는 무서운 개성으로 평해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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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그림을 가지고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작가가 가진 표현력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평가기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 구성이라는 것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실상, 작가가 꾸며가는 화면 구성, 연출력에 따른 매력은 만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고 그 안에서 완성된 세련된 캐릭터는 또 만화를 보게 만드는 마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만화는 다른 미디어와 달리 다른 것과 달리 그림이 글을 대신할 수 있고 글이 그림을 보충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되기 때문에 두 부분을 잘 연결하면 일반적인 이해력을 훨씬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교육용 만화나 동화에서도 만화적 학습효과를 높이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지요.

물론 아름다운 그림으로 예쁜 캐릭터를 멋지게 그릴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캐릭터보다 정성을 들여 그리고 이후에 보충 글, 대사로 아 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란 말인가~ 라고 적어 넣으면 됩니다. 그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에서는 그것이 허용됩니다. 즉 작가가 탄생시킨 세계는 만화 작품 안에서는 이라는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게 악신일지 선한 신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요.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만화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고통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연출구성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된다.

작화력은 만화작품에 있어서 큰 조건이다. 이것을 가지고 만화를 평가할 수 있다.

캐릭터를 정형화, 또는 패턴을 같은 형태로 해서 만화작품을 구분해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만족시켜주는 만화와 그렇지 않은 만화가 있다. 그것을 비평할 수 있다.

 

소설을 볼 때, 공간표현이나 구도에 대한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지만 독자의 마음속에서 각자 원하는 형태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만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나 다양한 미디어영상이 늘어나면서 그에 준하는 화면연출이 만화책 구성에서도 등장합니다. 광각 구도나 얼굴에만 집중된 클로즈 업이 만화구도의 기본이라고 하겠지만 그것 이상으로 긴장감을 알려주는, 심리를 표현하는 만화적 표현들도 충분히 작품의 질적 요소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료가 가지는 가치를 어떤 형태로 재창조하고 표현하는가에 따라서 똑같은 소재, 같은 연출이라고 해도 (더불어비슷한 스토리 전개까지 있을 수 있지요) 작품이 가진 가치는 새롭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대로 먼저 나온 작품이 그 구성에 있어서 우선권이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요.

 

우선 여기까지를 도입부로 하고 앞으로

즐거운 만화감상과 비평 (5) - 신화와 역사

즐거운 만화감상과 비평 (6) - 현실과 미래

즐거운 만화감상과 비평 (7) - 사랑과 야망

즐거운 만화감상과 비평 (8) - 초월과 꿈

즐거운 만화감상과 비평 (9) - 이해와 교육

즐거운 만화감상과 비평 (10) - 빛과 어둠

즐거운 만화감상과 비평 (11) - 물질과 정신

즐거운 만화감상과 비평 (12) - 한없는 것과 부질없는 것

을 널널하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P 만보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