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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Story/Computer

만보 인생에 컴퓨터란?




솔직히 말해서 저에게 있어서 PC라는 것은 장난감이었습니다.

 

1987년, 집안 구석을 굴러다니던 Mcintoshi ClassicⅡ가 제가 접한 최초 "PC같은 녀석"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관심이 없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PC통신이다 뭐다 하더라도 저는 다른 놀이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방구석에서 그런 것을 만지고 있는 것도 좀 거시기 해보였습니다.

1991년 봄만 하더라도 닌텐도 '슈퍼 패미컴'덕분에 게임에 빠져 전자오락이라는 새로운 재미에 정신을 못 차리던 저는 아무 생각없이 내가 저런 것들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컴맹이라는 사실과 제대로 된 디자인 공부 같은 것을 한 것이 없었기에 그저 꿈만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게임들을 클리어 하느라 바쁜 저에게 있어서 창작한다는 재미에 아직 어떤 감명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자신의 정신세계에 등장한 야한 '미소녀 게임'의 세계는 처절하게 저를 변화시킬 계기를 보여줍니다.

드디어 그 비싼 NEC-9801시리즈 호환기종인 EPSON 386SX기종을 구합니다.

이것은 후에 486 - 100Mhz 제품으로 까지 발전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된 첫 PC입니다.

알지도 못하는 MS-DOS를 공부하면서 플로피로 게임을 즐기던 도중, 선배 충고를 따라 하드디스크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스카시 하드까지 구입하는 열의가 있는 성의(^^)까지 보이면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건(?)배경에 뒷받침이 되는 것은 바로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만지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제 관심 밖이었던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만지는 친구들 조언과 어드바이스를 가급적이면 120% 수용하면서 진행시키다보니 평범하게 시작하는 다른 이보다 조금 빠르게 컴맹이라는 단계를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때는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연장선으로 PC가 존재했습니다.

아직은 윈도우즈 등장이 아물가물했던 시절이라 단순 명료하게 ‘조금 비싼 게임기’로서 저의 인생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실행 한 아이템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충격같은 일이 벌어지니 그것은 바로 걸작 이미지 리터칭 소프트인『Photoshop』의 등장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야한 사진’들을 얼마든지 합성하고 연출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보더라도 참으로 말도 안 되는 돈을 들여 말 그대로 ‘조금 빠방한 PC’라는 녀석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포토샵이라는 녀석이 상당히 빵빵한 사양을 요구하는 녀석이라 웬만한 사양으로는 꿈적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저는 마우스보다 디지타이저라는 타블렛을 먼저 만지게 되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장난감에서 조금 발전한 PC가 거금을 들여 공부해야 될 대상으로 변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더 이상 게임기로서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지 못한 현실을 조금 슬퍼해야 했던 저였습니다.

여기에 다시 한번 컴퓨터라는 것을 괴물로서 인정하게 된 사건이 벌어지니 워크스테이션이란 기종에서 움직이는 『소프트 이미지』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 입니다. 한참 애니메이션 이라는 것을 공부(즐기고)했던 저는 매번 일일이 그려줄 필요가 없이 한번만 제대로 만들어 두면 평생 써먹을 수 있다! 라는 단순한 생각에 3D라는 장르에 빠지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때 막강한 하드웨어적인 백업 지원(워크스테이션)이 없으면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좌절감을 맛보면서 언젠가는 컴퓨터 스펙이 빵빵해지기를 바라면서 가정용 PC의 미래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이제 조금 여유가 있는 하드웨어에 만족을 느끼기 보다는 더 시간을 할애해서 제대로 된 컴퓨터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더 앞섭니다.

그럭저럭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저는 참으로 이상한 하게도 컴퓨터를 많이 활용하고 사용하는 직장들을 전전하게 되었습니다. SUN과 놀지 않나, NT3.5, POWER MAC들과 함께하면서 별의별 이상한 프로그램들을 만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에 비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익힌 것이지만요.

시대가 개인용 컴퓨터를 중심으로 개발되어가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적인 일부 인간들만을 위해 사용되던 시기에 운이 좋게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 변화기를 알고 지내오게 된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안 그러했다면 동년배에 비해서 조금 많이 알고 활용하는 편인 제 기준으로 보더라도 운이 좋은 것이라고 고마워해야겠지요.

 

사실 잘 몰랐지만 같은 또래 친구나 동기 중에서 컴퓨터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녀석들을 보게 되었을 때 조금은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게 된 계기중 하나로서 컴퓨터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단순하게 가지고 노는 것으로 생각한 PC가 이제는 제 인생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니 (아마도 인생에 있어 중요한 보물목록을 뽑으라고 하면 10위안에 들어가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기면 웃기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미지로 선택한 녀석은 나중에 저런 모양을 한 컴퓨터를 작동시켜보고 싶다는(타보고 싶다는) 염원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날이 실제로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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