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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Story/Electronic Goods

비디오 시대를 생각하면서



지금에 와서 이런저런 취미로운 이야기를 해본다고 해도 여전히 비디오 홈 시스템(Video Home System)이 우리 시대에 등장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극장이나 일반 방송을 통한 시청이 아니라 내가 직접 따로 볼 수 있는 '가정용 비디오', 그리고 소장, 소유라는 목적에서 가능한 녹화모드는 여러가지 시대를 말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꼭, 그런 시대를 기억한다고 해서 말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VHS와 β, 베타맥스가 벌인 여러가지 규격싸움은 나름 흥분의 도가니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취미로운 웬수들이 꾸준히 논을 해보게 된 것도 바로 이 시대의 이 녀석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하겠지요. 그러면서 빅터가 개발한 VHS와 소니가 개발한 β 가운데 어느쪽이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내다보기도 했었더랍니다.

뭐, 지금에 와서는 다 지나버린 디지털 비디오 테이프의 행방을 생각해보게 되지만 말입니다.




결과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 VHS진영의 승리입니다.

독자적인 방식과 구성,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한 베타진영보다 VHS는 아주 확실하게 다양한 주도권 싸움을 통해서 하드웨어적인 성능으로 대결을 한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에서 승리를 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 때문에 소니는 꾸준히 자신들의 실패에 대한 방법론을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는 형태를 가지게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한국에서 VHS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잘해봐야 몇몇 방송 프로그램과 CF들을 녹화해준 정도일 뿐이지요.

다들 추억을 떠올리는 부분이라고 하겠지만 그런 시대를 기록해둔다는 것은 나름 재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의미를 두고 어느 정도 녹화를 체계적으로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떠나서 그런 시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는 것을 또 다시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여러나라 방송영상이 주는 시대감이라는 것과 그것이 반영된 차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느낄 수도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맛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술이나 담배광고는 당시 한국에서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었고, 야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으로 보게되는 영상연출도 많이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색다른 감상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선명한 영상이라는 점에서 (물론 반복재생으로 인한 열화가 있지만) 당시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백색가전 시대의 3대신기라고 명명되는 TV, 냉장고, 세탁기(이것은 지역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 전화기와 라디오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열대지역에서는 에어컨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시대까지만 해도 서구화 문물의 첨단을 상징하는 물건이라는 말을 했지만 지금처럼 'IT다운 매력'을 보여준 아이템은 바로 이 비디오 재생기기, VHS와 베타 머신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이쪽 장비들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무시무시한 부품, '헤드'가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는 지금 IT관련자들이 떠드는 정도를 넘어서 물리, 화학, 역학, 금속주조에 이어서 디자인공학에까지 폭을 넓히는 과감성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봤자 그냥 동영상 재생기기 일 뿐이잖아?"라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이 일반 가정에서 가능하게 해준 첫 단계 아이템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여러가지 추억을 덩달아 보여준다고 생각을 합니다.

참고로 저는 시대의 명기라고 불렸던 파나소닉과 빅터의 10000번 기기를 중고로 구입해놓고도 헤드 마모로 인한 노이즈 때문에 후다닥 바꾸어 버린 비운의 유저입니다. 이후 미츠비시와 히타치, 샤프, 산요, 금성(LG가 아닙니다), 대우(사실상 소니 OEM), 소니, 빅터 에서 나온 영상 테이프 테크들을 사용한 것은 취미적인 것을 넘어서 업무로서 발전하게되는 묘한 기반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비주얼에서 오는 충격이 남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상, 베타맥스 진영은 그 우수한 화질을 바탕으로 가정용 녹화기기 겸 특징이 있는 매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ED베타와 함께 S-VHS가 벌인 화질 경쟁은 여러가지 의미로서 다양한 재미를 보여주었고 그들이 격돌하고 있는 시기에 일본에서 굴러다녔기 때문에 참 묘한 시대감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보면 일본은 아날로그 HD, 하이비젼이라는 방송도 시범적으로 시행중이었고 100만엔짜리 TV 와이드 수신기도 발매를 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 가격에 접근을 하려고 해도 소스가 만족스럽게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저는 한발 물러서고 말았지만 잘한 짓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무슨 놈의 개떡같은 연구열이 있어서 최신 제품에 대한 무지막지한 접근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정말 정말 위험한 선을 넘나들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현재에 와서는 방구석에 남아있는 몇몇 소프트들을 변환작업해서 백업해두는 것을 자신의 취미적인 여유로 보고 있지만 사실 이것도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 포스트한 그대로 약 8TB정도 용량이 있어야 다 백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화질도 보존을 해둘만큼 썩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인데도 말입니다. - 가뜩이나 작년과 재작년에 포스트 해둔 것들 대부분이 파란블로그에서 동시발행시킨 것인데 그것들이 다 깨져있으니 다시 복구해두기도 무척 귀찮은 일입니다.

조금씩 정리해둔 것도 지금 네이버 블로그 '비디오'쪽에서 쌓아두고 있었지만 그것을 재정리 하라고 하면 …………솔직히 훌쩍이지요. 




사실 베타들은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내보냈으니까 다행이지만 아직도 방구석에 남아있는 Hi-8mm 와 DAT 들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이중에는 아직 DVD나 LD로 소프트화되지 못한 영상들도 조금 있기 때문에 다시 살려두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사실 이런 애들은 그 플레이어들이 꾸준히 살아있어줄 때 가치를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방구석에 있었던 이 녀석도 친구가 급하게 사용한다고 빌려가서는 폭발시켜서 급하게 재수리를 하게 되었는데 가족 비디오 (소니 핸디컴을 사용했던 아빠들)를 백업하고자 하는 목적 때문에 영구 대여되어 나가있습니다. 저는 사용도 못해보고 말이지요. 훌쩍.




더불어 생각을 해보면 당시 DVD와 함께 구입을 했던 서비스 사은품(?) 특전 영상 VHS들은 참 고민스럽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지금은 블루레이 세트로 다시 발매되면서 특전영상들이 포함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거에는 소중할 것 같아서 쌓아둔 애들이 먼지만 먹으면서 결국 공간만 차지하는 꼴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비디오 시대를 통해서 얻었던 감상과 즐거움, 그리고 다양한 시대의 변화를 만끽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