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빗줄기가 강해서 데굴데굴 하기가 어려웠지요.
잠깐 틈이 나도 집에 돌아가서 자전거를 끌고 나오려고 하면 소나기가 쏟아지고 해서 한동안 못했습니다.
오늘 날씨는 확실히 개인 모습이라 다른 생각 없이 데굴데굴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모험'이 될 줄은 몰랐지요.
우선 사용하는 앱을 통한 결과를 기준으로 말해야겠지요.
겨우 57Km를 달렸는데 뭐같은 모험, 고생을 했습니다.
게다가 소모 시간은 근 3시간 40분입니다. 좀 묘한 기록이지요.
게다가 높낮이는 104m까지 나옵니다. 뭐 사실 매번 이런 코스이지만 이번에는 좀 거시기한 구성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제 폭우로 인해 자전거도로 곳곳이 침수되어 통행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비가 온 후에 달려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지난 후였기 때문에 확실히 다르더군요.
제가 자주 굴러다니는 코스인데 시작부터 침수된 모양을 보게 되어서 혹시나 하는 우려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곳곳이 침수되어 있을 줄은 몰랐더랍니다.
사실 이 정도는 양반이었습니다.
그래도 좀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언제나처럼 찍으면서 데굴데굴이라는 건강한 즐거움을 만나보려고 했는데,
확실히 폭우가 좀 심하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도로 여러 곳에 쓸려온 나뭇가지와 풀들이 깔려있어서 좀 피해다니게 했습니다.
제가 봄과 가을 노을을 배경으로 찍어두는 장소도 침수되어 있어서 이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동안 가물었기 때문에 비가 잘 내려서 충분한 해갈이 된 것은 좋지만 너무 몰아 쏟아지는 폭우는 확실히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강변도로에 연결된 몇몇 다리는 바로 밑까지 물이 붙어서 좀 놀랐습니다.
이렇게까지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몇 년간 우리나라가 좀 가물었던 것 때문에 이런저런 장소가 메말라 보였거든요.
결국 평상시처럼 가볍게 한 바퀴 돌려는 계획은 바로 좌절됩니다.
여의도 쪽으로 가던 이쪽 길이 침수되어 통제되어 있더라고요.
몇몇 지대가 낮은 지역은 제가 이동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강물이 넘어와 좀 위험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4번이나 코스를 변경했고 그 결과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굉장히 이상한 코스가 완성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57Km정도면 가볍게 강변 자전거 도로 한 바퀴는 되는데 강남지역 몇 곳과 강북 지역 몇 곳이 계속 침수되어 있어서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돌아가고, 코스를 바꾸고 하다 보니 이런 요상한 모양이 되고 말았지요.
고도 표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무척 높은 곳에 살고 있습니다. 속칭 산동네이지요. 그곳에서 내려올 때는 조금 신나지만, 그곳을 올라갈 때는 말 그대로 '헉헉' 입니다.
부분 침수가 일어난 지역은 피해 가거나 용감하게 돌파하는 할 수도 있겠지만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침수 직전에는 그냥 물이 아니라 흙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서 마운틴 정도로 든든한 애가 아니면 좀 그렇고 그렇습니다.
게다가 보시다시피 물살을 가르다 보면 자전거와 옷 여기저기에 튀는 것 때문에 오랜 시간 달리면 자전거에 무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과거 마드리드에서 파리까지 달리 때 (그때는 스마트폰이나 구글 같은 것 없었기 때문에) 비바람 맞아가면서 난리를 했는데 귀국 후에 결국 자전거는 폐차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게다가 가장 잘 활용하는 남북이동 코스인 이쪽도 침수 후 점검 때문에 통제 중이어서 쓸데없이 더 많은 곳을 비켜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달리는 길가 바로 옆에 이렇게 물오리와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는 것도 오랜만입니다.
묘하게 재미있지만 워낙 강물이 흙색이어서 그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이날은 구름이 잔뜩 낀 묘한 날씨이다 보니 햇살은 정말 밝음 정도만 알려주고 있어서 자외선 걱정은 덜했지만 습도가 너무 높아서 달리면서 은근히 고생을 했습니다.
중간에 쉬어서 자전거 꼴을 돌아보니 이렇더군요.
그나마 많이 피해서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도로에 흙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구동계와 기어 부분은 결국 집에 돌아와서 열심히 씻고 기름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방구석에 샤워시설이 있어서 가능하지만 공간 자체는 좁아서 좀 고생이기는 합니다.
신발과 다리에도 많이 흙탕물이 튀어서 이래저래 고생스러운 꼴을 봤습니다.
그래도 이동하는 동안 꾸준히 길을 청소하고 통제하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일 지나서 다시 달려보면 그동안 보던 것과는 다른 풍경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앱 프로그램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는 통계를 보면 대략 이런 모양입니다.
이런 것을 잘 올리지 않지만 이번에는 정말 묘한 코스를 돌았기 때문에 이렇게 돌아보면서 에헤헤 하게 됩니다.
평균치와 비교하면 시간이 좀 더 걸렸고 (본래 사진 찍고 하기 때문에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이것보다는 빠른 편입니다) 평균 속도도 약 1Km정도 낮아진 상황입니다만 그런가 합니다.
표 오른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동 속도는 12~22km정도로 저는 굉장히 얌전한 라이더입니다. 에헤헤.
다만 높낮이 차이가 심한 것은 언제나 고생이라고 하겠지요.
이날 날씨의 특이점이라고 하면 강변 주변에 잠자리가 많았습니다.
예, 정말 많았어요. 가끔 보는 경우는 있었지만 강변에 이렇게까지 많은 애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본 일은 오랜만이라서 에헤헤 했습니다.
오늘이 모험이기는 했는데, 가장 큰 타격은 역시 이런 공지였습니다.
강변 다리를 넘나는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르락 내리락 하기가... 표시된 칼로리 소비보다 조금 더 많이 했다고 하겠습니다.
한동안 데굴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바로 뛰어나간 것이 묘한 경험을 만들게 해주었습니다.
그래도 주말에는 또 비라고 하니 그전에 다시 한번 즐겁게 데굴데굴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돌아와서는 빨래와 청소, 점검에 더 체력이 소모되었지만 말입니다.