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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xul Story

레벨 1이 보면 레벨2는 오따쿠다



그러고 보니 무려 15년 전 이야기인데 지금이라도 충분히 적용되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내고 써둡니다.

어쩌다 보니 새로운 팀원들을 이끌게 되면서 (기존 팀원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인원들로 구성되어) 친목을 다진다는 가벼운 감상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더랍니다.


기본적으로는 20세기의 80년대와 90년대 취미인으로서 살아왔던 사람들의 감상 차이와 세대간 이해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런 화제였습니다. 이제 211세기를 맞이한 입장에서 새롭게 비추어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30대인 취미인이 보는 20대 후반의 취미인과 20대 후반 취미인이 보는 20대 중반 취미인, 그리고 그 20대 중반 취미인이 보는 20대 초반 취미인, 그리고 알바로 참가한 10대 후반 취미인들이 서로의 입장과 세대 간 변화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인데 '가장 큰 오해'라는 부분에서 이런 이야기가 거론된 것입니다.


나는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 오따쿠라고 불렸다.

나는 건담을 알아본다는 것만으로 오따쿠라고 불렸다.

나는 일본만화가 일본만화라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 오따쿠라고 불렸다.

나는 일본애니가 일본 애니가 안다는 것만으로 오따쿠라고 불렸다.

나는 일본게임을 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 오따쿠라고 불렸다.

나는 일본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오따쿠라고 불렸다.


라는 공통의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것 중 하나가

"그럼 영어를 할 줄알면 오따쿠(너드)인가?"

라는 부분이지요.


실상 영어권 취미문화는 지금처럼 '양덕'이라는 표현도 어색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정보량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실제 해외경험이라는 것도 없는 경우가 많고 아직 어색한 인터넷환경을 가지고 모든 것을 접근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요. 물론 나름대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고 접근하는 입장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네이버 닷컴이 생긴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말입니다.

아직까지는 다음이 세상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막 탄성을 울린 네이버는 갓난 아기이지만 어떤 미래를 보여줄까를 가지고 말하던 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어를 쓰면 덕력이 안 보이지만, 일본어를 쓰면 덕스럽게 보인다.

라는 상황에서 우선적이 사회적 인식의 차이라는 것도 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미 MMORPG라는 장르에서 다양하게 활약을 하는 인간들도 있었기 때문에 영어 문화권에 대한 자연스러운 우월감이라는 것도 있을 법만 하고 대화에 참가한 인간들 중에는 머드(MUD) 게임으로 날리던 인간들도 있기 때문에 묘하게 영어와 일어 문화권에 대한 한국적인 다양한 사회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연령대가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의 변화를 급격하게 느끼면서 이런저런 감상을 떠들 수 있었지요.


취미 영역에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세월을 살아온 것은 맞지만 그런 것 때문에 이상한 인간으로 취급을 받는 것이 어느 정도는 당연한 시대를 살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레벨 1이 보면 다 오따쿠다"

라는 결론아닌 결론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건, 직장생활을 하건, 취미동아리에 들어서건,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상대를 평가할 때에는 언제나 내가 정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자건거를 탈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대화는 당연히 다른 생활권, 경험, 문화를 이야기 하게됩니다.

스케이트를 타본 사람과 안 타본 사람의 대화에도 그런 것이 있지요.

어떤 소설,

어떤 영화,

어떤 음악을 감상했는가에 따라서,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에 따라서 당연히 같은 것과 다른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일반이라는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중심을 잡기 어렵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자신은 일반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이색적인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상대방의 가치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동급 계열에서 본다는 정의를 둘 때에는 레벨1과 그 외 레벨을 말하게 됩니다.

가끔 농담처럼 레벨0이라는 말도 하지만 0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인 만큼 너무 넓은 영역을 말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일선상에 있는 캐릭터 레벨로서 1을 대중, 일반으로 보고 그 외 캐릭터들을 본다는 가정하에 볼 때, 그 외 레벨은 전부 외계의 영역인 것입니다. 좋게 말해서 미지의 영역이지요.

물론 그것 때문에 다른 레벨로 발전할 가능성을 품을지 모르지만 그쪽 영역을 알고 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 관심이 있다 없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문화 등급에 있어서 갑질, 상하관계라는 것은 사실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인간들이 하는 사회 영역이다 보니 어쩔 수없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가장 많은 것이 돈자랑이지요.

경력보다 더 비싼 것이 높은 등급으로 보이는 일인데 이런 것은 동시에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레벨은 1인데 레벨 10짜리 용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경우, 렙제한이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만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랑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보고 와~~ 하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

레벨 10이 레벨 10짜리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그것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경우와는 이런저런 차이가 있지요.

그냥 비싼 것이니까 좋을 것이라는 선입관도 작용을 하지요.


이 대표적인 2가지 경우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쉽게 공감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인에 속하는 레벨1인 사람이 보면 레벨 2 이상은 전부 오따쿠이지요.

당연히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들인 시간과 정성이 다른 만큼, 그 투자된 요인만큼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와 다르니까.

라는 이유만으로 바라보는 경우이기는 하지만요.


이것을 객관적인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것 외에는 없습니다.


물론 이것이 범죄적인 형태로서 인식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영역을 말해볼 수도 있습니다.

가장 많은 부분이 "왜 그렇게 어려 보이는 캐릭터를 좋아하냐? 넌 성적 취향이 그쪽인 것이냐?"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 한국 취미인 뿐만이 아니라 해외 취미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거론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조금은 다른 부분일 수도 있지만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진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것 때문에 그 아이돌과 같은 성적 취향에 극단적으로 동감, 동조한다는 의미로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요.


우상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우상이 가진 여러 가지 비일상적인(그 당시 시대가 바라보는 기준과 다른) 행동, 행위에 대하여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는 것과 같다고 하겠지요.


70~80년대 중반까지 나왔던 귀여운(?) 노출은 그 시대의 이해관계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형태였지만 지금 시대에는 아동 포르노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규제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오히려 과거가 더 자연스러웠다고 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만큼 시대의 인식이 어떤 기준을 들이대는가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겠습니다.


그 유명한 내가 하면 선행이고 남이 하면 악행이 되는 기준의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결론이라고 하기보다 진리라고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간단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물론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일반인이라고 생각(착각)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레벨에 도달하면 또 다른 것이 보이겠지만 결코 그 레벨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 합니다. 레벨 1의 사람은 언제나 레벨1을 기준으로 생각을 하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때 떠든 인간 7명은 대부분 현역 IT 산업의 역군이자 현역으로 진두지휘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