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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xul Story

취미로운 나날은 어떻게 변화할까?

이전에 쓴 포스트가 있었지만 취미생활이 가지게 한 숫자라는 점에서 보면

취미생활을 포기하거나.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계기도 숫자가 있더군요.

 

캐나다로 갔다가 다시 귀국한 친구도 있고

영국에 있는 녀석,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일본에 있는 녀석들도

대부분 하는 소리는 언제나 같습니다.

 

, 결혼, 자식.

 

정말 이 세가지가 어떤 기준을 가지게 되면

취미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연애를 할 때는 취미생활이 방해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보면 취미와 연애가 공존하기

어렵다는 소리도 간간히 듣게 됩니다)

 

 

제 취미시절에는 부모님이 어느날 몰아서 청소해버리는 덕분에

수도 없이 사라져버린 책이나 장난감들을

지금에 와서 흑흑거린다고 해도 그냥 추억으로만 기억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해외에서 추억어린 그것을 발견하고 광분하기도 하지만요)

 

음악감상이라는 취미영역에서는 역시 아메리칸 top40를 비롯하여

유럽, 댄스뮤직 차트 등을 보면서 FM라디오를 열심히 에어캣취했지요.

그러던 것이 아마도 '추억의 수집거리'였던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면서 조금 더 좋은 테이프, 크롬이나 메탈테이프 등을

브랜드별로, 디자인 별로 모아보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비교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만나고 알았던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면

어떤 아티스트의 복장이나 연주방식, 이런저런 가쉽거리 등을

떠들면서 굉장히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냈지요.

그러면서 간간히 ABBA가 낫다. 비틀즈가 최고다.

아니다 역시 신급인 마이클 잭슨이 향후 팝의 역사를 바꿀 것이다~

라는 등 등 정말 쓸데없는 논쟁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지요.

 

너무 어렸을 때 만화책을 보던 때에는 일본이나 한국이다

그런 것을 몰랐다가 해적판 대본소 만화에 간간히 표기되는

이상한 글자가 일본어라는 것을 알려주신 외할머니 덕분에

일본만화라는 것에 대한 시야를 가질 수 있었지요.

 

이후 동네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보니 의외로 일본만화는

여기저기서 구해볼 수 있는 책자였고, 시간이 지난 잡지나

책자를 덩달아 구해보면서 나름 아는 체 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웬수, 나름 해외문물을 아는 인간들 몇몇과 만나면서

동네 취미인이었던 저는 순식간에 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게 됩니다.

이후 그 영역은 전국적인 구성을 가지게 되어서

오오오오~ 하는 인맥을 확보하게 되었지만

이전에는 잘 모르던 세계가 급속히 확장되는 바람에

엄청나게 소비지출이 커지게 되었지요.

 

일상적인 취미생활수준에서 굉장히 깊은 세계로 들어가는

취미인들의 모임을 보면서 무시무시한

인생경로를 생각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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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1980~90년대 사이에 알게된 친구들, 취미친구들은

술친구들과 더불어 다양한 인연을 가지게 했고

이들(웬수)덕분에 전혀 신경쓰지 않던 게임이나

전자기기에 대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지요.

 

좋게보면 취미영역, 지금에 와서 큰 화제가 될 수 있는

취미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1980년대에 오디오기기, 만화책, 애니메이션, 음반 정도만 해도

좀 무시무시한 영역으로 이애하기 어려웠는데 게임, 컴퓨터기기에까지

손을 대게 만들었던 웬수들을 생각하면

 

그때 그 인간들과 알고 지내지 못했더라면

나름 평범한 취미인이 되었을지, 어떠했을지 상상해봅니다.

아마 취미소비 지출이 굉장히 많이 줄었겠지요.

 

그런데 그 인간들은 대부분 일, 결혼, 자식이 생기면서

그 취미생활을 줄여나가는데

저는 오히려 그 취미생활이 늘어나기만 하고 있으니

굉장히 미묘한 인생곡선을 보여주었습니다.

 

평상시 그런 것에 별 관심없이 그냥 보고 즐기는 정도였는데

이런저런 유혹(취미영역)에 끌여들여 놓고는 자신들은 빠지는 겁니다.

당시 주변 취미인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던 만큼

그것에 준하는 경험치를 얻고자 들어간 시간과

금액은 말로 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다고 하겠지요.

 

그런데 저를 그렇게 취미세계에서 허우적거리게 해놓고

자신들은 일때문에, 결혼때문에, 애때문에

라는 식으로 취미생활에서 멀어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언제나 동아리 활동이나 카페 모임에 가보면

저뿐이더군요. 아는 인간들이 없어요.

그나마 다시 취미친구들을 인터넷, 블로그 활동을 통해서

다시 찾거나 만나게 되어서 새로운 취미친분을 쌓아갈 수 있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유혹이 강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취미인들이 성장을 하며서 사회생활에 녹아들고

자신들의 삶을 찾아가는데 저는 여전히 취미생활에

허덕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파른 인생곡선을 겪은 인간들도 있고

자신만만하고 패기있던 10대 20대를 넘어서

완숙미 넘치게 인간세상을 잘 꾸며가는 모습을 보면서

취미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그러나 사회인으로서 가정과 양립시켜나가는

취미인 환경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나라는 애들이 크면서 들어가는 비용부담때문에

취미를 접거나, 내팔거나, 보류를 했다가

보통 애들이 어느정도 크게되면 다시 복귀하는 경우도 봅니다.

작년에 큰애가 드디어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서

다시 연락이 온 웬수는 대뜸 예전에 팔아버린 장난감들을

다시 구했으면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초등을 졸업하고 해외로 애들을 내보내고

기러기가 된 녀석은 바로 집을 전세로 바꾸고 차액으로

오디오를 바꾸고요.

 

하드웨어가 동반되는 취미라는 점에서 보면

오디오나, 장난감, 컴퓨터 관련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지난 책자, 화보집, 자료집, 만화책 등은 정말 정말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본만화의 경우, 완전판, 문고판, 애장판 등 등으로

다시 출간되는 경우가 있어서 행복을 느끼게 했지만

제 경우 2번이나 전질을 분실했던 '프라레스 산시로'는

7년이나 걸려서 간신히 다시 전질을 맞출 수 있었지요.

(그러나 다음 해에 문고판이 나오더군요 -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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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마란츠 앰프와 탄노이 스털링을 팔아먹고

다시 구하려 해보니 어려워서 포기를 했지만

이후 AV환경을 맞이하면서 이놈 저놈 다들 한 두개 씩 사들였지요.

 

나중에 서로의 취향들이 갈리면서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지만 저는 운이 좋아서 조금 이런저런 애들을 만져볼 수 있었지요.

그렇다고 해도 친구 하나는 집에 장만해놓은 고급 스피커를

애가 박살을 내놓아서 취미생활을 접고,

마눌님과 싸워서 포기한 녀석 둘,

서울에서 출퇴근 문제때문에 결국 취미생활을 접은 녀석.

음악을 접은 녀석, 연기를 그만둔 녀석.

연출을 포기한 녀석 등이 어떤 결심을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독신으로서 딩가딩가 취미생활을 음미하는 인간이지만

그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서

저와는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대충 이야기를 하다보니 약 10~15년 정도가

취미생활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시기가 되는 경우가 있고,

3~5년 주기로 반짝했다가 다시 멀어지는 경우를 봅니다.

묘한 패턴이라고 하겠는데

10년이 넘어가는 경우는 주로 외국으로 간 녀석들과

애들 때문에 정말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들입니다.

 

반면, 사모님을 잘 만나서 애들을 잘 키워주는 덕분에

이 때다!!! 하고 잠시 외도를 하는 녀석들은

3~5년에 한 번씩 연락을 하는 것을 보지요.

 

아직은 어중간한 취미력 30여년이지만

주변에서 보면 참 오랜시간 취미를 해온 분들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

조금 경험해본 사람.

취미때문에 좌절하는 인간,

취미때문에 행복해하는 녀석.

취미만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어보이는 자식들을 봅니다.

 

가끔 보면 그런 모습에서 제 과거를 보기도 합니다.

단순하지만 그 단순했던 때가 부럽기도 하지요.

단, 쉽게 취미를 포기하거나 버리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을 완전하게 잊어버리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생 처음 자장면을 먹었을 때 느낌!

그 매혹적인 말린 오징어를 씹을 때 촉감!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처음 만지면서 웃음이 피어오를 때!

이상하게 눈길이 갔던 그녀와 말이 통했을 때 느낀 환희!

 

그런 것들과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취미로운 나날이

얼마나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주변 인간들 변화를 보면 저도 어떤 취미로운 미래를 가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친구 왈, '마음을 비우면 된다'

라는 진리를 알려주지만 그게 마음되로 안되는 것을 보면 참 그렇지요.

담배는 굉장히 쉽게 끊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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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만보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