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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c Story/Adult

코믹 파피포 - 색다른 성인만화 시대의 추억


 

코믹 파피포

일본 / COMICパピポ

월간 성인 만화잡지

후란스 쇼인(フランス書院) 발행

20004월 발매

282P / 330

추천 60 Point

1991629일 창간되어 매월 29일에 발매되는 스타일로 일본 성인잡지 시장에 큰 획을 남겼지만 현대 시장의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71029일에 발매된 12월호를 마지막으로 휴간이 된 잡지입니다.

 

파피포는 무척 일본 성인지 시장에서 막강한 역사와 관록을 자랑하는 잡지입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 그 이름값을 해온 잡지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중간에 수많은 성인 잡지들이 생기고 없어졌지만 후란스 서원이라는 곳은 에로 소설이나 성인전문 출판물로 한 세기를 휘어잡았다고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덕분에 컬러 일러스트진이 막강하기 그지없었는데 초 메이저 급 작가들이 가끔 등장해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괴로운 결과를 낳게 하는 잡지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시대적인 풍파와 변화에 관록만으로 버티기 힘들었다는 것을 보여준 잡지이기도 하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일본적인 에로만화의 관록과 역사, 그리고 이런저런 변화기를 보여준 잡지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특징적인 일본 만화문화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성인코믹시장을 대표하는 형태는 역시 에로만화, 에로극화로 표현되는 1950~60년대를 말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극화 + 대본소 형태를 가지고 표현되던 성인극화체 만화는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청계천 주변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형태로 알려졌습니다.

대본소 만화유통 체제는 굉장히 뻔한 스타일로 만들어졌지만 그 구조에서는 굉장히 시장성이 있는 경제적 여건이 바탕되었기 때문에 등장을 했습니다. 만화 자체가 가진 오락성과 표현에 대한 자유로움(이 부분은 아무래도 일본이 조금 더 개방적이었다고 하겠지만요)은 미군의 역할이 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포르노 스타일 사진과 표현에 대한 평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형태로 많은 부분을 보여준 서양스타일은 당시 동양기준으로 볼 때 굉장히 자극적인 것이었고 그 안에서 성장하게 된 성인시장은 만화체로 시장을 성장시켜나가던 소년소녀, 청소년 시장과 달리 극화체를 중심으로 사실적인 표현을 가지는 것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한국 대본소 시장은 성적 표현을 포함한 무술서적, 에로형 무협지가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하겠지요.

 

초기에 에로 극화만화로 인식되던 어덜트 시장은 성인지향 만화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는 과정을 밟기 시작합니다. 반면 만화체 그림이 도입되는 가능성에서는 소프트 지향 성인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좀 묘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성적 표현을 위한 하드한 설정이 아니라 조금 스토리와 개성이 있는 로맨스를 더해간 형태라고 하겠지요. 나름 러브스토리를 더하고 그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설정을 잡아나간 것입니다.

실제 서양 성인사진 잡지를 기반으로 한 표현에서 기반을 둔 일본 에로극화체는 대부분 어려보이지 않는 모델을 기반으로 극화체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지만 만화체 스타일은 연령별 표현이 애매하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존재하다보니 표현자체에 대한 묘한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극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됩니다. 일본에서 만화체 캐릭터를 보고 즐기던 세대가 어느새 성인이 되어서 그런 스타일로 표현되는 성적인 표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1980년대 이후로는 굉장히 극적인 만화체 성인잡지가 시대를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그 안에서 대표적인 성장 스타일을 보여준 것이 바로 프란스 서원이었습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에로소설의 기반을 보여준 프랑스 에로에 대한 기반을 가지고 자신들의 기준을 만들어 왔고 그 안에서 조금씩 성장해온 동인시장 작가양성에 힘을 쏟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등장시킨 것이 바로 이 코믹 파피포입니다. 이상한 이 타이틀은 당시 이쪽 어감을 가진 책자, 잡지가 유행한다는 시장조사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뿐 큰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만화체 작가들을 기반으로 파피포스타일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는 것은 큰 의미였다고 하겠습니다.

 

기존 극화체 성인만화 시장이 만화체 성인만화로 바뀌어나가는 형태를 볼 때 표현적인 부분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약과 사회적 영향을 생각한 출판사는 내용을 봉하여 일반적인 성적 표현의 누출을 막는 나카토지(中綴)방법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성인잡지사가 이용하던 방법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다시 생각해보기 어려운 스타일이었다고 하겠지만 그대로 만화 잡지 자체에 적용되는 상황은 보기 드물었습니다.

가뜩이나 만화라는 것에 대한 저속한 문화라는 사회적 불안요소들이 있었던 만큼 성인지향 만화라는 것은 굉장히 모험적인 부분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 시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부분이 바로 전형적인 몰입형 마니아, 오따쿠의 등장입니다. 이들이 보여주기 시작한 굉장히 강력한 시장지배력은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 성장이 크게 변화되면서 일어난 만화시장의 부흥도 굉장했기 때문에 덩달아 성장할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여타 만화잡지나 스타일은 저속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만화잡지에서는 나름대로 품위유지를 위해서 단편 연재나 개그, 시사 풍자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어나갔습니다. 한때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후반까지 이 성인만화잡지 시장은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고 그 안에서 파피포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하쿠야쇼보(白夜書房)1986년부터 1998년까지 그 기세를 펼친 성인 만화잡지 <핫밀크(ホットミルク)>는 대표적인 로리콘 스타일 만화체로 시대를 잡아갔고 그와 대두되는 형태로 파피포는 대단히 라이트한 실력파 동인(또는 성인) 만화가를 잡지에 등장시켰습니다.

물론 만화 브릿코(漫画ブリッコ)와 같은 잡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만화체 성인잡지의 기능이 핫밀크로 이어졌고 이후 파피포와 같은 신세대 성인만화 시장이 다음세대의 상징성을 가진다고 하겠지만요.

 

이쪽 만화시장은 실제 일본 경제기와 비슷한 1970~80년대에 폭발적인 발행부수와 수익을 올렸고 파피포 출신 작가 중에서는 바로 메이저 작가로 변신을 할 수 있는 발판역할도 했기 때문에 동인만화작가 중 그림체만 예쁜 몇몇 작가들이 메이저 출판이 아니라고 해도 먹고 살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런 시장의 존재위치는 동인시장에 성적표현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결코 부족하지 않은 자원, 소스를 제공하는 계기도 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본 동인, 아마추어 만화가들의 성장세에 도움을 주기도 한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그 안에서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재생산성 만화업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인기가 떨어진 만화작가가 에로만화, 성인만화영역에 들어와서 다시 성공을 보여주는 계기도 마련했으니까요.

 

그 안에서 볼 때 성인만화 잡지 절정기에 들어선 1991년에 등장한 이 파피포는 나름대로 오랜기간, 2007년까지 활약한 잡지입니다. 초기에는 핫밀크 스타일의 라이트 에로를 지향했지만 편집방향이 유행을 따라가는 형태에서 심미적 캐릭터, 내용은 없이 그냥 자극적인 캐릭터만 묘사하는 작품선택, 그리고 나중에는 파괴적인 하드코어 표현까지 담게 되면서 이 잡지가 나갈 위치는 크게 흔들렸다고 하겠습니다.

기존 미소녀 성인만화 시장을 지지하는 오따쿠 세대를 충분히 연구했다고 말을 하지만 세대별 변화에 다른 취향에 너무 몰입하다보니 오히려 시장지배력이 약해졌다고 하겠지요. 창간 초기와 발전기만 해도 열심히 신인작가 발굴에 힘을 썼고 기존시장에 있어서 선도적인 위치를 보여주었지만 정작 90년대 후반을 넘어서 21세기에 돌입한 시장변화에 따라 도전적인 신인도입보다 오따쿠 시장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드코어 스타일에 너무 몰입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별책부분을 강화하면서 다양성을 너무 많이 추구한 결과 결국 휴간 상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작가진이라는 것보다 개성적인 작가진, 그리고 나름 스토리와 구성이 괜찮은 작품선택 때문에 좋아했던 스타일이었습니다. 난잡해진 작풍이 유행되고 그런 모습을 따라 가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흥미를 잃게되었지만 대중과 만화가의 교류를 유도하거나 작가들의 영향력에서 조금 더 발전되려고 노력한 부분들은 크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2000년에 들어서 기존 출판시장에 등장한 성인지정을 가지고 말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겠는데 여기에 표시된 20004월호가 바로 성인지향을 표시하기 바로 직전, 마지막 잡지입니다. 이후 5월호부터 성인지향 표기가 등장하게 되지요.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나름 메이저 작가와 더불어 다양한 작가들의 형태를 잘 보여주었던 파피포는 천천히 쇠퇴형 수순을 밟게됩니다.

기존 출판시장이 크게 수축되었기 때문에 소수 지향, 구매지향이 높은 오따쿠 시장만을 겨냥한 하드코어 만화 잡지로 나간 형태는 나름 변화의 축을 보여주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기존 소프트 지향 잡지기준으로 기억하던 팬들이 떠나고 경쟁적으로 심화되는 성인만화 시장에서 결국 신인만화가도 도전을 하지 않는 저속잡지로 알려지게 됩니다. 결국 잡지가 가지고 있던 동인만화작가들과의 연관성이 줄어들고 표현적인 제약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선정할 수 없게된 그들은 2007년을 기준으로 휴간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도 이 코믹 파피포165개월이라는 장수기간을 기록하면서 일본 성인만화의 한 기준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때문에 165개월치 파피포를 전부 모았던 한 컬렉터의 소장품 이야기는 화제이기도 했습니다. 일본 만화의 역사와 더불어 기억하게 되는 선정적인 만화시장의 축을 잘 보여주었고 시대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잡지 형태로서 파피포는 기억할 수 있는 형태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파피포는 그 이전과 이후에 있어서 그런 스타일을 추구한 잡지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굉장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을 말하면서 출판사였던 후란스쇼인이 만들었던 X코믹 레벨의 영광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이 부분도 2009년을 끝으로 마감되었지만 후란스쇼인의 코믹 파피포와 그 작품들은 기억을 해둘 가치가 있는 만화 잡지였다고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